지자체 청년지원사업, 가짓수 잔뜩 늘어놓지 말고 청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자

<정순영의 일하며 생각하며>
정순영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사무국장

올해 옥천순환경제공동체는 ‘삼선배움과나눔재단(www.sscare.or.kr)’과 함께 지역청년활동가 인턴십을 진행하고 있다. 인턴십 지원 사업은 지역의 청년들이 농촌에서 일하고 배우며 진로를 찾고 마을의 일꾼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동체는 인턴 청년들의 지역살이 멘토가 되어 활동을 지원하고 재단은 그런 청년인턴들이 생계걱정을 조금이라도 내려놓고 자신의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활동비를 지원하고 있다.

요즘 국가적으로도, 또 각 지역별로도 ‘청년’이 워낙 화두이다 보니 청년을 둘러싼 온갖 지원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충청북도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나는 충청북도 청년위원회 위원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그것도 ‘청년 할당’으로 배정된 몫으로 말이다. (내 나이가 법적 청년 기준인 만 39세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지인의 거절할 수 없는 강권에 의해 위원직을 수락했지만 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하고는 ‘여긴 내가 올 자리가 아니구나’ 싶어 이후로는 회의에 거의 나가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해봐야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성남시 올해 2분기 청년배당 지급 안내 포스터.

사업 가짓수보다 청년에 대한 신뢰 중요

충청북도도 나름 청년지원과도 신설하고 청년 관련 80여 종의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다. 하지만 옥천과 같은 농촌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의 자립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업이 얼마나 있는지는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상당수 사업이 취업(일자리)이나 창업, 대학학자금 지원과 같은, 기존 사업을 ‘청년 사업’이란 이름으로 재분류 해놓은 것이라 보여 지고 신규 사업 중에도 기업이나 일자리가 많은 청주 지역 중심의, 혹은 대학에 다니는 청년 중심의 지원이 주를 이룬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특히, 도대체 ‘저출산 극복대책 추진’이 왜 청년 사업으로 분류되어야 하는지 나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라도 해결하기 어렵다는 청년 문제를 충청북도라고 당장 해결할 묘수는 없겠지만, 지원정책이라고 가짓수만 많이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청년 당사자가 정말 간절히 바라는 지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충북도에선 청년위원회나 청년광장과 같은 조직도 꾸렸지만 지역에서 살아가는 정말 ‘보통의’ 청년이 내는 목소리를 그 안에서 과연 들을 수 있는 것인지, 옥천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런 곳에 참여할 기회나 여력조차 없는 청년들이 많은데 그들의 목소리는 과연 어떻게 듣고 정책에 반영할 것인지 묻고 싶다.

바람직한 청년 지원 정책이란 결국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다. 오해할 수도 있는데, 지원사업을 이것저것 많이 만들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대개의 지원사업들은 뭔가 엄청나게 많은 것을 줄 것처럼 홍보하지만 상당수는 사업을 만든 사람들이 바라는 목표에 따라, 또 사업 추진실적을 내기 쉬운 방향으로 설계되기 마련이다.

또 그러한 목표 달성에 적합한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까다로운 절차와 신청서 양식이 요구된다. 그러한 방식 이면엔 ‘이 정도 양식을 채워 넣는 성의와 노력은 보여야 지원을 해주지’라는, 시혜적 태도도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지원사업은 결국 청년들 스스로가 무언가를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는 시간적ㆍ물질적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충청북도청년포탈 사이트.

경기 성남시의 ‘청년배당’

그런 점에서 ‘삼선배움과나눔재단’의 지역청년활동가인턴십 지원 사업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유양식의 자기소개서만으로 옥천이라는 지역에서 살아 보겠다 결심한 청년을 선정해 (연령에 따라) 매월 30만원에서 50만 원 정도의 활동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나는 이러한 방식이 인턴 청년과 그 청년의 멘토인 지역공동체를 ‘신뢰’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경기도 성남시가 실제 시행하고 있는 ‘청년배당’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해당 사업은 성남시에 거주하는 일정 기준의 청년에게 25만원의 성남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인데 사실상 청년에게 현금 25만원을 나눠주는 것이라 봐도 무방해 보인다. 이를 두고 퍼주기다, 청년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 올 것이다와 같은 비판도 나왔지만 어쨌든 성남시는 이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고 있다.

나는 이 역시 ‘청년’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 본다. 학업 전쟁, 취업 전쟁, 생활 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에게 ‘25만원’이라는 경제적 여지는 도덕적 해이가 아닌, 힘들어도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뭔가 계속 시도해보고 노력해볼 수 있는 여지를 줄 것이다. 나아가 이처럼 지역사회의 지지 속에서 성장한 청년은 결국 지역사회의 소중한 인적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옥천군에서도 올해 청년 기본 조례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충청북도야 사실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알지 못하고 피부에 와 닿는 뭔가가 없기에 참여에 소극적이지만, 옥천에서는 알고 지내는 청년들도 많고 또 공동체가 청년인턴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기회가 된다면 옥천의 청년지원정책을 마련하는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다. 옥천의 청년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할 기회가 생긴다면, 솔직히 첫 회의에서 이렇게 외치고 싶다. ‘우리 그냥 이런 저런 사업 많이 만들지 말고 그 예산 다 모아 옥천 청년들에게 생활비로 나눠줍시다! 일단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되면 꿈도 생기고 옥천에서 살려고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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