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남한강상류에 오폐수 무단방류 K사 직원에 중형 구형
K사, 범죄사실 몰랐다며 직원 탓으로 돌려…법원 선고결과 주목

지난해 3월 24일 밤 10시 40분경 음성군 금왕하수처리장 최종 방류구에서 갑자기 시커먼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음성군 금왕하수처리장 직원들이 TMS 조작을 위해 출입한 창문 전경. 직원들은 센서도 없고 잠금장치도 없는 창문을 통해 매일같이 TMS실을 출입했다. 음성군 수도사업소 관계자들이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회사의 명령대로 일한 직원들이 한순간에 전과자가 될 상황에 처했다. 검찰은 TMS(원격감시장치)를 조작해 오폐수를 무단방류한 음성군 금왕하수종말처리장 위탁업체 관계자에 중형이 구형됐다. 위탁업체는 재판과정에서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직원들 탓으로 돌렸다. 반면 직원들은 회사의 명령대로 했을 뿐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23일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에서 진행된 재판에서 검찰은 위탁업체 K사에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다. 현장 소장 P씨와 이사 J씨에게 징역 3년, 중간 관리자 C씨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회사의 지시로 TMS 조작에 가담한 직원 A씨 등 8명에게는 벌금 500만원이 구형됐다.

그동안 K사와 소장 P씨는 법정에서 “TMS 조작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사 J씨와 직원들이 벌인 범죄일 뿐이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벌금이 구형된 A씨 등 직원은 재판과정에서 회사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일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이날 진행된 재판에서 직원 B씨는 직접 편지 형식의 최후 진술문을 낭독했다. B씨의 최후 진술문에는 TMS를 조작하게 된 경위가 담담하게 담겨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13일 진행되는 법원의 선고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무죄를 주장하는 K사와 회사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하는 직원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할지 주목을 끌고 있다.

한편 K사의 오폐수 무단방류 범죄는 지난해 3월 본보의 단독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K사는 금왕하수종말처리장을 위탁 운영하면서 지난해 4월까지 3년 동안 남한강 상류인 금왕읍 응천에 오폐수를 무단방류했다.

본보 보도 이후 검찰은 K사를 압수수색하고 중간관리자 J씨를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범죄를 내부 제보한 D씨에 대해 공익신고자 보호법 등 관련 조항에 따라 불기소 처분해 화제가 됐다.

 

음성군 금왕하수처리장 직원 B씨가 작성한 진술문

 

 

<K사 직원의 법원 진술문>

 

2015년 10월 이전까지, 그러니까 하수처리장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저는 아버지를 도와서 복숭아 과수원에서 농사를 지었습니다. 복숭아 알레르기와 뜨거운 햇볕을 참아가며 10년 가까이 농사를 (지으며) 버텼습니다.

가뭄은 농사를 힘들게 했고 해마다 줄어드는 수입과 늘어가는 투자비에 더는 버틸수가 없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한 직후에 충주직업전문학교를 1년 다니면서 취득한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가지고 아버지 친구분의 소개로 금왕하수처리장에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수원에서 농사만 10년 짓던 사람이 하수처리장에서 일을 시작하려니 의욕은 넘쳤지만 서툴고 어리숙했습니다.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트에 적어가며 일했습니다. 당직을 선지 두달 쯤 됐을 때가 기억납니다. 새벽에 제어실에서 감시를 하다가 잠깐 잠이 들었습니다. 깨어보니 CCTV 화면에서 하수처리장 도로 한가운데로 물이 솟아오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지하공동구 전체와 전기 장치들에 물이 가득 찼다고 잘못 판단하여 숙소의 모든 사람을 깨우는 해프닝을 만들었습니다. 하수처리장의 구조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생긴 해프닝이었습니다.

변명처럼 들리시겠지만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도 모르고 초침 바이패스를 했습니다. 이렇게 법정에 서게 될 죄라고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상황이 점점 이상하게 돌아가자 억울하기만 했습니다. 밸브 돌리는 법을 가르쳐 줬고 이렇게 법정에 피의자 신분으로 서게 됐습니다. 지금은 제가 큰 죄를 지은 것을 알고 인정합니다만 저도 잘 모르는 과정에서 교육을 받아 명령대로 했고 그게 잘하는 일인 줄로 알았습니다.

이런 저의 사정을 고려하시고 존경하는 재판장님께서 판결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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