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칠환 「한평생」 전문

요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면,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다.
득음도 있었고 지음도 있었다.
꼬박 이레 동안 노래를 불렀으나
한 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로 미뤄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레로 미뤄두고,
모든 좋은 일이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마침내 가쁜 숨만
남았구나.
그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째를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평생이다.

─ 반칠환 「한평생」 전문(시집 『내게 가장 가까운 신, 당신』에서)

 

그림=박경수

짧은 생을 마치는 하루살이가 한 말씀 장엄하게 외치네요. 칠일을 산 매미도 지음의 경지에 들어 눈부신 갈채 속에 한세상 마치고요. 그런데 사람은 좋은 일들 미루고 미루다가 마침내 후회와 비탄 속에 가쁜 숨 몰아쉽니다. 복잡한 두뇌를 지니고 있어 아집과 미망 속에‘ 똥머리’만 굴리다가 그리 되지요. 오랜 세월 세간을 초월한 거북이는 오늘도 묵묵히 이승과 저승의 머나먼 다리를 건너고 있고요.‘ 모두 한평생이다’ 죽비 치는 소리 같은 말씀입니다.

생쥐가 2년, 귀여운 토끼가 5년, 고슴도치는 6년, 어여쁜 밍크가 10년쯤 산다하네요. 조금 짧은가요. 얼룩말, 버펄로, 사자, 기린, 타조, 악어등 아프리카 세렝게티 평원을 달리는 야생들은 대개 2, 30년을 사는군요.

사람의 한평생이 70년이라면 우아한 학이나 인도코끼리가 비슷하고요. 철갑상어는 150년, 갈라파고스 거북이가 200년을 넘게 살고요. 해면동물인 붉은 해파리는 무려 1150년을 산다 하지요. 그러고 보니 하느님이 만상을 만드실 때 꽤 편견이 심하셨군요. 그러나 따져보면 다 그리하신 까닭이 있을 겁니다.

생과 사는 생물학적 사건일 뿐이지요. 생멸은 유한성에 갇혀있는 존재들의 피할 수 없는 조건이고요. 사는 일에 너무 아등바등하다 보면, 자칫생의 향기는 멀리 사라지고 아득하고 무상한 회한만 쌓입니다. 자연의 숙연한 섭리 앞에 겸허히 서서 묻습니다.‘ 살아있음이란 대체 무엇입니까?’ 보리달마가 답하지요.‘ 오직 모르고 모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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