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지속적인 근대문화유산 파괴 사례 비판
역사성+예술성 '워터폴리프로젝트' 제안 주목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23일 오전 동범실에서 '동부배수지 파괴에 대한 대책과 활용방안을 위한 긴급토론회'을 열었다. 강태재 상임고문 사회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건축학 교수, 향토문화 전문가, 시의원 등이 참여해 의견을 발표했다.

청주대 김태영 교수(건축)는 청주시의 지속적인 문화유산 파괴사례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성안길 무덕전(상무관)과 중앙초 옛 도의회 청사 철거 등 오래전부터 시는 지역 문화유산을 쉽게 허물었다. 청주는 다른 도시에 비해 근대 문화유산이 많은 곳이다. 성안동, 중앙동은 5층 이하 건물이 90%이상이라 원도심 경관 자체가 큰 자산이다. 동부배수지 철거는 어이없는 결과지만 공사중단된 현재의 상태에서 역사성을 살릴 수 있도록 재설계할 수밖에 없다. 지역의 문화전문가가 컨트롤해 역사성과 공원기능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강동대 김형래 교수(건축)는 등록문화재 지정 당시 제수변실 이외에 동부배수지가 제외된 점을 아쉬워했다. "중국 곤명시의 '치유공원' 옆에 옛 수도시설을 리모델링한 수도박물관이 인상적이었다. 동부배수지를 한순간에 허문 것은 역사도시 청주의 가치를 외면한 행태다. 좁은 범위에서 우암산 권역의 비등록문화재를 벨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근대 산업구조물과 연계시킬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충북발전연구소 김양식 수석연구위원은 동부배수지 파괴사건이 지역 근대문화유산을 보호 활용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의 자연마당 조성사업의 실체를 규명해 문화유산 파괴의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청주시는 도청소재지이며 도시화가 정체돼 근대문화유산이 양적, 질적으로 앞선 곳이다. 철거된 현상에서 현재 남아있는 벽면과 기둥들을 활용해 예술적 조형물을 만들고 역사성을 가미한 '워터폴리(FOLLY)프로젝트'를 시도해 볼 것을 제안한다.(폴리(FOLLY)는 본래의 기능을 잃고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을 말한다) 파괴된 자체를 보여주는 것도 역사성이 있고 도시공간을 재탄생시키는 설치예술이 될 수 있다"

한명수 청주시의원은 지역구 의원으로서 근대문화유산이란 점을 간과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토론자들의 설명을 듣고보니 애초 문화재란 점을 감안하지 못해 죄책감이 든다. 오랜 기간 배수지 부지가 방치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위험성 등을 내세워 시에 민원을 제기했었다. 배수장 용도폐기후 공원녹지과로 이관돼 공원시설 조성에만 신경쓰다보니 이런 결과를 빚게 됐다. 현재 상태에서 중단하고 역사성을 살린 설계변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주시가 자연공원 조성을 이유로 철거한 동부배수지 공사현장

권혁만 참여연대 상임위원은 다른 지자체의 옛 수도시설 이용실태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윤동주문학관은 지난 2012년 인왕산 자락 청운수도가압장과 배수지를 개조해 훌륭한 시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을 수상하고 한국의 현대건축 '베스트 20'에 선정되기도 했다. 부천시의 도당배수지도 인근 장미공원과 연계해 '천문단' 공사를 벌이고 있다"

강민식 백제유물전시관 학예사는 동부배수지 주변을 포괄한 역사성을 강조했다. "배수지 아래 동네가 일제 당시 청주 문화인들의 사랑방이었던 민병산씨 저택이 있던 곳이다. 신동문 시인 등 문학인들의 발자취를 소개하는 장소로도 적합하다. 명장사 절터는 일제 때 신사로 있던 장소라서 역시 근대 청주역사를 알리는 장소로 의미가 있다"

이날 토론자들은 현재의 철거공사를 전면 중단하는 것에 의견일치를 보았다. 또한 복토한 배수시설도 원형을 최대한 살려 역사성을 강조한 자연공원으로 설계변경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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