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동체시민센터, 23일 병원간병인에 도시락배달 행사 열어
“투명인간 취급받는 돌봄노동자에 사회적 관심 많아져야” 호소

23일 청주지역공동체시민센터(대표 김태윤‧오른쪽)가 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들을 상대로 '따듯한밥한끼' 행사를 열고 도시락을 제공했다.
23일 청주지역공동체시민센터가 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들을 상대로 '따듯한밥한끼' 행사를 열고 도시락을 제공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희망이 생겼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라는 대통령의 약속은 파격적이었지만 실현가능성에 대해선 노동계 조차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일째 되던 날 발표된 인천공항 발 ‘1만명 정규직화’ 방침을 계기로 의구심은 기대로 바뀌었다.

23일 급기야 민간부분 까지 정규직 전환 대열에 동참했다. SK브로드밴드는 5200명의 인터넷 설치‧수리기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세상이 바뀌어도 이렇게 바뀔 수 있나 할 정도로 문재인 정부 출범 2주 만에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로 정규직화라는 희망바이러스가 퍼졌다.

하지만 이런 희망바이러스와 여전히 거리가 먼 사각지대가 있다.

충북대학교 병원에서 10년 가까이 간병사로 일하는 송정애 씨는 오늘도 냉장고에서 꽁꽁 얼려진 얼음밥을 꺼냈다.

전자레인지로 냉동밥을 녹이고 일주일 전 해온 간단한 밑반찬을 꺼내 병원 한 귀퉁이에서 식사를 한다. 이런 생활은 간병사 일을 시작한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이들 간병사들은 병원 직원이 아니다. 간병사는 간병 일을 하다 환자로부터 감염돼 병이 걸려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정해진 퇴근 시간도 없다.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15일 만에 퇴근한다. 정해진 고정급여도 없다. 그가 하는 일은 환자를 돌보는 간병일이지만 병원에서 그들은 투명인간이다.

노동계에선 그와 같은 사람들을 ‘특수고용노동자’라 부르고 근로기준법에선 ‘개인사업자’로 분류한다.

이렇게 송 씨처럼 간병사 일을 하는 노동자가 충북대병원에만 150여명 존재한다. 노동계는 청주시 권역 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사 규모를 700~800명 정도로 추산한다.

 

간병인들이 병실 냉장고 냉동실에 얼려놓은 냉동밥. 이들은 매 식사때마다 냉동법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녹여 먹는다.

 

“따듯한 밥 한끼, 한 달에 한 번 만이라도...”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이들 간병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가 제공됐다. 23일 청주지역공동체시민센터(대표 김태윤)는 청주시내 병원 3곳에서 일하는 간병노동자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김태윤 대표는 “한 달에 한번 만이라도 소박하지만 냉동밥이 아닌 따뜻한 밥 한끼를 제공하자는 것”이라며 “투명인간처럼 취급받는 간병노동자들의 존재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충북대학교 병원의 경우 직원들과 같은 가격으로 구내식당 식권을 구입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이 돈도 아까워 일주일치 냉동밥을 얼려와 전자레인지에 녹여 먹는다”며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간병 업무인 만큼 병원의 한 구성원으로 배려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따뜻한 밥 한끼’ 캠페인에 충북인뉴스도 소정의 금액을 후원했다. 이 행사는 향후 한달 간격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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