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노 칼럼 ‘吐’/ 충주·음성담당 부장

윤호노 충주·음성담당 부장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19대 대선이 끝났다.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먼저 영남에서 ‘몰표’ 현상이 거의 사라지는 등 영·호남 지역주의 구도가 상당부분 무너지는 이변이 연출됐지만 대구·경북(TK)에선 보수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대선 전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이당 후보가 1위를 한 적도 있었기에, 이번에 TK 표심이 어디로 가느냐는 대선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그러나 TK를 근거지로 한 보수 진영의 선택은 이변없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로 향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갈 곳을 잃어했던 이른바 ‘유랑 보수’가 막판 홍준표 후보의 이념 대립성 선거 전략과 문 후보에 대한 친북좌파 공격에 힘입어 대거 홍 후보 쪽으로 돌아선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TK 표심이 이전만큼 홍 후보에게 집중된 것은 아니다. TK 민심은 이 지역 출신인 유승민 후보에게 대구 12.60%·경북 8.75%의 지지를 보냈고, 안철수 후보에게도 대구 14.97%·경북 14.92%의 표심을 나눠졌다.

다만 문재인 후보의 TK 득표율이 지난 대선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문 후보는 대구 21.76%·경북 21.73%의 득표율을 보였는데 이는 과거 대선과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18대 대선에서 문 후보는 대구 19.53%·경북 18.61%의 득표 기록을 올린 바 있다. 이는 지난 대선의 지지층이 그대로 문 후보를 뽑은 것으로 분석되는 것이다. 따라서 TK지역에서는 문 후보 표의 확장성이 발휘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보수 후보에게 과반을 몰아주지 않았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보수의 철옹성으로 꼽히는 대구와 경북에서 범야권 대선 후보가 20% 득표에 진입한 건 1987년 이후 처음이라고도 하며 영남의 변심이 가장 눈에 띈다고 했다. PK(부산·경남) 지역의 표심을 봤을 때는 수긍이 간다.

부산이 고향인 안 후보, 경남 거제가 고향인 문 후보, 경남 창원이 고향인 홍 후보 등 유력 후보 3명이 모두 PK를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다. 기존 투표율대로라면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 특성상 홍 후보에게 다수의 지지표가 몰렸겠지만, 이번 만큼은 문 후보와 안 후보에게 표가 분산되며, ‘PK=보수’라는 공식에 균열이 생겼다. 특히 문 후보는 부산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반면 대구·경북·경남에서는 여전히 자유한국당 소속인 홍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보수의 아성 유지와 지역 갈등의 골이 여전히 깊다는 점을 실감케 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박근혜 국정농단’을 준엄하게 심판한 선거로 봤을 때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민심이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촛불정국에 대한 정권교체의 열망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정권 교체는 정당정치를 지향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늘의 승리와 패배가 영원히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잘못된 정권 심판을 할 때는 보수와 진보, 지역주의를 뛰어넘는 일이 필요하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다음 대선은 5년 뒤 치러진다. 그때는 지역 갈등과 이념을 넘어선 선거가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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