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언직썰/ 배명순 충북연구원 연구위원

배명순 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어버이날을 앞두고 처갓집 가족들과 동해안의 영덕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숙소에 도착하여 베란다에서 저녁식사를 하려다 보니 야외 식탁에 황사먼지가 잔뜩 깔려있다. 이튿 날 아침, 오랜만에 신선한 바닷바람을 쐬면서 달리기 운동을 할 계획이었으나 역시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포기하고 말았다. 부상으로 오랫동안 쉬었던 달리기를 바다를 보면서 다시 시작하려고 했는데, 의외의 복병을 만나고 말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세먼지를 그리 걱정하지는 않았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약 12km를 달려서 출근하곤 했었고, 가끔 목이 칼칼했었다. 그런데 근래 들어 미세먼지가 폐 질환이나 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나니 은근 걱정이 되어 바닷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포기해야 했다. 중부지방보다 안전하고 깨끗할 것 같았던 동해안도 이제는 안심할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달릴 수 있을까가 아니라 부상을 당하지 않고 오래 달리는 것이다. 달리기를 하면서 입는 부상의 가장 큰 원인은 포기할 줄 모르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기록에 대한 욕심, 몸의 이상 신호를 무시하고 완주하려는 욕심, 다른 사람 보다 더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고 싶은 욕심이 결국 부상을 불러오고, 심할 경우에는 건강을 위해 시작한 달리기 때문에 몸을 망치기도 한다. 이러한 욕심에 이제는 미세먼지까지 합세한 것이다.

미세먼지 또는 황사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대부분 중국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한다. 어느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영향이 80%에 이를 것이라고도 한다. 만약 중국에서 불어오는 먼지가 주범이라면 우리로서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고, 중국과의 국가적 협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국 다음으로 지목되는 것이 우리나라 서해안에 밀집되어 있는 화력발전소이다. 중국의 영향에다 서해안 화력발전소까지 가세하는 것인데, 그러면 내륙에 위치한 충북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충북 자체적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미세먼지 농도 등 대기 오염도를 실시간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어플을 설치해서 몇 달간 관찰해본 결과, 충북에서의 미세먼지는 외부적 요인(중국, 서해안 화력발전소)뿐만 아니라 내부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었다. 충북 내 시군에 따라 대기질지수(AQI)가 큰 차이를 보였고, 특히 청주시의 경우 6개의 대기질 측정소의 AQI 수치가 현저하게 차이나는 경우가 많았다. 청주시 북서쪽과 중심부의 AQI가 대부분 높게 나타났고, 남동쪽인 용암동의 수치가 자장 낮았다. 출근길 가덕면에서 청주 시내로 들어갈 때는 시각적으로도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최근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에서 대전대학교와 공동으로 조사하고 있는 청주시 대기질 모니터링 결과 자료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뚜렷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내부적 요인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 걱정인 것은 미세먼지 농도가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부적으로는 충북의 기업유치와 수도권에서 밀려오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고, 기반시설로서 전기 사용량과 대기오염물질의 증가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다른 지역보다 경제적으로 더 빨리, 더 많이 성장하려는 시도는 부상을 예상하면서도 기록 욕심으로 포기하지 못하는 마라토너처럼 우리의 삶을 망치게 할 것이다. 더 많은 도시지역의 인구 집중은 결국 더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고, 이러한 악순환은 우리가 욕심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제성장 방식을 포기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포기해야 할 때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알아야 오래도록 달릴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과거의 방식을 용기 있게 포기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 포기하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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