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단 5명도 평균연령 70세 넘어
현업작가 창작력 고취, 문학상 취지 살려야

지난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지용문학상 시상식.(왼쪽 두번째가 김남조 시인)

도내 대표적인 문학상인 정지용문학상 본상이 실제 작품활동이 뜸한 고령 작가 위주로 선정돼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의 수상자인 김남조 시인의 경우 90세를 맞아 졸수(卒壽)의 나이다. 지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1년간 수상자의 당시 나이를 보면 2009년 수상자인 도종환 시인만이 유일한 50대 였다. 다른 10명의 수상자들은 모두 60세 이상이었고 이 가운데 8명이 65세 이상의 고령자였다. 최근 3년간은 70대 작가 2명이 수상한데 이어 올해 90세인 김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된 것.

지난 1988년 정부가 월북작가로 묶여있던 정 시인을 해금하자 이듬해인 89년 옥천군은 정지용문학상을 제정해 중견 시인들을 대상으로 수상해 왔다. 올해는 제30회 지용제를 맞아 지난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정지용문학상 시상식을 가졌다. 이날 수상자인 김남조 시인은 "처음 통보를 받았을 때 하루는 생각하게 해달라고 했다. 그 사이에 이 상을 받는 데 대한 열망을 가졌고 다음날 받겠다고 해서 이 자리에 서게 됐다. 과분하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김영만 옥천군수는 정지용문학상 시상금 2000만원도 김 시인에게 전달했다. 

현재 정지용 문학상 심사위원단은 고은·신달자·이근배·유자효 시인과 평론가 김재홍씨 등 5명으로 구성됐다. 심사위원단의 평균 연령은 70세를 훌쩍 넘어섰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시인 가운데 고은 시인을 제외한 3명(신달자 2016년, 이근배 2015년, 유자효 2005년)은 이미 정지용문학상을 수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수상자인 김남조 시인도 오랜 기간 정지용문학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심사위원단은 선정 기준에 대해 "한해동안 발표된 중견 시인들의 작품 중 작품성이 뛰어나고 낭송하기에 적합한 시를 선정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대해 고은 시인은 "원로시인을 우대하려는 의도는 없고 정지용문학상에 걸맞는 원숙한 작품세계를 가진 시인을 선정하고 있다. 수상을 한 이후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령의 심사위원단과 수상자에 대해 일부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작품 수준이며 아직 활동을 하는 시인이라는 점이다"고 말했다. 
 

<연도별 수상자와 당시 나이>
2017년 김남조(90)
2016년 신달자(73) 
2015년 이근배(75) 
2014년 나태주(69)
2013년 정희성(68)
2012년 이상국(66)
2011년 문효치(68) 
2010년 이동순(60)
2009년 도종환(54)
2008년 김초혜(63)
2007년 조오현(65)

하지만 수상자의 평균연령이 고령을 넘어 초고령으로 바뀌는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업작가 Q씨는 "수상작가들이 오랜 작품활동을 통해 한국문학에 끼친 공로에 대해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창작을 중단한 원로시인들을 생전에 예우하듯 선정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 당초 정지용 문학정신을 왕성하게 구현하고 있는 전업 작가들을 격려하는 차원으로 제정된 상이라면 지금의 선정방식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일부 전업 작가들은 심사위원들이 직접 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또다른 전업작가 R씨는 "2년전 김사인 시인이 만해문학상 수상을 거부해 문단에 신선한 자극을 준 적이 있다. 당시 상의 주관사인 창비의 편집위원이라는 이유로 사양한 것이다. 정지용문학상 심사위원들이 10여년 이상 장기간 심사를 맡고 돌아가며 상을 타는 모양새는 누가봐도 민망한 모습이다. 후배 전업작가들의 고단한 삶을 누구보다 잘알만한 분들이라서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지용문학상 수상자들의 고령화에 대해 옥천군 담당 공무원은 "심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군에서는 일체의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올해의 경우 지용제 30주년을 맞다보니 현존 시인 가운데 상징성이 뛰어난 분을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수상자가 원로 작가 위주로 편중된다는 점은 다시 재고해야 할 부분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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