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던가. 헌데 역사랄 것도 없는 코앞 전임 대통령 시절에 벌어졌던 대통령 아들 비리의혹과 같은 좋지 않은 일들이 똑같이 되풀이되며 국민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꼭 5년전 김영삼 대통령 시절. 김영삼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국정 개입 의혹과 각종 비리 의혹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고 대통령 책임론도 제기됐다.
결국 김현철씨는 검찰의 조사를 받고 사법처리 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권력 주변 부패의 고리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인가를 새삼 깨달으며 분노의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이제 김영삼에서 김대중 대통령으로 바뀐 현재. 똑같이 집권 말기에 접어든 이때 또다시 대통령의 아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일 터져 나오는 대형 비리는 다 기억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그 끝이 대통령의 아들 비리로 연결되고 있다는 의혹이 짙어지면서 되풀이되는 ‘대통령 아들의 슬픈 역사’에 연민의 정마저 갖게 한다.
장남 홍일씨의 이용호게이트 연루의혹, 차남 홍업씨의 각종 이권 및 인사개입의혹, 유학생 신분인 삼남 홍걸씨의 미국 호화주택 구입 자금 출처 등에 관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덧붙여 대통령의 아들이 개입된 대형 스캔들의 중요한 연결 고리로 간주되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최성규씨의 4개국을 넘나드는 도주 행각과 미국에 도착하여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신출귀몰한 잠적 사실은 대통령 아들의 비리의혹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넘어 현 정권과 김대중 대통령의 도덕성에 큰 생채기를 내고 있다.
적어도 김대중 대통령이 대권을 잡으려는 것은 권력욕이 아니라 이땅에 민주주의를 실현하려 하기 위한 것이라고 국민들은 굳게 믿었다. 노벨 평화상까지 받음으로써 그런 믿음은 더욱 굳어졌었다.
그러나 연이어 터져 나온 측근과 세 아들들의 비리 의혹, 이에 침묵하는 김대중 대통령을 보고 실망감을 넘어 분노로 치닫고 있다. 김대중대통령은 야당 총재 시절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책임론을 거론하고 나선 전력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 당선 당시에는 가족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며 자기에게 맡겨 달라고 했다.
그런 김대중 대통령이 측근과 자식들의 이어지는 비리 의혹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국민 속에서 대통령을 찾을 수 없다는 뜻과 다름없다.
자식은 애물단지에 비유되기도 한다. ‘애물’은 어린 나이에 부모에 앞서 죽은 자식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애를 태우는 물건을 뜻한다. 자식은 높은 권력을 가진 자나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범인에게나 무던히도 애를 태우는 애물인 것인가.
이제 국민들은 대통령의 아들들이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보다 차기 대통령 후보군 중에서 아들 없는 후보를 골라 투표를 해야 하지 않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어디 자식 없는 후보 없소? 이제는 김대중 대통령이 무엇이든 말해야 할 때이다. 대통령이 애물을 끝없이 보듬고 있는 틈에 국민들의 마음은 더 없이 갈라질 것이고 애를 태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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