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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작가의 기다리는 봄, 기억하는 봄4월에 읽어야 할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와 <엄마의 골목>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백창화 괴산숲속작은책방 대표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김탁환 지음
돌베개 펴냄

이 글을 쓰는 오늘은 4월 16일, 그리고 부활절이다. 3년의 기다림 끝에 아이들을 태우고 떠난 배는 얼마 전 ‘금요일에’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바닷속 어둠과 막막함을 견디어내고 3년 만에 뭍으로 돌아온 그리운 이들.

예수님은 생애의 3년을 강렬하게 살다 십자가에 못박혔고 3일만에 부활해 제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이들도 3년의 기다림 끝에 금요일에 뭍으로 돌아와서는 부활절인 일요일, 부활하여 영생을 얻고 사랑하는 이들의 곁에 영원히 머물게 된 건 아닐까. 비록 육신은 없어졌어도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별이 되어 영생을 얻은 그들.

세월호의 아픈 기억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주었고, 희생자 가족을 비롯한 어떤 이들에게는 삶을 변환시킨 일생의 사건이 되기도 했다. 김탁환 작가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다음해인 2015년에 세월호를 빗댄 <목격자들>이란 소설을 발표했고 2016년엔 한 걸음 더 나아가 민간 잠수사의 목소리를 빌려 <거짓말이다>를 썼다. 그리고 2017년 봄 그는 세월호로 삶이 변해버린 사람들, 그러나 절망속에서 희망을 찾아간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를 펴냈다. 연이어 세월호를 담은 세 편의 소설을 발표한 것이다.

책상 앞에 앉아 소설만 쓴 것이 아니라 김탁환 작가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간을 함께했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은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팽목항과 동거차도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음으로 세월호를 끌어 올렸다. 이렇게 글과 말과 행동이 하나인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매일매일 원고지 수 십장을 써내려간 그의 신념과 열정과 노력이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자괴감은 어쩔 수 없었는지 소설 속에서 그는 이렇게 심경을 밝힌다.

“소설을 아무리 잘 써봤자 뭘 해? 아이들은 죽어버렸고, 아이들 버려두고 살아 돌아온 놈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또 살아. 내 문장은 때늦은 한숨 같아....난 자격 없어. 입 처닫고 조용히 아이들 영혼을 위해 기도나 드리는 편이 나아.”(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중에서)

엄마와 함께 진해 곳곳을 걷는 작가

엄마의 골목
김탁환 지음
난다 펴냄

사람들은 흔히 직면하기 힘든 괴로운 현실을 만나면 거기서 고개를 돌려 버리고 만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남긴 상처는 크지만 대부분의 우리들은 고통을 감당하기 힘들어 이를 외면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김탁환 작가는 고통 속으로 정면으로 걸어 들어가 그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껴안고 불면의 밤을 견디며 소설가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왔다. 세월호는 단순히 그에게 소설적 소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와 나란히 출간된 에세이 <엄마의 골목>을 함께 읽어보면 확실하게 그것을 알 수 있다. “내게는 봄의 빛깔이 제각각이다. 창원의 봄은 앵두처럼 붉고 진해의 봄은 벚꽃처럼 희다. 그리고 2014년부터 새로운 빛깔이 생겼다. 개나리처럼 노란 봄, 기다리는 봄”(엄마의 골목, 중에서)

오래 전부터 엄마에 관해 쓰고 싶었다는 작가. 엄마는 아들에게 이를 허락하면서 자신이 평생 살아온 진해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동안 자신과 함께 걸은 후에 쓸 것을 전제했다. 마흔 넷의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엄마, 열 여덟 살에 아버지를 잃은 아들이 자신들의 삶이 담겨있는 진해의 골목 골목을 걸으며 추억을 나누고 삶을 돌아본다. 그 시기에 작가는 세월호를 경험하고, 소설을 썼고, 때론 절망하고, 때론 울었다.

두 책을 동시에 읽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작가는 이 시기에 엄마와 같이 골목을 걸음으로써, 엄마의 과거 속에서 그녀의 별이었던 자신의 삶을 만남으로써 아픔을 이겨냈는지도 모르겠다고. 힘들고 바쁜 와중에 굳이 엄마와 함께 걸었던 이유는 상처난 어린 새처럼 엄마 품을 찾아 들어가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고. 소설의 첫 머리에 작가는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인용하고 있다.

“큰 슬픔을 견디기 위해서 반드시 그만한 크기의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작은 기쁨 하나가 큰 슬픔을 견디게 합니다.” 세월호에 관한 세 편의 소설, 큰 슬픔 끝에 찾아든 <엄마의 골목>은 그에게 오늘을 살게 한 작은 기쁨 하나였을까.

충청리뷰  043si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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