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수입 물량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국산 호두값이 폭락, 충북 영동지역 호두 재배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19일 영동군과 호두 재배농가 등에 따르면 영동지역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1457 농가에서 390만9216㎡의 호두를 재배해 연간 23만1600여㎏의 호두를 생산하고 있다.

전국 생산량의 30% 정도로 경북 김천(60% 정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양이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산 호두 수입이 급증하면서 3년 전부터 가격이 폭락, 알 호두 1㎏ 기준 2만5000∼3만원 하던 호두 값이 6000∼7000원 선으로 뚝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산 호두를 찾는 대형 유통 상인의 발길도 확 줄어 재고량이 급증하는 등 판로도 막힌 상태다.

호두를 원재료로 가공식품을 만드는 기업 등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수입 호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호두 수확에 들어가는 인건비(1인당 1일 25만원 정도) 등 영농비용을 건지지 못해 폐원하거나 폐원을 고려 중인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홍수만 영동호두연구회 회장은 "농약 값과 인건비도 안 나와 호두나무를 베어낸 농가가 많다. 저도 연간 6t 정도를 생산했지만, 지난 겨울 3분의 1 정도를 베어냈다"고 전했다.

홍 회장은 "가격이 폭락한 것은 캘리포니아 산 호두 수입이 늘고, 중국산 호두 밀수도 늘었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주납품처였던 대형 유통상인도 영동산 호두를 사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수입을 막거나 수출길을 열어 주는 등 정부 차원의 호두 재배농가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호두 재배농가 대부분이 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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