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식 '노지형' 변경, 사과 ·공론화 빠져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18일 청주 제2쓰레기매립장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청주시 제2 쓰레기매립장 조성사업이 '산넘어 산'이 되고 있다. 후보지 선정작업이 4차 공모까지 가면서 2년 넘게 걸렸고 이번엔 사업 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초 시는 악취 등 환경오염원을 줄이기 위해 '지붕형'으로 공모했지만 입지선정 이후 뒤늦게 '노지형' 으로 변경했다. 악취 발생의 원인인 음식물쓰레기 등이 별도 처리되고 있고, 건설비 절감 등 경제성을 감안해 '노지형'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인근에 민간 폐기물매립장 조성사업이 추진되면서 '노지형' 변경은 특혜성 시비에 휘말린다. 결국 시의회는 노지형 변경을 놓고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찬반으로 갈리는 상황이 됐다. 주민들도 미묘한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 기자회견을 따로 열고 있다. 결국 청주시가 이같은 갈등의 원인제공자로 지목받고 있다. '노지형' 변경에 따른 사전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제2매립장 입지선정위원회는 오창읍 후기리를 최종 입지로 결정했고 8월 지붕형으로 기본계획용역에 착수했다. 하지만 3개월만인 11월 유치지역 주민들이 지붕형보다는 노지형이 적합하다는 건의서를 시에 제출했다. 이어 3일뒤 기본계획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지붕형과 노지형을 비교한 자료가 제시됐다. 청주시측은 "조성 예정지 일부 주민이 매립 방법을 노지형으로 바꿔 달라는 공문을 보내와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쓰레기 매립장 인접 주민들이 환경성을 내세운 '지붕형'을 포기하고 경제성이 앞선 '노지형'을 선호한다는 납득하기 힘들다.

이에대해 시의회 김용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황금을 좇는 엘도라도 마을'인 후기리의 주민들이 제2매립장 응모를 하면서 바로 옆에 사업장 폐기물 매립시설을 조성하려는 이에스청주와 협약을 맺었고 이에 편승한 청주시는 해당 업체에 '적합' 통보해 노지형으로 조성방식을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과연, 청주시가 이와 같은 배경을 모른채 기본계획용역에 뒤늦게 '노지형'을 포함시켰을까? 담당부서 이외에 '그렇다'고 대답할 시공무원은 없을 것이다. '노지형'은 지자체 입장에서 예산절감과 장기간 활용이라는 두가지 장점을 모두 충족시킨다. 하지만 입지공모시 환경권 피해 논란을 대비해 '지붕형'을 제시했던 것이다. 실제로 기본계획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제시된 '노지형'의 장점과 청주시의 변경 사유는 설득력이 있다.

우선 후기리 제2매립장 후보지는 산악 구릉지형이라서 옹벽과 절개지 형성이 불가피하다. 거대한 축대 구조물이 필요한 지붕형 매립장 건설비는 664억원으로 추정된다. 반면 노지형은 절반 수준인 346억원 정도다. 지붕형의 경우 향후 20년뒤엔 제3의 매립장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노지형 매립장은 20년뒤 113억원의 예산만 추가하면 다시 20년을 더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경제성에서는 비교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다.

청주시는 환경성 측면에서도 나름의 피해절감 대책을 내놓고 있다. 2015년 휴암동 제2소각로가 완공돼 청주시 관내에서 배출되는 모든 생활폐기물이 전량 소각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도 별도 처리돼 제2매립장에는 소각재만 묻히기 때문에 악취 발생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인근에 들어설 예정인 이에스청주 폐기물매립장은 오창지역처럼 악취 민원 우려가 높아 주민들과 돔형 매립장을 짓기로 협약했다는 것.

지붕형 매립장은 빗물이 투입되지 않아 침출수가 적고, 악취가 인근으로 퍼지지 않는다는 뚜렷한 장점이 있다. 따라서 주거지역과 인접한 매립장은 환경민원이 적은 지붕형으로 설치하고 있다. 청주시도 기피시설에 대한 반감을 우려해 '지붕형'으로 공모했다가 후보지가 결정되자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문제는 입장을 번복하는 과정이 일방통행식이었다는 것이다. 후기리 주민들이 '노지형'을 원한다는 뜬금없은 주장보다는 청주시의 '선사과, 후번복'이 아쉬웠다.

후보지 선정에 쫓겨 공모과정에서 '지붕형'만을 제시했다는 점에 대해 먼저 사과했어야 한다. 이승훈 청주시장의 입장에서는 전 시장때부터 '지붕형' 공모를 추진해왔기 때문에 심적부담도 크지 않을 수 있다. 이후 시민들을 대상으로 '지붕형' '노지형'의 장단점을 공론화해 새로운 결론을 도출했어야 한다.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민간 폐기물업체 특혜설이 나오고 주민들의 반목과 시의회의 정쟁으로 확산된 것이다.

이에대해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18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첫째, 원칙없는 건설방식 변경으로 주민들에게 혼선을 준 행정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둘째, 애초 환경성을 감안해 제시한 '지붕형'으로 건설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셋째, 공공매립장 증설 보다는 생활쓰레기 줄이기, 재활용 사업 등을 통해 발생량 줄이기로 정책 주안점을 바꾸라는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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