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의 同床異夢

홍강희 충청리뷰 편집국장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후보가 있다면 그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겠다.” 한 시민이 한 말이다. 실제 요즘 가장 무서운 게 미세먼지다. 오늘은 미세먼지 농도가 어느 정도일까, 대기환경은 좋음, 보통, 나쁨 중 어느 것일까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얼마나 절실하게 와닿으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겠다고 할까.

지난 주말 8~9일은 청주 무심천 벚꽃이 최전성기를 맞은 날이었다. 무심천변은 인산인해를 이뤘고 시민들은 늦은 시간까지 밤 벚꽃놀이를 즐겼다. 하상도로를 걷는 사람들도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그 틈바구니에서 1시간 가량 걸었다. 그런데 눈만 내놓고 복면을 한 사람을 보고 갑자기 미세먼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 날 대기환경 상태를 체크하지 못한 게 후회가 됐다.

그러고 보니 상춘객들 중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미세먼지는 걱정되고, 벚꽃 구경은 가야겠고. 그러니 어쩌랴. 마스크라도 써야지. 반면 건강이 걱정되는 사람들은 아예 봄나들이도 못하고 집에만 갇혀 있었다. 예년에는 볼 수 없던 서글픈 풍경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0일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문제는 교육청이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국가에서 해야 한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맞는 말이다. 기관이나 단체에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국가에서 종합대책을 내놓고 그에 따라 지자체, 교육청, 기관, 단체, 개인이 움직여야지 어느 한 군데서 나선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조 교육감은 우선 할 수 있는 일로 미세먼지가 ‘보통’ 수준이라도 서울시내 초중고에서 야외수업을 자제토록 하고 학교에 공기정화장치를 도입하는 한편 ‘매우 나쁨’ 주의보가 발령되면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거나 단축수업을 한다고 발표했다. 울산시교육청도 이 날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면 초·중·고교 수업을 단축하거나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고, 경보시 휴업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출근하면서 라디오에서 미세먼지 때문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소송을 주도한 사람은 뭔가라도 하기 위해 일을 벌였다고 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안경재 변호사 등 7명은 대한민국과 중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양국에 미세먼지 관련 책임을 묻는 이 소송에는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을 비롯해 국회의원 보좌관, 주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소송 참여자 7명에게 각각 3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청구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중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미세먼지를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관리하지 않았다. 이는 국제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정부는 미세먼지의 원인이 무엇인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 행복추구권을 보호할 의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상금을 청구한 것은 상징적 의미일 뿐이라고 했다.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집안에 공기청정기를 들여놓는 것만으로는 너무 불안하다. 봄볕과 화려한 봄꽃들이 유혹해도 선뜻 외출하기가 두렵다. 그럼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주변사람들을 모아 소송을 해야 하나, 아니면 미세먼지를 연구하는 모임을 만들어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해야 하나? 정부는 하루빨리 대책을 강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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