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고행의 강’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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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고행의 강’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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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0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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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직언직썰/ 배명순 충북연구원 연구위원
배명순 충북연구원 연구위원

며칠 전 MB정부의 4대강사업 수중보를 열어 악화된 수질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수질악화에 대한 수많은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추진했던 정부가 먼저 보를 열겠다고 결정한 것이 다소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하수구 시궁창 같은 곳에서 서식하는 실지렁이가 4대강에서 발견되는 판이니 정부도 더 이상은 변명할 구실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서 라기 보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주장에 더 신빙성이 간다.

그나저나 보의 문을 열고나면 강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살아날 수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매우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당초 4대강 사업의 본질은 그들이 겉으로 드러냈던 ‘강 살리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옹호한 원죄자들의 말처럼 정말로 강을 살리기 위한 시도였다면 비록 실패했더라도 그것은 교훈이 되고 발전의 초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애초에 환경에는 관심이 없었고, 사업 시행과정에서의 막대한 예산과 거기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원했다. 이러한 부정의하고 부도덕적인 정책은 자연환경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바뀌지 않는 한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비록 4대강 보를 열거나 더 나아가 보를 철거한다고 해도, 4대강사업은 다른 이름의 가면을 쓰고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고향의 강’이라는 가면을 쓰고 전국 곳곳의 하천들이 파헤쳐지고 망가져가고 있다. 4대강사업이 강의 본류에 행해진 인간의 자연에 대한 공멸적 파괴행위라고 한다면 고향의 강 사업은 단지 대상만 지류로 바뀌었을 뿐이다.

우리는 자연환경의 파괴가 인간을 가장 위협하는 자해행위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은 지구가 탄생 한 이래 오늘날까지 인류와 함께 진화하고 성장해 온 자연환경(생태계)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매우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정복할 특권이 주어진 것처럼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아마도 MB는 기독교 장로로서 하나님의 말씀 즉, ‘결혼하여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라는 지상명령에 충실히 따른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 성경구절을 인간 중심적으로 해석하여 인간의 편리함이나 부를 축적하기 위해 생태계를 파괴해도 괜찮은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종교인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성경의 활자만 보고 속뜻을 헤아리지 못한 곡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한 후에 보기에 좋았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흡족해 하셨는데, 왜 그 흡족한 작품을 인간으로 하여금 다시 파괴하라고 하셨겠는가? 하나님이 만드신 작품을 잘 관리하고 가꾸라는 청지기의 역할을 준 것으로 해석해야 옳을 일이다.

창시론이든 진화론이든 인간은 자연환경의 일부분이며, 생태계와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나 해로운 존재로 알려진 기생충이라도, 그것들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생태계는 인간의 생존을 유지하기에 필수적인 조건들로 가득 차 있다. 인간의 대장에는 거의 400여 종의 약 10조 마리 정도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인간 체세포 수의 10배에 해당한다.

인간은 10조 마리의 박테리아와 공생하면서 살고 있지만 그 박테리아들이 서로 또는 인간과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지 모른 채 살아간다. 하물며 인간의 대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이 그러할진대 4대강이나 그 지류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생명체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그런 생태계를 살아있지도 않은 돈 때문에 너무도 쉽게 망가뜨리고 있다.

아침 출근길에 무심천에서 벌어지는 ‘고향의 강’ 사업을 바라보면 도대체 누구의 고향인지 불쾌한 궁금증이 밀려온다. 그나마 자연에 가까이 돌아왔던 하천을 전부 파헤치고, 돌을 쌓고, 하상은 평평하게 만들어버렸다. 아마도 조만간 꽃과 잔디를 심어 그들이 보기에 아름답게 만들 것이며, 생명체들이 다 떠난 그곳에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붙일 것이다. 우리의 고향은 억지로 만든 하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들이 함께 숨 쉬는 물길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편리하게 작업해 버린 고향의 강이 우리에게 ‘고행의 강’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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