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오옥균 취재부장

오옥균 취재부장

교원대 학생들이 매일 아침 저녁으로 집회를 열고 박성민 사무국장에 대한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박 국장의 과거 발언을 보면 이들의 요구는 정당함을 넘어서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는 기존 검정 교과서 집필진을 좌파로 규정하고, 교육현장에서 교사의 모습을 ‘설렁설렁 가르치는’ 사람으로 폄훼했다.

교원대 구성원들이 들고 일어선 이유가 박 국장이 ‘역사학계는 물론이고 전 사회적인 지탄을 받아 사실상 폐기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앞장서서 추진해왔던 장본인’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반교육적인 국정교과서를 반대해왔기 때문에 이에 맞지 않는 사무국장을 거부하는 것일까?

시작이 무엇이었든 확실한 것은 현재 교원대 구성원들은 인간 박성민에 대한 분노가 아닌 부적절한 행위를 한 교육부 고위공무원을 제대로 징계하지 않은 교육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교육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교육부장관에 대한 실망의 표출이다.

지난달 23일 국회 교문위에 출석한 이준식 교육부장관은 “교사들을 폄훼하는 발언을 해 국회 상임위에서 징계요구를 한 사람을 어떻게 국립대 사무국장에 임명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의 질문에 “교육부의 국장급 공무원이 소규모 대학의 사무국장으로 가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문책성 인사이다. 전혀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 장관은 또 ‘주의’라는 가벼운 징계 수위에 대해 “사실상 누구도 맡으려고 하지 않는 힘든 일을 맡아서 오랫동안 고생했고,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열심히 일을 해왔는데… 물론 잘못도 있지만 그런 점도 저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도리어 박 국장의 노고를 위로했다. 이 장관의 말에서 드러난 그의 속내는 박 국장을 격려해주고 싶은데 주변의 눈치가 보여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느껴진다.

교육부 수장의 역사인식과 교육에 대한 인식, 교육현장에 대한 인식, 모두가 그의 말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장관의 한마디 말에 전국에서 모인 교원대 학생들의 자존심은 바닥까지 추락했다. 박 국장 임명 철회 집회에서 만난 한 학생은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자는 다짐을 수없이 했다”며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공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배신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분노했다.

교원대는 수년전 총학생회 명맥도 끊겼다. 내 앞가림하기도 바쁘다는 핑계로 사회참여를 외면해왔던 게 사실이다. 마음은 있지만 행동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그런 학생들이 아침·점심으로 모여 목이 터져라 임명 철회를 외치고, 저녁이면 촛불을 들고 나온다. 누가 미래의 선생님들을 분노하게 했는가. 우린 언제까지 교육부의 참혹한 행태를 지켜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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