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회가 외유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공무 국외 연수에 내실을 다질 수 있을까.

시의회 농업정잭위원회와 행정문화위원회가 지난 21일부터 떠난 해외 연수를 마치고 귀국했다.

이들의 해외 연수가 시정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연수 일정 상당부분이 '관광지'에 집중돼 있는 탓이다.

농업정책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21~29일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로 연수를 다녀왔다.

농업정책위는 둘째 날(22일) 풍차마을(하얀풍차) 견학을 시작으로 알람브라 궁전, 말라가 대성당, 누에보 다리, 제로니모스 수도원 등 세계적인 명소를 연수 내내 둘러봤다.

오롯이 농업정책과 관련이 있는 일정은 세비야 올리브 생산·가공 농장이나 포르투갈 유기농협회, 리베이라 농산물직거래시장, 보케리아 농산물시장 방문 등에 국한됐다.

연수 전 방문지별 기본 현황 조사나 세부 프로그램에 대한 준비는 미흡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방문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나 세부 프로그램 등은 현장에서 진행될 사안"이라며 "왜 그곳을 선정했는지, 어떤 목적과 취지가 있었는지는 귀국 후 작성될 보고서에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귀국한 행정문화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서 진행된 행정문화위의 해외 연수 계획에서도 성바실리 성당, 피터대제 여름궁전, 시벨리우스 공원 등 관광지가 상당수 눈에 띈다.

 '문화' 분야를 담당하는 위원회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나마 '변명거리'가 있다고는 하지만, 연수에 따른 획기적인 시정 방향이 제시될 지는 미지수다.

과거 시의회가 해외 연수를 다녀온 뒤 작성한 각종 보고서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예컨대 지난해 10월 재정경제위와 행정문화위가 작성한 공무국외여행 보고서를 보면, 분량만 방대할 뿐 시정에 적용될 아이디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당시 재경위와 행문위는 경제, 문화, 관광 등으로 분야를 설정해 우리 실정에 맞는 사례를 발굴한다는 취지로 미국 서부지역을 방문했다.

하지만 연수 뒤 작성한 보고서에는 면적, 인구, 날씨 등 일반 현황 정도가 수두룩했다. 각 방문지 견학에 따른 검토도 감상문 수준에 불과했다.

실리콘밸리 인텔뮤지엄 견학 이후 시의회는 '청주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과 반도체 산업이 청주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짤막하게 소감했다.

문화예술 도시인 소살리토 탐방 이후에는 '직지의 도시 청주도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특화된 문화도시로의 발전 방안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됐다'고 소개했다.

LA다저스 구장 방문 뒤에는 '청주를 연고로 하는 프로구단과 사회인 야구인 육성을 위한 기반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구체성이 떨어진 소감 수준인데다 이들의 연수 이후에도 청주의 관련 인프라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의원들의 해외 연수를 놓고 불편한 시각이 제기된 지 이미 오래지만, 지방의회 차원의 개선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며 "외유성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회 스스로가 연수의 필요성을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고, 연수에 따른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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