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찾아나선 스웨덴 회그달렌·외스테르말름 도서관

윤송현의 세계도서관기행
(6)북유럽 편

북유럽의 도서관에 가면 이용자들이 사서데스크에서 사서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뒤에 앉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는 은행처럼 번호를 뽑아 기다리는 시스템도 많았다고 한다. 사서가 은행 업무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서에게 책에 대해서 물어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는 것이다. 자기에게 맞는 책을 같이 찾기도 하고, 자기의 독서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사전에 사서와 시간 약속도 있는데,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사서를 예약하는 코너가 있다. 이런 활동을 레퍼런스라고 하는데, 레퍼런스는 도서관의 중요한 활동 중의 하나이고, 레퍼런스 기록은 도서관 활동을 평가하는 지표가 된다.

그만큼 사서들이 일상적으로 독서를 권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인터넷이 보급되고,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든 것은 북유럽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도서관에서는 그런 흐름에 대해 방관만 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의 생활방식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적하고, 그에 맞춰서 움직이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도서관의 장서를 바꾸고, 도서관에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시설을 만든다. 도서관에서 음악 활동을 할 수도 있고, 3D프린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외스테르말름역 구내의 도서관. 좁지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책 외에도 다양한 것들을 빌려주는데 심지어는 레저용 보트를 빌려주기까지 하는 도서관도 있다. 북버스를 운행하고, 도서지역은 북보트도 운행한다. 장애인이나 환자, 노약자 등 도서관에 올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책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넷에 대한 대응은 기본이다. 적극적으로 전자책을 확보하고, 전자책을 대출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복합쇼핑몰에 도서관을 지은 예는 시스타도서관에서 보여준 대로이다. 지하철이나 기차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하철역에 만들어진 도서관도 여러 곳이 있다. 오늘은 그중에 지하철 도서관을 찾아가보자.

인구 70만의 스톡홀름은 지하철 노선이 발달해 있는데, 모든 노선이 지하철중앙역(T-central)을 거친다. 여행자들은 지하철역 구내에 있는 매점에서 교통카드를 구입하면 되는데, 교통카드 한 장이면 스톡홀름 근교는 대부분 다닐 수 있다.

지하철 기다리면서 책 본다

지하철중앙역에서 지하철로 20여분을 가면 스톡홀름시 남부의 주거지역인 회그달렌(Hogdalen)역에 도착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역을 빠져나오면 바로 문 옆에 도서관을 알리는 커다란 간판이 있고, 다시 에스컬레이터로 한 층만 올라가면 회그달렌도서관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100걸음도 안 뗀 채 도서관에 들어선 것이다.

이 도서관은 다른 곳에 있었으나 2009년에 이곳으로 옮겼다. 스톡홀름에서 처음으로 지하철역에 만든 도서관이다. 지하철역 자체가 마을의 중심(Centrum)에 있고, 자그마한 지역의 상권도 역 부근에 몰려 있다. 만들어 놓고 나면 당연해 보이지만,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지하철 역위에 상가를 안 만들고 도서관을 만든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용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은 도서관 운영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중시하는 스웨덴에서는 드물게 연중무휴로 도서관이 운영된다. 주말에는 개관시간을 짧게 조정한다. 도서관의 개관 시간은 아침 10시로 늦은 편이지만, 도서관 입구에 마련된 라운지에는 출근자를 위한 다양한 시설이 준비되어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을 빌려갈 수 있고, 대출받은 책을 반납할 수 있다.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고, USB 등을 이용해서 영화나 전자책을 대출받을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잡지와 신문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지하철역 위에 있다고 해서 출퇴근자만을 위한 도서관이 아니다.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 사서와 상담시간을 예약할 수 있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은 물론이고 언어 카페, 법률 상담이 가능하다. 도서관이 작아 공연장은 따로 없지만 서가에 바퀴를 달아 작은 공연이나 작가와의 대화, 이야기 마당을 진행한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이용하는 통로에 도서관을 열어놓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으니, 누가 도서관을 멀리할 수가 있겠는가.
 

회그달렌역도서관. 역입구에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출퇴근자들이 주문해놓은 도서관을 가방에 담아놓는다.

연중 무휴 작은도서관

스톡홀름시 동쪽 외스테르말름(Ostermalm)은 고급 쇼핑시설과 사무실이 많아 비즈니스맨들도 많은 지역이다. 그 중심에 있는 외스테르말름 지하철역 안에는 스투레도서관(Sture Bibliotek)이라는 조그마한 도서관이 있다. 이 도서관은 지하철역 통로에 있다 보니 스톡홀름시에 있는 43개 공공도서관 분관중에 가장 규모가 작은 도서관이다.

도서관이 작은 만큼 운영을 조금 특화시켰다. 우선 연중 문을 열고, 책은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찾아갈 수 있고, 반납은 자동반납기를 이용하는 등 사서를 직접 만나지 않고 도서 대출과 반납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장치들이 갖춰져 있다.

공간이 좁은 만큼 장서도 신간 문예도서나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갖춰놓는다. 장서는 최장 3년을 기간으로 갱신한다고 한다. 갱신된 책들은 다른 분관으로 보내면 되고, 때로는 바자회 등을 통해 저렴하게 판매되기도 한다. 작은도서관을 관리하는데서 도서관 업무의 기본이 장서 관리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도서관의 취지는 단순하고 분명하다. 도서관은 모든 사람들에게 차별없이 이용되도록 해야 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차별없이 원하는 정보를 얻고, 이용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지지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서관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더 바짝 다가가고,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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