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공공건축물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조례안을 놓고 소방시설업계와 종합건설업계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업역 간 생존권이 걸려 있는 문제인만큼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두 업계는 22일 충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가 주관한 공청회에 참석해 각각 도민 안전 향상, 상위법령 위배 등을 이유로 찬반 의견을 냈다. 이 자리에는 도의원가 패널, 관련단체 등 3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먼저 조례안을 발의한 충북도소방본부 측이 조례안에 대한 주제 발표를 했다. 사실상 분리발주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류광희 충북도소방본부 대응예방과장은 "지방계약법 시행령에 따라 지자체는 동일 구조물 공사에서 전체 사업 내용이 확정된 공사를 분할 계약할 수 없으나 다른 법령에 의해 예외 조항이 인정된 경우 분리 발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건설산업기본법을 들었다. 예외규정에 따라 전기공사와 정보통신공사, 소방시설공사, 문화재수리공사는 일반적인 건설공사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기공사와 정보통신공사, 문화재수리공사는 각각의 개별법에 의해 분리발주가 인정됐으나 소방시설공사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분리발주에서 제외돼왔다.

이를 이유로 김용태 대한건설협회 충북도회 사무처장이 강한 반발의 뜻을 나타냈다.

토론에 나선 김 처장은 "분리발주조례의 근거 중 하나로 지방계약법을 들고 있는데, 지방계약법은 국가계약법과 거의 동일하다"며 "국가계약법을 토대로 한 분리발주 법안이 이미 국회에서 여러 차례 부결됐음에도 이를 다시 논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가와 국회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통합발주가 낫다고 판단했는데, 왜 충북도에서는 공무원들이 나서서 분리발주를 하려고 하느냐"며 "이는 도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역설했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분리 발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라고 전제한 뒤 "만약 아파트에서 화재탐지기 불량으로 화재 피해가 커졌다면 그 책임은 소방시설업체 보다 아파트를 책임시공한 종합건설업체로 돌아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선 찬성 쪽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개별법에서 이미 법제화가 돼있어야 함에도 힘의 논리로 부결됐기 때문에 이제라도 분리발주 조례를 제정하려는 것"이라며 "50여년 전 부터 분리발주가 법제화된 정보통신공사와 전기공사 분야를 보자. 정보통신은 세계적 수준이 됐고, 전기 화재도 전체 화재의 35%대에서 17%대로 떨어졌다. 이게 분리발주의 효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자 발생 시에도 공사 도면을 비롯한 법적 제도로 명확히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다"며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날 것처럼 말하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다"고 했다.

김학정 유학엔지니어링 대표(전 충북소방시설협회장)도 "책임 수주를 한 종합건설업체로부터 저가 하도급을 받아 공사를 하면 실질적으로 부실시공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 공사는 소방시설업체가 다 하고, 마진은 종합건설업체가 챙기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충북도의회는 이날 공청회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달 건설소방위원회 간담회를 통해 제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보류, 가결, 부결 중 한 가지가 이 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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