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오옥균 취재부장

▲ 오옥균 취재부장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하며 강조했던 몇 가지 문구 중 하나가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그 자신조차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탄핵됐지만, 이 문구가 지향하는 바는 극히 바람직하다. 우리 사회의 병폐를 바로잡는데 가장 적절한 말 가운데 하나가 비정상의 정상화일 것이다.

10년 전쯤 일이다. 도내 한 골재생산업체의 불법 행위를 제보 받고 취재를 나갔다. 해당업체는 골재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러지를 불법 매립했다.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냄새가 나는 지하수를 먹게 됐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골재업체 관련 사건을 적지 않게 다뤄왔다. 그러다보니 나름 전문가적 식견도 생겼다.

골재는 건설산업에 꼭 필요한 자재이고, 몇몇 골재업체는 흠잡을 때 없을 만큼 합법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업체에서 불법을 자행하고 있고, 이는 곧바로 주민의 피해 또는 자연환경의 훼손으로 이어진다. 자연을 내 것인 양, 불법을 자행하는 골재업자는 대동강물도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과 견줄 만하다. 사업허가를 따내기는 어렵지만 마음만 먹으면 사업장 돌은 모두 돈이 된다.

일부 사업장의 경사면은 마치 스포츠클라이밍을 위한 암벽을 연상케 한다. 일반적으로 허가는 산의 형태를 유지하는 선에서 이뤄지지만 이런 사업장의 경사면은 수직에 가깝다. 더 이상 깎아낼 돌이 없으면 밑으로 진행한다.

이런 불법이 가능하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반출량을 줄여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골재생산 중 가장 큰 규모인 석산개발의 경우, 인허가 기관에서 심의할 때 사업기간과 반출 규모를 정한다. 허가기간이 남았더라도 허가받은 반출량을 모두 내보냈다면 더 이상 사업장 내 돌을 이용해 제품할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불법유형이 반출량을 속이는 것이다.

또 다른 유형도 존재한다. 다른 목적으로 허가를 받고, 실상은 골재생산만 하는 유형이다. 한마디로 잿밥에 관심이 있는 경우이다. 미원면에 위치한 규석광산은 2008년 규석광산허가를 받았지만 업계에서는 골재업체로 규정할 정도로 사업목적과 달리 운영돼 왔다.

앞서 거론했던 위법을 저지른 사업장이 연장허가를 신청했다면 부결되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일까. 승인되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일까. 현실은 불법행위가 염려되고, 불법 전력이 있는 사업장 상당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장허가를 득하고 있다.

미원면 규석강산은 지난해 새로운 사업자가 인수해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가동도 하지 않았지만 본보 취재과정에서 반출량 허위신고 사실이 확인됐다. 충북도 산지관리위원회가 내건 조건을 명백하게 위반했다. 당황스러웠던 것은 행정기관의 반응이다. 청주시에 반출 신고한 수치와 실제 납품처의 기록이 다르고, 신뢰할 수 있는 테이터라는 근거를 제시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그럼에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답변만 놓고 보면 감독기관이라기보다 사업자에 가깝다.

사업자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합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관리감독기관은 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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