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소리로 그린 한 폭의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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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소리로 그린 한 폭의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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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0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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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계자 소설 疊夫(첩아비)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심억수 충북시인협회장

疊夫(첩아비) 오계자 지음. 생각나눔 펴냄.

소설집 <첩부(첩아비)>에는 단편소설 ‘음양괴석도’, ‘36점의 행복’, ‘疊夫(첩아비)’, ‘사기막골’, ‘십자가’, ‘죄와 죄의식’, ‘밥바라기’, ‘두려움’, ‘여유’, ‘악몽’, ‘비로소 찾은 길’ 등 11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작품 중에는 작가의 실제 상황을 재구성한 이야기도 있다. 작가의 체험과 철학을 바탕이 된 작품을 읽다 보면 사실감과 생생한 묘사에 자연스레 작품 속으로 빠져드는 흥미로운 소설집이다.

오계자 소설가는 수필가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작품마다 폭넓은 서정과 기발한 구성으로 사건을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다. 구성이 빈틈없고 탄탄한 문장력으로 작품의 격이 높다. 작가만의 창의적 시각과 독창적 사고력으로 풀어낸 인간 본연의 이야기다. 작품 하나하나 아름다운 영화로 재생되어 독자의 마음에 영상으로 기억된다.

‘36점의 행복’. 인간의 체온은 36도다. 어머니는 바다요, 나의 전부다. 그런 어머니를 잃은 소년은 상실감에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새어머니가 생겼다. 아버지가 더 미웠다. 천방지축의 소년이 4학년 때 받은 시험 성적이 36점이다. 새어머니가 안아주며 칭찬하는 순간 엄마라고 부르며 울었다. 인간의 가장 좋은 교감은 포옹이다. 서로 36도의 체온을 나누며 진실한 심장의 소리를 듣는 일이다. 새어머니와 화해하며 융합하는 주인공의 삶을 통해 인간의 원초적 내면의 욕구를 그렸다.

‘밥바라기’. 밥은 우리 인간의 삶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난했지만 우리 어머니는 5남매를 잘 먹여서 튼튼하게 자라게 했다. 그리고 우리를 억척스레 다듬고 훌륭하게 만들어서 모두 짝지어 큰 도시로 보냈다. 남편과 사별하고도 자식에게 기대는 삶이 싫어 홀로 고향을 지키는 내 어머니의 이야기다. 허물 벗은 매미가 되어버린 이 시대의 어머니의 애환을 딸의 눈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으로 전한다.

‘사기막골’. 좋은 삶이란 자신의 마음에 달렸음을 주인공을 통해 들려준다. 모두가 선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나 악한 마음과 대립한다. “밤길에 흰 것은 밟지 마라. 돌 아니면 물이다.” 흰 것만 밟고 살아온 인생이지만 결국은 암을 극복하면서 마음의 병도 고친다. 아버지의 사랑의 진리를 작가의 심안으로 들려준다.

또 다른 꿈을 엮기 위해 꿈꾼다

오계자 소설가는 남편과 사별한 후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충북대 평생교육 수필 반에 등록해 문장구성방법 서정성을 기르고 책도 많이 읽으면서 용기를 내어 동양일보 신춘문예에 출품한 단편소설 「음양괴석도」가 당선되었다. 작가는 제15대 국회 개원 기념으로 전·현직 국회의원소장 서화전에 출품된 흥선 대원군의 음양괴석도를 본 느낌을 살려 소설로 엮은 것이다.

고종이 즉위하자 흥선 대원군은 그 보답으로 애첩 추선의 속치마에 괴석 위아래로 꽃을 무성하게 피운 난을 그려 주었다. 흥선 대원군의 그림을 보고 대원군의 야망을 추선의 사랑으로 엮은 상상력이 놀랍다. 단편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소재를 압축하고 짧은 대화와 간결한 지문으로 두 인물의 개성을 재치 있게 형상화하였다.

‘첩부(첩아비)’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 지붕 아래서 한 여인이 두 남자를 품고 살게 된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 두 아버지가 한방에 기거하는 환경에서 심한 갈등을 겪는 아들과 첩아비의 삶이야기에 작가의 경험적 철학을 가미한 소설이다. “오늘 날씨 끝내줍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첫 도입부터 안녕히 가란다. 안녕은 아무 탈이나 걱정이 없이 편안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친한 사이에서 서로 만나거나 헤어질 때 인사로 하는 말이기도 하다. 아들은 첩아비의 첫 기일 날 화해의 안녕을 한다.

소설이란 작가가 상상력에 의해서 창조해 낸 허구의 세계를 인물이나 사건의 전개를 통하여 현실의 이야기인 것처럼 만들어 낸 산문 문학이라 하였다. 소설집 <첩부> 속 작품은 픽션이다. 그렇다고 하여 허무맹랑한 거짓 일변도로 구성된 이야기가 아니다. 있을법한 이야기와 있었던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사건으로 흥미진진하게 꾸며낸 작품이다.

아무리 허구의 소설이라 할지라도 필연성과 당위성이 결여되면 독자로부터 외면받는다. 소설집 <첩부>의 작품은 빈틈없는 허구를 통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허구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11편의 소설은 주제 구성 문장 등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다. 한없는 가족애와 덧칠하지 않은 우리 삶의 이야기를 작가의 내면의 소리로 그린 한 폭의 수채화다.

작가는 서문에 사춘기 때부터 꿈꾸어 오던 소설가의 꿈을 예순의 문턱에서 이루었다고 밝혔다. 기쁨보다는 후회가 앞서며 꿈은 꿈일 때가 행복하다고 했다. 또 다른 꿈을 엮기 위해 꿈을 꾸는 오계자 소설가는 종합문예지 <새한국문인>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수필집으로 <목마른 두레박>, <생각의 軌跡>이 있다. 대구 출신으로 보은문인협회, 푸른솔문학회, 충북여성문인협회 회원이며 충북여성문인협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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