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언직썰/ 정진수 충북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정진수 충북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과학과 기술은 인류 역사에서 언제나 문명을 이끌었다. 어떤 돌을 어떻게 다듬어야 좋은 도끼를 만드는지는 석기시대에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었다. 어떤 광석을 어떻게 달구어야 단단한 쇠를 얻는지는 철기시대에 주변 종족을 복속시킬 수 있는 첨단 지식이었다. 지금에는 사소하게 보일 수 있지만, 당대에는 이런 첨단 지식과 기술이 국력을 신장시켰고, 인류 문명의 변화를 이끌었다.

앨빈 토플러가 지적한, 인류 문명의 물꼬를 바꾼 세 가지 물결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보자. 약 1만년 전의 농업 혁명은 인간이 비로소 동물과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하였다. 현재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사리를 판단하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미래를 보는 혜안이 생긴 것이다. 수만 년 동안 ‘자연을 논리적으로 관찰’한 사실을 종합하여 얻은 결론이다.

약 250년 전의 산업 혁명에 등장한 열기관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힘을 사용하게 해 주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고작 말 몇 마리를 묶어서 큰 힘을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지금 우리가 모는 자동차는 말 200∼300마리에 해당하고, 우주선 엔진은 말 4000만 마리에 해당한다. 이 엄청난 힘은 인간을 육체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켰다. 이런 기술은 17세기 뉴턴 이후 근대과학이 제공한 새로운 방법, ‘계획된 실험과 논리적 추론’을 거듭한 결과다.

약 30년 전의 컴퓨터 혁명은 더욱 문명의 발전을 가속시켰다. 최초의 컴퓨터라 알려진 에니악이 1946년에 세상에 나타났는데, 1965년에 이미 ‘컴퓨터의 속도는 2년 마다 2배로 빨라진다’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등장했다. 50년이 지난 현재의 컴퓨터는 3000만(225)배 빠르게 작동하고 있다. 컴퓨터는 많은 작업을 자동화 시키면서 인간을 정신노동에서 마저 해방시켰다. 20세기의 현대과학의 성과다.

기술의 발전은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다. 과학적 지식은 자연을 논리적으로 관찰하고, 계획된 실험을 통해 이론을 확인하면서 쌓여 왔다. 20세기 초반 물리학자들이 찾아낸 양자역학의 원리는 반도체 기술을 만들었고, 반도체가 이끄는 컴퓨터 혁명은 이제 인류문명의 제 4의 물결을 만들고 있다.

2007년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라는 책에서 “제 4의 물결에 대비하라”고 했고, 다보스 포럼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밥은 2016년에 “제 4차 산업혁명”(다음에 보다 자세히 설명함)을 최대 유행어로 만들었다. 30년 전에 시작한 컴퓨터 혁명이 채 지나가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또 다른 경고를 하며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 발전의 속도가 유례없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두 가지 예만 살펴보자.

첫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10년 넘는 동안 10억불을 사용했다. 이제는 약 100만원에 한달이면 자신의 유전자를 알 수 있다. 2013년에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유방과 난소를 절제했다. 일반인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5~8배,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20~25배 높았기 때문이다. 유전자 염기 서열의 알파벳으로 제목을 만든 가타카(Gattaca)라는 영화에서는 몇 천원과 몇 분이면 유전자 분석을 마친다.

2002년 삼성전자의 황창규 사장은 국제학술회의에서 삼성이 “앞으로는 1년 안에 메모리 용량을 2배로 키우겠다”는 황의 법칙(Hwang’s law)을 선언했다. 10년 후면 1,000 배의 메모리를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메모리의 단가가 떨어지면서 우리는 이미 몇 기가 바이트(GB) 정도는 클라우드에서 공짜로 제공받는다.

1-3차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한 것은 경제성을 창출한 ‘과학과 기술’이었다. 우리 생활을 순식간에 근본적으로 바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역시 같을 것이다. 과학과 기술은 ‘과학적 사고력’이 기반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과학적 사고력’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기술과 공학은 인류 문명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에는 어떤 변화를 만들지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다. 단순한 상상이 아니고, 현대에 가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룰 수 있는 마법과 같은 세상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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