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의 同床異夢

홍강희 충청리뷰 편집국장

얼마전 모 단체와 관련된 기사를 취재하면서 행정기관의 고압적인 태도에 깜짝 놀랐다. 놀랐다기 보다 매우 불쾌했다. 모 여성단체는 올해 충북도 공모사업에 신청서를 냈으나 탈락됐다. 이 단체는 이미 2년간이나 이 사업을 해왔고 정부부처 사업평가시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새로 선정된 기관이 이 사업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 충북도에 평가관련 정보 공개를 청구하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했다고 한다.

물론 이에 대해 충북도는 정보를 공개했다. 이들은 자체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서류심사를 해서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이 누구였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자료를 보니 선정된 단체와 탈락된 단체의 점수 차는 매우 근소했다.

행정기관에서 사람이나 기관·단체를 뽑을 때는 거의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들에게 맡긴다. 그 기관의 長이나 부서 長의 ‘입김’이 들어가는지 안들어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충북도는 심사위원회의 결과에 따라 적법하게 선정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부처는 “올해부터 해당 시·도에서 최종 선정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했다”며 해당 시·도에 알아보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보냈다. 예상된 일이었다.

문제는 다음에 일어났다. 충북도 담당자는 해당 여성단체 대표에게 이런 식으로 자꾸 문제를 삼으면 보조금 사용에 대해 감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보조금 사용에 문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다른 문제다. 문제가 있었다면 당연히 지적을 받고 개선해야 한다. 나는 그보다 행정기관의 태도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담당부서에서는 정보공개 청구에 국민신문고 민원, 거기에 기자의 취재까지 귀찮을 수 있다. 그렇지만 취재에 응했다는 이유로 보조금 감사 운운한 것은 과도한 대응이다. 본인은 협박성발언이 아님을 단체 대표에게 강조했다지만 매우 불쾌했다. 취재는 취재이고 감사는 감사 아닌가. 이후 담당부서장은 사과했으나 개운치 않다.

공무원들의 언론 기피현상은 시대가 바뀌어도 별로 변하지 않는다. ‘언론 알레르기’는 여전하다. 예전보다야 좋아졌지만 언론 취재에 대해 과민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칭찬 기사도 싫으니 쓰지 마라. 안 쓰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부서와 이름 밝히지 마라. 그냥 모 씨라고 써라” “기사나오면 찍힌다” 등등 관가주변에서는 회자되는 얘기도 많다. 이 때문에 생겨난 것이 ‘관계자 모 씨’라는 표현이다. ‘충북도 관계자 모 씨는 ~~ 라고 말했다’라는 것이다. 이렇게 쓰면 독자들은 누구인지 알 수 없고, 오로지 해당 기관에서만 안다. 그러니 반쪽짜리 보도가 될 수밖에 없다.

공직사회의 보수성은 인정하지만 폐쇄적인 분위기는 숨이 막힌다. 소통과 대화를 그렇게 강조하고 민관 거버넌스 얘기를 밥 먹듯 꺼내는 행정기관이 무슨 일만 닥치면 폐쇄성을 드러낸다. 잘한 일은 홍보하고, 잘못된 일은 당당하게 비판받고 개선하는 태도를 보고 싶다. 모르는 사람과 낯선 사이버상에서 대화를 주고 받는 게 소통의 참 모습은 아니다. 페이스북에서는 그렇게 친절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현실에서는 꽉 막힌 모습을 보이는 걸 종종 목격한다. 행정기관의 민관 거버넌스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현실에서 대면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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