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음성노동인권센터, 비용없이 무료변론…연간 상담건수만 1000여건
최근 신세계푸드음성공장 불법파견 공론화…회원만 1000명 육박

2016년 청주노동인권센터 총회 장면. 청주노동인권센터는 2010년 창립한 단체로 노동자들의 인권 향상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 청주노동인권센터 개소식 장면
청주노동인권센터 대표를 맡고 있는 김인국 신부

청주노동인권센터(대표 김인국 신부·이하 인권센터)와 음성노동인권센터(대표 석응정)은 괴짜다. 사람도 괴짜고 하는 일도 괴짜다. 인권센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를 지원해주고 노동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일을 한다. 여기까지는 괴짜가 아니다. 이런 일을 하는 단체는 대한민국에 1000개 정도는 된다.

청주와 음성 두 노동인권센터는 두 개의 몸통이지만 뿌리는 하나다. 청주노동인권센터에는 “노동자 인권의 옹달샘이 되겠다”며 2010년 6월 20일 문을 열었다.

창립 대표를 맡은 김인국 신부는 “물을 많이 마시면 건강해지는데 인권은 모두가 마셔야 할 물이다. 인권이라는 물이 없으면 소통이 없어지고 약자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모두가 못 살게된다. 누구나 목을 축일수 있는 한 바가지의 물, 노동인권의 옹달샘이 되겠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청주노동인권센터가 5년 뒤에 또 하나의 고운 생명을 잉태했다. 청주노동인권센터는 2015년 2월 음성지역 사회단체와 연대해 자매단체인 음성노동인권센터를 열었다.

청주노동인권센터 최저임금 캠페인 장면


노동인권센터는 괴짜다. 인권센터는 법률지원을 하면서 수임료를 받지 않는다. 이 단체에는 두 명의 노무사와 한 명의 변호사, 그리고 3명의 활동가가 일하고 있다.

노무사란 직업은 변호사처럼 위임자로부터 체불임금·해고·산업재해 등 사건을 수임받아 변론하는 일을 한다. 보통 한 사건당 200~300만원의 수임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단 임금체불의 경우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수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노동인권센터에 소속된 노무사는 수임료를 일절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권센터는 어떻게 운영할까.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한다. 현재 두 인권센터의 회원은 970여명. 이중 90% 이상이 정기적으로 회비를 납부한다.

청주와 음성 노동인권센터는 연간 상담하는 건수만 1000여건. 사건을 위임받아 지원해주는 변론사건도 100여건에 달한다.

인권센터에서 일하는 두 명의 노무사 이력도 괴짜다. 주형민 노무사는 전직 공무원이다. 그 전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에 다녔다. 적성을 찾아 돌고 돌아 대기업에서 공무원으로, 공무원에서 노무사가 됐다.

 

똥 모으는 조광복 노무사

조광복노무사

노동인권센터 개업당시부터 자리를 지켜온 조광복 노무사. 그는 충남 천안에서 노무사 사무소를 개업해 고생 끝에 번듯한 사무실로 키웠지만 홀연히 후배에게 맡기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청주로 왔다. 사무실을 정리한 돈으로 3000만원을 민주노총에 기부하고 인권센터 상근 노무사가 됐다. 그가 정리한 것은 사무실 뿐만 아니라 억대의 수입도 포함됐다.

청주노동인권센터가 자리를 잡자 조 노무사는 홀연히 음성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음성군은 외국인 노동자가 1만명에 달할 정도로 근로조건이 열악한 회사가 많다. 산재발생율도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고 체불임금사건도 많다.

조광복 노무사는 한편 농사꾼이다. 멀리 충북 보은군 회인땅에 1000평의 밭을 마련하고 농사를 짓는다.

그는 “석유를 넣으면 저절로 움직이는 농기계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손수 쟁기를 끈다. 더 괴짜 같은 것은 똥. 그는 거름으로 쓴다며 집과 사무실에서 일을 본 뒤 그것을 모아둔다. 술에 취하면 무조건 정태춘의 노래를 부른다. 이들 노무사의 급여도 형편없다.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그러하듯 최저임금을 간신히 웃돈다.

인권센터의 임금 책정 방식도 괴짜다. 인권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월급이 똑같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오래 일했거나 지금 막 들어왔거나 월급은 똑 같다. 노무사나 다른 상근자나 월급도 똑 같다.

조광복 노무사(오른쪽)가 쟁기를 이용해 밭을 갈고 있다. '검사 그만뒀습니다'의 저자 오원근(가운데) 변호사가 요령을 알려주고 있다.

 

공군대위에서 인권변호사로...

 

오진숙변호사

괴짜 노무사 외에 인권센터에 또 다른 괴짜가 있다. 또 하나의 괴짜는 전직 공군 대위 출신의 공익변호사 오진숙. 그는 공군사관학교를 나왔다. 여성이 사관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많이 보편화 됐지만 군인과 인권변호사란 말이 쉽게 조합되지 않는다.

그가 이곳에서 하는 일은 공익·인권 변호사로의 역할이다. 사무업무를 동일하게 분장한다는 내부원칙에 따라 회계정리 업무도 맡았다. 또 행사때면 사진기를 들고 사진을 찍는다. 
오 변호사는 이주 여성, 외국인 노동자, 여성, 장애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변론한다. 물론 노동인권센터의 괴짜들이 그러하듯이 그도 수임료를 받지 않는다. 오 변호사의 처우도 동료들과 똑 같다. 그는 법원이나 검찰에 직접 서류를 접수하고 복사도 해야 된다. 이것은 괴짜들만의 원칙이다.

지난 해 말에는 자녀가 성폭행을 당해 고소를 했다가 거꾸로 무고죄로 구속위기에 처한 이주여성 사건을 맡아 억울함을 풀었다.

오 변호사는 공군 대위로 근무하다 전역한 뒤 늦게 충북대로스쿨에 입학했다. 그는 말한다. “변호사가 되기위해 로스쿨에 진학한 것이 아니다. 나는 공익변호사가 되고 싶어 로스쿨에 입학했다.”

인권센터의 주인공은 사실 이들 노무사와 변호사 뿐만이 아니다. 묵묵히 노동인권의 현장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세 명의 활동가가 더 있다. 이들은 학교 교실에서 청소년 노동인권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피켓을 들고 1인시위에 나선다.

노동부 민원실 앞에서 유인물을 나눠주기도 하고 주말이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인권센터는 그동안 많은 일을 했다. KT에서 벌어진 인력퇴출프로그램을 최초로 공개했고 이들과 맞서 싸웠다. 매그나칩 반도체에서 직업병을 얻은 노동자, 장애인 김밥집노예 사건을 세상에 알렸고 최근에는 대기업인 신세계푸드음성공장에서 벌어진 불법파견과 다단계인력공급 실태를 폭로하기도 했다.

사실 인권센터 사람들은 괴짜가 아니다. 차가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 있겠냐마는 이들 모두는 따듯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다. 지극히 순리적이고 평범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다만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괴짜로 보일 뿐이다.

똥 모으는 노무사, 복사하는 변호사. 참 재밌다. 괴짜 같은 일을 하고 괴짜 같은 삶을 사는 인권센터와 식구들이 월 1만원의 후원인을 모집한다. 후원문의는 홈페이지(www.cjnodong.com) 이나 전화(043 296 5455)로 문의하면 된다.

청주노동인권센터가 2015년 5주년을 맞아 회원 좌담회를 진행했다. 오현식 사무국장(아래 왼쪽) 김현이 사무차장(아래 왼쪽에서 두번째), 주형민 노무사(아래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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