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대부분 쟁점사항 양보…사태해결은 ‘미지수’
사측, 충북지노위 조정안 거부…노조파괴 의혹까지

▲ 충북지방노동위원회가 금왕농협 사측의 조정안 거부에 대해 지적하고 나선 가운데 지난 21일, 전국사무금융노조 충북본부와 민주노총 충북본부 충주·음성지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노조파괴’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금왕농협 노동조합이 전면파업에 돌입한지 119일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정안까지 거부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금왕농협이 ‘파업유도→직장폐쇄→노조원 불이익→노조고립’ 전술을 통해 노조 파괴에 앞장선 유성기업의 사례를 모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가 ‘금왕농협 조정안 사측 거부로 결렬, 분쟁 장기화에 따른 농민조합원 피해 우려 표명’이라는 보도자료를 이례적으로 배포해 사측에 대한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

성과연봉제로 갈등, 직장폐쇄까지

갈등의 시작은 성과연봉제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9월 금왕농협 노조와 사측은 성과연봉제 운영이냐 철회냐를 두고 정면충돌 했다. 사측은 “연간 700%의 상여금에 성과연봉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노조를 압박했고 노조는 이에 ‘저성과자 평가 금지’ 항목을 단체협약에 포함하자고 맞섰다.

결국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노조가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까지 신청했지만 충북지노위의 추가교섭 권고를 사측이 거부했다. 이 같은 사측의 행위에 노조는 전체 조합원 35명으로 전면파업에 들어섰다.

당시 노조는 “금왕농협 측에서 강경하게 요구를 묵살했으며 교섭기간에 이미 확보한 노동시간을 임의로 변경하여 근무를 강요하는 등 기 체결된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행위까지 서슴없이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측은 지난달 23일 무극지점을 폐쇄한 데 이어 29일 북부지점까지 직장폐쇄를 강행, 현재는 무극리 본점에서만 영업을 하고 있다. 금왕농협 관계자는 “파업으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파업에)대응하기 위해 지점 2곳을 폐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보다 못한 지역시민단체인 음성민중연대가 지난달 25일 농협중앙회 음성군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중앙회가 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금왕농협은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 간 성실한 교섭과 함께 농협중앙회의 성의 있는 지도 감독이 필요하다. 파업이 조속히 해결되도록 적극 나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성과연봉제로 시작한 노사간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고 사측의 직장폐쇄까지 장기화 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사측, 조정안 거부 딴 생각 있나?

충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0일, 이례적으로 ‘사측의 거부로 금왕농협 조정안이 결렬됐다’며 사측의 책임을 강조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충북지노위는 “지난 16일, 금왕농협 노동조합 사후조정신청사건에 대한 3차 조정회의를 개최했다”며 “단체협약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사용자측이 거부해 장기간 지속된 노사분쟁이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아 농민 조합원들의 피해가 우려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금왕농협 노사는 지난해 10월, 충북지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지만 입장차로 같은 달 조정이 결렬된 바 있다. 이후 노조의 전면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로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러던 중 지난달 20일, 대립을 이어오던 노동조합과 사측이 사후조정신청을 신청하기로 합의해 사태해결의 물꼬가 트이는 듯 했지만 사측의 거부로 조정은 결렬됐다.

충북지노위는 “노사합의로 이루어진 사후조정신청이라 정상적인 노사관계로의 회복을 기대했다”며 “위원회도 이를 감안해 사후조정이 성립될 수 있도록 접수 초기부터 적극적인 자세로 3차례에 걸쳐 조정회의와 조정을 연장해 가며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조합은 대부분의 쟁점사항이 요구수준에 미치지 못했지만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조정안을 수락했다. 하지만 사용자측은 끝내 이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단체협약 중 1개 조항(상여금·성과금)에 대해 농협중앙회의 권고와 음성군 내 타 농협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조정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왕농협 조합장은 “2년 전 단체협약 체결 시 적용됐던 상여금 부분이 타 농협들과 차이가 있다. 이 부분이 조정되지 않아 거부했다”며 “다른 지점보다 처우가 열악한 것도 아니니 직원들이 양보해 줬으면 한다”고 답했다. 노조파괴 의혹에 대해선 “그런 일은 없다. 몇몇 조합원들이 하는 얘기일 뿐”이라며 부인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사측이 굳이 마다할 내용이 없는데도 거부했다. 파업 장기화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파괴 공작을 진행했던 유성기업은 치밀하게 노조의 파업을 유도하고 직장폐쇄를 통해 파업사태를 키웠다”며 “금왕농협이 이를 모방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노동조합 파괴행위 엄중처벌 하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가 금왕농협 사측의 조정안 거부에 대해 지적하고 나선 가운데 지난 21일, 전국사무금융노조 충북본부와 민주노총 충북본부 충주·음성지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노조파괴’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금왕농협은 불성실한 행태로 교섭을 파행으로 진행하고 조정이 결렬된 뒤 노동조합이 전면파업에 돌입하자 불법적 직장폐쇄를 단행했다”며 “충북지노위 사후조정과정과 고용노동부 충주지청 조사과정에서 사측의 본질은 ‘노동조합 파괴’라는 걸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파괴가 목적이었기에 충북지노위의 조정안도 고용노동부 충주지청의 감독도 사측은 거부한 것”이라며 “노조파괴가 목적이었음이 확인된 이상 사측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엄중한 수사와 사법처리가 진행돼야한다”고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조합장의 비리와 갑질행위를 막아내고 조합원과 지역주민을 위한 농협이 되기 위해선 노동조합이 필요하고 ‘쉬운 해고제도’와 ‘성과퇴출제’가 철회돼야 한다”며 “금왕농협에 만연한 불법행위가 처벌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사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인뉴스 박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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