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 과기장관의 “MOU 효력없다” 발언 진위 도마
충북도, “올 4월 항공연과 체결한 양해각서는 유효

‘MOU(양해각서)의 효력은 어디까지인가? MOU가 본 계약은 아니라지만 그렇다고 휴지조각처럼 구겨버릴 수 있는 것인갗

최근 과학기술부 오 명 장관이 올 4월 충북도·증평군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증평에 분원을 설치키로 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협약내용을 놓고 “양해각서는 효력이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숱한 의문들이 발생하고 있다.

충북도와 증평군으로부터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킨 문제의 발언은 지난 5일 국회의 과학기술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 과정에서 튀어 나왔다.

   
▲ 올 4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충북도·증평군이 항공연증평연구소 조성 협약 내용을 담은 MOU를 체결하는 모습. 왼쪽부터 항공연 채연석 원장, 이원종 도지사, 유명호 증평군수.
오명 쓰기 십상인 문제발언 정말 했을까

지난 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위원회의 과기부에 대한 국감에서 오 명 과기부장관은 “분원을 고흥과 증평에 설립하는 것은 중복투자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일원화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민주당 한화갑 대표(전남 무안 신안)의 질의에 대해 “항공연의 증평분원 입지와 관련해 결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더구나 일부 언론보도에는 오 장관이 ‘MOU는 효력이 없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충격을 던졌다.

충북도 및 증평군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올 4월 충북도·증평군과 항공우주연구원 분원을 증평에 설치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해각서는 “충북도와 증평군은 20년간 29만여 평방미터(약 9만평)의 부지를 항공우주연구원에 무상 제공하고, 연구원은 2015년까지 10년 간 1260억원을 들여 △인공위성 분야 △우주 발사체 분야 △항공분야 △품질인증분야 △연구시설 분야 등 5개 분야 14개 시설이 들어서는 차세대 항공우주 분야 연구소를 설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오 명 과기부장관의 발언은 항공우주연구원 분원 설치에 따른 지역발전 효과를 기대하고 있던 충북도와 증평군에게는 뒤통수를 맞는 듯한 충격과 함께 민감한 반응을 촉발시킨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오 장관 발언의 진의, 답변과정에서 동원된 정확한 표현 및 단어가 과연 무엇이었는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같은 맥락에서 MOU의 실질적 효력과 한계도 주목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 장관이 정말 ‘MOU는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면 그 적확성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신뢰성 위험 없이 MOU 파기 못해”
지역의 대기업체인 ㅎ기업 관계자는 “인수합병과 부분 매각 등 비즈니스 차원에서 이해당사자와 숱한 MOU를 체결하고 실행하면서 느낀 점은 MOU는 분명 본 계약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구속력을 갖는다”며 “물론 이론적으로 상황의 변화 등을 이유로 MOU를 파기할 수는 있지만 이는 엄청난 신뢰성의 추락을 전제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일반 사기업체들간의 MOU라 할 지라도 실현성과 실천의지 등 모든 변수를 심사숙고한 뒤 신중하게 체결하는 엄연한 법률행위라는 것이다.

이번 오 장관의 돌출발언으로 가장 놀란 충북도는 “전남 출신인 한화갑 의원이 질의하니까 과기부장관이 답변한 것이기는 하지만 보도된 내용이 믿기지 않는다”며 “우리가 듣기로는 오 장관이 ‘정부차원에서 항공우주연구원 분원 설치와 관련,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요지로 답변했는데 언론보도 과정에서 확대 재생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출연한 항공연 총리실 관할
또 MOU의 효력과 관련해서는 “양해각서는 법률과 같은 강력한 구속력은 없지만 MOU도 사실상의 본계약과 유사한 효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 게 상식”이라며 “더구나 항공우주연구원은 정부의 위임을 받은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그 기관의 수장이 지방정부인 충북도와 기초 지자체인 증평군과 체결한 MOU는 신의의 원칙을 생각할 때 엄청난 수준의 구속력을 갖는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항공연은 국무총리 직속 국무조정실의 공공기술연구회 산하 조직으로 편제돼 있다.

이런 점에서 충북도는 오히려 언론에 보도된 대로 오 장관 발언의 진의를 해석하지 않는 분위기다. 장관이 MOU의 효력을 뒤집는 파격적인 발언을 했을 리 없다는 것이다.

증평군 역시 충북도와 마찬가지로 “과기부 장관이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예민한 문제를 어정쩡하게 비켜가는 과정에서 왜곡 전달됐을 것”이라고 느긋해 했다. MOU의 실행을 강력히 믿는 정서다.

충북도는 “전남 고흥에는 로켓 발사장이 건설되고 있는 것이고 증평 연구소는 대전 본원과 청주공항 등과의 연계성을 고려, 차세대 항공우주 분야 실험단지를 조성하려는 것”이라며 “성격과 규모 면에서 전혀 달라 중복투자가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런 점에서 증평분원 설치는 꼭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남 출신인 한화갑 의원은 발사대 등 우주센터가 건설 중인 고흥에 연구원도 함께 와야 한다는 현지 주민의 여론을 담아 이날 국감장에서 과기부에 관련 질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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