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범군민대책위, 예정지는 미호종개•유적•임꺽정 설화 가득한 곳
문봉리•사송리는 청정지역…진천군도 700억원투자해 관광 개발 중

 

국방부가 미군 산악훈련장 후보지로 지정한 진천군 지역 일원에 보물과 천연기념물, 산림욕장 등 문화‧역사‧생태관광 시설이 집중돼 있어 부지선정이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훈련장 예정지인 진천군 진천읍 문봉리와 백곡면 사송리 반경 3km 지역에는 천연기념물 제 454호 미호종개의 마지막 서식지와 보물 404호 연곡리 석비(일명 백비), 사적 414호인 김유신장군 탄생지 및 태실과 태령산성이 자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천군은 만뢰산 생태공원, 진천자연휴양림, 역사테마공원 조성 등 618억원을 투입해 이 지역을 생태관광지로 집중 육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훈련장저지 범군민 대책위원회’(대표 유재윤‧이하 범군민대책위)는 이같은 이유를 들어 훈련장 건립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지난 해 11월 한국농어촌공사와 ‘토지취득위탁협약’을 체결하고 미군부사관학교 산악훈련장 부지매입 절차를 시작했다. 국방부가 훈련장 부지로 매입하려고 하는 곳은 충북 진천군 진천읍 문봉리와 백곡면 사송리 일대 130만㎡다.

취재결과 국방부와 미군은 2015년 이 지역을 미군산악훈련장 예정지로 최종확정하고 2016년 여름 합동 답사까지 마쳤다. 국방부는 이런 사실을 올 1월까지 진천군과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꼭꼭 숨겼다. 이런 사실은 국방부가 지난 1월 진천군에 협조 공문을 보내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뒤늦게 이 사실을 접한 주민들은 지난 20일 범군민대책위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범군민대책위 관계자는 “이 지역의 생태적 가치와 역사성을 조금이라도 감안 한다면 절대 훈련장이 들어 올 수 없다”고 말했다.

23일 진천 미군훈련장저지범군민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훈련장 건립 배지화를 요구햇다.

임꺽정이 활동했던 곳 엽돈재

미군 훈련장 예정지를 기준으로 남쪽으로 태령산이 자리잡고 있다. 불과 몇백미터도 되지 않는다. 태령산은 바로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룬 김유신 장군의 태가 묻혀있는 곳으로 사적 414호로 지정돼 있다. 태령산 주위는 태령산성이 둘러싸고 있다. 태령산성은 둘레 216m의 신라시대에 축성된 석성이다. 산 아래에는 김유신 생가가 복원돼 있다.

남서쪽으로 59억원이 투입돼 조성된 진천만뢰산 생태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야외수영장과 생태탐방로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있다. 만뢰산(611m)은 진천군 관내 최고봉으로 진천의 진산(鎭山)으로 불린다. 주능선은 충청북도와 충청남도를 가르는 경계선이다. 정상에는 화가 최양호가 제작한 장승이 세워져 있다. 이 장승은 한자 뫼 산(山)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데 진천에서 가장 높은 산을 상징한다.

그 아래로는 보물 404호 진천연곡리 석비(일명 백비)가 있는 보탑사가 나온다. 보탑사는 높이가 무려 54m로 3층목탑인 통일대보탑으로 유명하다.

미군 훈련장 예정지 북쪽으로 올라가면 잘 보전된 진천 지역의 청정자연을 만나게 된다. 훈련장으로부터 1km 떨어진 백곡면 사송리 사정교 일원은 천연기념물 제454호 미호종개의 마지막 서식지다. 미호종개는 충북 음성,진천,청주,세종시에 분포한 미호천에만 있는 종으로 모래하천에서 서식한다. 하지만 미호천이 모래하천의 원형을 잃으면서 서식지가 파괴됐고 현재 백곡면 사정교 일원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서식지 옆에는 미호종개가 살고 있을 정도로 청정한 진천지역의 청정환경을 체험 할 수 있는 ‘물안뜰체험관’이 있다.

훈련장이 들어설 진천군 백곡면은 국내참숯 생산량의 70%를 생산하는 참숯주산지. 충남 천안시와 경계를 이루는 엽돈재에 이르는 길 옆으로 숯가마가 즐비하다. 엽돈재는 임꺽정의 전설이 서린 곳이다.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과 그의 세력은 엽돈재와 진천 초평면 일대에서 의적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엽돈재에서 한남금북정맥을 따라 올라가면 임꺽정의 스승 병해선사가 있었던 안성 칠장사에 다다르게 된다.

엽돈재란 명칭은 ‘엽전재’에서 유래했는데 과거 이 고갯길에 도적떼가 많아 가지고 있던 엽전을 다 빼앗긴다는 설화에서 유래했다.

 

신채호와 ‘거물래’, 철기시대 유적

미군부대 예정지에서 백곡지를 건너 동쪽으로 가면 진천종박물관과 주철장 전수교육관이 있다. 또 역사테마공원, 판화전시관등이 위치해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진천의 옛지명에 대해 " '흑양', '금물내'(金勿內), '금물노' 또는 만노(萬弩)라 한다. 금물(金勿)은 거물을 소리로 쓴 것이며 '내'(內), '노'(弩)(쇠뇌 노)는 다 '래'의 소리를 쓴 것이다. 고구려어로 '거물래', '금물노'는 '검은 들판'을 뜻한다. 신라시대의 지명인 '흑양'도 마찬가지로 '검은 들판'이다“고 적었다.

여기서 '검은 들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철이다. 진천의 흙에는 철의 성분이 포함돼 있고 그래서 검다. 또 이 때문에 진천의 쌀이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반증하듯 진천군 덕산면 석장리에서 3~4세기 시대의 백제 '제철로' 유적이 발견됐다. '제철'은 철광석과 연료를 이용해 철을 분리해 내는 과정이다. 이곳에서는 원료에서 제품 생산까지 일련의 철 생산 공정을 보여주는 30여 기의 철 생산 관련 시설과 함께 취사 및 제사와 관련된 유구가 국립청주박물관 조사팀에 의해 확인됐다.

23일 범군민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같은 사실을 근거로 미군 부사관학교 산악훈련장이 들어오면 안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흉물스런 철조망으로 철저히 통제된 군사지역이 되면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치유적, 경제적, 혜택적 가치는 하락될 것”이라며 “ 여러 사람 들에게 각인된 생거진천의 브랜드 이미지는 훼손되고 망가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 SOFA 규정 제4조의 규정또한 훼손되고 오염된 자연 환경을 후세에 물려줄 수밖에 없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용산 미군기지의 심각한 환경오염 실태와 그 피해가 우리 국민들의 몫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진천군 관내에 설치된 미군들의 자연환경 파괴와 복구 비용 부담 등 현실적인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결코 이 미군 훈련장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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