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인사와 골프회동에 관심, 부지사 인선도 영향 미칠 듯

이원종지사만큼 전국체전에 올인한 사람도 없다. 처음부터 종합우승을 목표한 것이나, 금강산을 비롯한 체전 사상 유례없는 3산(三山) 3해(三海) 성화채화, 그리고 시·군 분산개최에 따른 전폭적 지지 등은 이지사가 성공적 체전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음을 시사한다.

개회식날 노무현대통령만 참석했다면 이지사는 기대했던 모든 것을 얻었을 것이다. 종합우승과 관련해서도 단순한 목표설정이 아니라 아예 ‘지상과제’로 못박고 관계자들을 몰아치는 바람에 도청 간부들이 체전 내내 오금을 펴지 못했다.

이지사가 각종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국체전에 유난히 집착한 이유는 여러 각도로 해석된다. 가장 무게가 실리는 것은 본인의 입지 강화다. 그동안 당적 문제로 심각하게 흔들렸던 위상을 회복하고, 차기 지방선거에 따른 여론을 선점하기 위해선 사실 전국체전만한 호기도 없었다. 만년 하위 팀을 종합우승으로 끌어 올리는 ‘신화’를 만들어 낼 경우 이지사에 대한 평가는 도내는 물론 외부로부터도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역학관계에서 다시 조명되는 것은 역시 당적문제다. 지금으로선 한나라당에 남을 가능성이 극도로 높아졌다. 정당지지도 등 모든 경우를 따져봐도, 그동안 숱한 비난을 극복하고 한나라당에 남은 처신이 호재로 반전된 것이다. 때문에 이런 분위기에서 전국체전을 통해 본인의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한다면 이보다 더 분위기 조성에 획기적인 계기도 없다.

비밀골프 회동에 쏠리는 눈길
이와 관련해 한가지 주목되는 것이 있다. 지난 8월께 이지사는 송광호 한나라당 도당위원장과 신경식 전의원, 권영관도의회 의장을 초치, 모처에서 골프회동을 가졌다. 외형상으론 한나라당 인사들의 단합대회 쯤으로 인식되는데 실제로 이 자리는 그동안 당과 서먹서먹했던 이지사가 당 관계자들을 ‘달래는’ 성격을 띤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만 해도 이지사에 대한 당내 분위기는 아주 격앙됐다. 지난 총선의 어정쩡한 태도와, 당의 공식행사를 외면하고 되레 열린우리당의 대표를 수행한 것 등이 구설수에 올라 당내 일각에선 “아예 퇴출시키자”는 강경론까지 제기된 상황이었다. 이런 기류를 외면한채 당적을 유지하기란 사실 벅찰 수밖에 없었고, 지역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인사들을 불러 골프회동을 가진 것은 이런 분위기의 반전을 위한 다목적 포석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지사가 결정적으로 당성(黨性)을 회복할 기회는 또 있다.

부지사에 대한 인사다. 현 김영호행정부지사의 중앙전출 내지 발탁설이 힘을 실어가는 가운데 후임자에 대한 구도가 지방정치권의 관심사로 부각됐다. 만약 행정부지사가 올라가고 그 자리를 한범덕정무부지사가 옮겨 맡는다면 결국 정무직 부지사 자리가 정치권으로선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이지사가 한나라당으로부터 비판이나 서운함을 듣는 결정적인 것도 이런 정무직 인선과 관련, 당에 아무런 기여를 안 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노골적으로 정무직을 원한다. 어쨌든 이지사가 다시 한나라당의 ‘적자’로 변신하기 위해선 당에 확실한 ‘액션’을 보일 필요가 있고, 지금으로선 그 구체적 ‘결단’이 임기 후반기에 나타날 공산이 크다. 차기 지방선거는 아직 1년 8개월이나 남았지만 정치적 성격으로 따지면 1년 밖에 안 남았다.

한나라당 공조직 내에선 지금까지 이지사에 대한 비토 분위기가 많았지만 지역 공조직의 정점인 송광호도당위원장(전국회의원)의 입장에선 본인의 정치적 행로를 위해서도 결국 이지사를 편들 수 밖에 없다. 송위원장이 18대 총선에서 명예회복하려면 고향(제천)선배이자 학교(성균관대) 선배인 이원종지사의 3선도전을 적극 밀어야 이지사가 총선으로 선회하는 것을 원천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후보경선?
도지사출마가 거론되는 한대수 청주시장도 이지사로선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한시장은 최근 제주 출장길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시장 불출마’를 공언해 또 다시 관심을 촉발시켰다. 한시장은 정계에 입문한 후 정국의 부침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로지 ‘한나라당 외길’의 신념을 견지해 정치적 선명성에선 이지사를 앞선다. 때문에 실제로 도지사에 도전한다면 중앙당과 직접 거래로 공천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이지사와 한시장의 치열한(?) 후보경선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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