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시스타도서관, ICT 단지내 위치하고 이민자서비스에 주력

윤송현의 세계도서관기행
(4)북유럽 편

인구 70만의 스톡홀름시내에 공공도서관은 모두 43개. 중앙관과 42개의 분관이 있다. 43개의 도서관은 중앙관을 중심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홈페이지로 연결되어 있고, 시민들은 그 홈페이지를 통해 43개 도서관의 다양한 활동과 행사를 알 수 있다. 도서관 사이에 대출과 반납이 자유로운 상호대차는 아주 일찍부터 이루어졌다. 스톡홀름에 주소를 두고 있으면 어떤 도서관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대출한 책은 어느 도서관에 반납해도 된다.
 

복합쇼핑몰 <시스타갤러리아> 중앙통로에서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된 시스타도서관.

넓게 보면 스웨덴 내 도서관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지자체 도서관, 대학도서관, 국가기관 도서관, 연구소 도서관 사이에 장벽은 없다. 시민들은 모든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자기가 찾는 자료가 멀리 떨어진 지자체의 도서관에 있더라도 약간의 수수료를 지불하면 가까운 도서관에 대출을 신청해서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북유럽국가들이 모두 비슷하다. 기관 간에 벽이 낮고, 협업이 잘 이루어지는 사회이다. 사회적 신뢰와 연대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자본이 충실한 사회인 것이다. 같은 사무실내에서도 팀 간에 감추고 경쟁하는 사회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2015년에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 수여하는 올해의 공공도서관상(Public library of the year)을 받은 곳이 스톡홀름에 있는 43개 도서관 중의 하나인 시스타도서관이다. 분관이 세계의 도서관상을 받았다니. 시스타는 세계에서 미국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큰 전자통신기술(ICT)단지이다. IBM, Microsoft 등 세계적인 기업과 연구소, 대학들이 입주해 있다. 기업체만 650여개, 그중 ICT기업만 250여개이다. 그곳에 가보자!

사람들을 찾아가는 도서관

시스타(Kista)는 스톡홀름 중앙역 앞에 있는 중앙지하철역(T-central)에서 전철을 타면 20분만에 갈 수 있다. 시스타역에서 전철을 내리면 곧바로 대규모 복합쇼핑몰인 시스타갤러리아로 이어진다. 시스타의 상주 인구는 3만명 정도이지만 쇼핑몰은 국제적인 수준이다. 각종 명품샵은 물론 영화관, 볼링장, 식당가 등이 입주해 있다. 쇼핑몰을 지나다보면 도서관을 애써 찾을 것도 없이 바로 ‘Bibliotek’ 표시가 눈에 들어온다. 도서관이다.

이런 대형 쇼핑몰의 메인 통로에 도서관이 있다니 순간 발길이 멈춰진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바로 도서관 열람실이 신세계처럼 펼쳐진다. 도서관 하면 으레 산 밑이나 외진 곳만 떠올리는 문화적 습성을 지니고 있으니 이 도서관은 위치 자체만으로도 문화적인 충격이다.

시스타도서관은 다른 곳에 있었는데, 2014년에 시스타갤러리아 내로 이전해왔다고 한다.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스웨덴 도서관의 특징이다. 도서관이 터를 잡고 사람들이 올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도서관은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도서관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늘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리고 도서관도 자꾸 사람들이 몰리는 곳으로 옮기는 것이다. 복합쇼핑몰이 만들어지는 추세에 따라 도서관도 복합쇼핑몰 내로 들어가는 것이다.

시스타도서관에서 우리를 안내해준 요한나의 말에 따르면 “임대료가 비싼 편이지만, 도서관 건물을 따로 짓는 것과 비교해서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고 한다. 특히 시민들의 이용도를 고려하면 복합쇼핑몰내에 도서관을 차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요한나에 따르면 쇼핑몰측에서도 도서관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쇼핑몰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쇼핑몰을 홍보하는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시스타도서관.

이민자 모국어로 된 책과 자료 비치

도서관을 옮기는 과정을 요한나에게 더 들어봤다. 시장이 결정했나? 아니란다. 한 개의 도서관을 만드는데 스톡홀름의 도서관 관리직과 정치인이 다 같이 논의한다고 한다. 시스타도서관을 새로 짓는 것도 10년의 논의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이전의 도서관이 비좁았고, 급증하는 이민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도서관에 대한 뜻을 모아온 것이다.

어디에 도서관을 지을 것인가를 논의할 때, 소득이 높은 사람들과 낮은 사람들의 재분배의 필요성이 논의되었고, 공공서비스가 필요한 곳에 도서관을 설치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도서관을 짓는 과정에서도 그 사회의 기본 철학이 담긴 것이다.

시스타도서관의 큰 특징은 이민자서비스이다. 이것은 시스타가 ICT산업단지답게 주민 70% 정도가 이민자들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온 과학자, 학생도 많지만, 일자리를 찾아온 이민자 그중에도 난민들이 많은 편이다. 북유럽의 국가들은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고 관대하기로 유명하다. 난민들이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시스타도서관은 이민자들을 위해 특화되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서비스가 다양하고 충실한 것이다.

이민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이민자들에게 스웨덴어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을 생각하면 안 된다. 스웨덴어교실이 있지만, 무엇보다 이민자들이 자신의 모국어로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충실하게 한다. 서가만 살펴봐도 다국어자료가 매우 많다.

전체 자료의 40%가 스웨덴어가 아닌 외국어자료이고, 전 세계 350여 가지 언어로 된 잡지, 디지털자료를 갖추고 있다. 이민자들에게 이야기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같은 이야기를 아라비아어, 소말리아어, 이란어 등 10가지 언어로 읽어준다. 직원 중에 이민자들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민자 어린이들을 위해 스웨덴어와 모국어가 같이 인쇄된 그림책을 갖추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나는 시의원으로 일할 때 우리 지역의 다문화센터에 작은도서관을 설치하도록 도와준 적이 있는데, 그때 갖춘 책은 우리나라 책뿐이었다. 북유럽도서관 탐방에서 돌아온 뒤에 다문화센터측에 북유럽의 이민자 정책을 소개하며 이민자들의 모국어 도서를 갖출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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