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 자치행정부장

아테네올림픽이 열렸던 지난 8월, 그 뜨겁던 여름에 국민들은 밤잠을 설쳐대며 환호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메달을 딸 때마다 마치 나의 일처럼 기뻐했고 그렇지 않을 때는 함께 슬퍼했다. TV화면에는 연일 화려한 아테네의 경기장 모습과 그 도시를 수놓은 세계 각국 선수들이 등장했다. 그 뒤 아테네에서는 장애인올림픽이 열렸다. 팔이 없어도, 다리가 없어도 장애를 이기고 휠체어를 부지런히 돌리는 인간승리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전달되기는 했으나, 비장애인들의 축제처럼 화려하지는 않았다. 아니, 아예 장애인올림픽이 아테네에서 이어 치러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뿐 아니라 장애인선수단은 아테네에 갈 때부터 엄청난 차별을 받았다. 예산이 없어 비장애인처럼 아테네로 직항하는 전세기를 띄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데 비장애인은 11시간이 걸린 반면 장애인들은 하루 꼬박, 24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는 이들을 동행취재하면서 적나라한 실상을 전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서울에서 런던까지 간 뒤 런던에서 5시간을 기다렸다 다시 아테네로 가는 동안 선수들은 거의 ‘파김캄가 되어 ‘짐짝’처럼 실려갔다는 것이다.

게다가 장애인들은 연금면에서도 차별을 받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비장애인에게는 월 100만원의 연금이 주어지나 장애인은 60만원 밖에 받지 못했던 것. 그래서 장애인들은 오랫동안 이를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외면해 왔다. 장애인올림픽 선수단이 인천공항을 출발하던 날, 한 쪽에서는 장애인들의 조용한 피켓시위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행히 정부는 올해 입상자부터 연금을 똑같은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말해 기대를 갖게 한다.

제85회 전국체전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를 주관한 충북도에서는 몇 개월 전부터 준비하며 엄청난 공을 들였다. 국비 400억원과 도비 400억원에 기타 예산이 들어간 전국체전이 광역자치단체로서는 큰 행사임에 틀림없다. 평가는 나중에 나오겠지만, 일단 큰 불상사 없이 원만하게 진행된 것에 대해 충북도민들은 안도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충북에서는 내년에 또 하나의 큰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장애인체전이다. 하지만 올림픽의 화려한 조명 뒤에 장애인올림픽이 있었듯 체전도 두 얼굴을 가진 축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충북여성장애인연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장애인들에게 연금을 올려주는 것도 좋지만, 장애인체전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장애인들은 스포츠경기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한 번도 시원하게 달려보지 못했지만 남을 통해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그럼에도 매스컴에서는 중계하는 데 인색해 집에서 앉아 볼 수도 없고, 교통수단이 없으니 경기장에 가볼 수도 없는 처지다. 전국체전을 하면서 엘리트체육을 지양하고 생활체육으로 가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장애인들도 스포츠를 생활체육으로 즐기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장애인체전도 전국체전처럼 다양한 종목에 대한 경기를 실시한다. 그러나 선수단을 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선수층이 얇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그 만큼 장애인 선수를 길러내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특수학교나 장애인시설 중심으로 선수단을 짠다는 것. 이 때문에 소속은 없으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싶은 재가 장애인들은 대회에 출전하기 어렵다는 게 장애인들의 하소연이다. 행정편의주의라는 불만은 여기도 해당된다. 우리사회의 장애인 차별은 이미 악명이 높다. 하지만 작은 문제부터 변화를 시도하면 여러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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