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소득 줄어 이농현상 심각… ‘농사 뭐하러 지어’ 어른들 핀잔

<정순영의 일하며 생각하며>
정순영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사무국장

 

지난해 6월 결혼을 하고 지금 사는 안남면 덕실마을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나는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상근활동가로 일하며 읍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고 남편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런저런 농사일을 배우며 앞으로 먹고 살 방안을 모색 중이다. 사실 이런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며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 대부분은 ‘도대체 어떻게 먹고 살려고 그러느냐?’며 걱정 한 마디씩을 건넨다.

그럼 우리 둘은 나름 진지하게 ‘농사를 지으려 한다’고 답해보지만 그 말을 크게 신뢰하는 것 같지는 않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말을 신뢰하지 않는다기보다는 ‘농사를 지어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에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1990년대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아무 대책없는 개방농정으로 우리 농촌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특히 우리쌀도 남아도는 상황에서 수입쌀을 들여오고 북한으로 보내던 쌀마저 교류가 금지되면서 우리 농업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쌀산업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농민들은 들녘이 아닌 아스팔트 위에서 쌀값을 보장하고 국가 기간산업인 농업을 되살릴 것을 요구하는 아스팔트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농민의 먹고 사는 형편이 도시민보다 어렵다는 것은 몇몇 통계자료만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시근로자가구 소득 대비 농가소득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고 그 추세는 향후 10년 이후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곧 무너질 것 같은 농촌 인구 피라미드

2016년 기준 도시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5000만원 수준인데 농가 평균소득은 3500만원 내외로 도시민의 65%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사실 도시든 농촌이든 내 주변에선 저만큼 버는 이들을 도통 찾아볼 수가 없는데 저것이 대한민국 평균이라니 거참...) 하지만 10년 후에는 이 격차가 더더욱 크게 벌어져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가구의 50%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게, 어느 농민단체 주장도 아닌 정부기관의 전망이다.

뭐 이러저러한 숫자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농촌에서 농사지어 먹고 살만 하다면 우리 마을의, 내가 사는 안남면의 인구가 이렇게 줄어들 리가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실제 우리나라 농가인구는 1996년 469만 명 수준이던 것이 10년 사이 45% 가까이 줄어 현재 255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농가인구는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전망이라 10년 후쯤에는 200만 명 대를 유지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더 큰 문제는 농가소득이 계속 줄어들다보니 한참 가정을 일구고 경제활동에 주력해야할 20대~40대 연령층의 농촌 이탈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농촌 지역 연령별 인구 피라미드 표를 보면 알겠지만 안 그래도 도시에 비해 고령화 비율이 높았던 농촌은 2015년, 마치 곧 무너질 것 같은 피라미드처럼 아슬아슬한 현실에 놓여 있다. 젊은 층의 급속한 이탈이 가져온 결과이다.

최근 겪었던 웃지 못 할 이야기 하나. 내가 사는 동네의 지역신문인 옥천신문은 해마다 그 해의 띠를 가진 주민들의 새해 소망을 지면에 담고 있다. 정유년은 닭의 해인데 81년생인 나 또한 닭띠. 하지만 전직 옥천신문 기자였던 나를 굳이 인터뷰하겠나 싶어 생각도 않고 있던 차에 신문사 후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선배님, 제가 면사무소랑 다 알아보니 안남면·안내면을 통틀어 면에서 실거주하는 81년생이 선배님뿐인 것 같아요.” 정말이냐, 내가 그렇게 귀한 81년생이었냐며 농담 섞인 이야기를 건네면서 전화를 끊었지만 이내 여러 가지 생각이 밀려들었다. ‘농촌 인구가 줄고 있다, 농촌에 젊은 사람이 없다’고 늘 이야기하곤 했지만 두 개 면을 걸쳐 나랑 동갑인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서 지금 농촌사회의 현실이 다시금 피부로 느껴졌다고나 할까.

악순환의 고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농가소득이 줄어들수록 농촌을 떠나는 사람은 계속 늘어나고 그렇게 농촌에 일할 사람이 줄어들다보니 남아있는 농가는 농사를 짓기 위해 돈을 주고 일손을 사와야 한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은 늘 제자리인 상황에서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비만 늘어나면 농가소득은 또 다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점점 먹고 살기가 어려워진 농민들은 차라리 일용직 노동자가 되는 것이 낫겠다며 농사를 포기하고 농촌을 떠나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도 봄 되자 분주해지는 농촌

이는 단순히 산업으로서의 농업이 쇠퇴하는 문제를 넘어 농촌이라는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해져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30년 전에는 내가 사는 안남면에도 시장이 서고 약국도 있고 신발가게도 있고, 막걸리집도 있었는데 이제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이 모든 것을 다 외부에 나가서 해결해야 한다. 심지어 면 지역을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라고도 할 수 있는 초등학교마저 해마다 1학년 신입생이 한 명이라도 있을지, 2~3명이 입학하더라도 다른 학년과 합반을 해야 하는 건 아닐지 가슴 조리며 지켜봐야 하는 게 농촌의 현실인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팍팍한 현실임에도 겨우 내 휴식에 들어갔던 농촌의 들녘이 다시금 분주해지고 있다. 농업과 농촌을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의 한 해 농사가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 대부분이 말리기는 하나, 우리 부부 역시 올해부터는 진짜 농사를 제대로 배워보자 싶어 마을의 형님들과 어르신들을 뵐 때마다 ‘저희가 올해 뭘 좀 심어보면 좋을까요?’라며 조언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돌아오는 반응 대부분은 ‘농사 뭐 하러 지으려 그래, 아직 젊은데 어떻게든 다른 걸로 먹고 살아야지’란 말씀. 그래도 한번 도전해보겠다며 귀찮도록 이것저것 여쭤보면 철없다 핀잔을 주시면서도 기특하다는 듯 미소 띤 얼굴로 알려주시곤 한다. 20년 후, 30년 후 우리 부부에게 이렇게 농사 자문을 구할 청년이 과연 우리 마을에 살고 있을까? 아니 농사를 지으며 살겠다는 우리 부부의 꿈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일까? 봄기운이 모락모락 솟아나기 시작한 들녘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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