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지지율 2배 상승, 문재인 이어 2위
'세종시 행정수도론' 보수포용 정책효과

반기문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로 여야 대권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여권에서는 예상대로 황교안 권한대행이 '포스트 반' 주자로 등장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야권에서는 예상외로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2배이상 오르며 급부상하고 있다. 안 지사의 '우 클릭' 공약이 보수표의 일정부분 흡수하고 있고, 반기문 퇴장으로 벽에 부딪힌 '충청권 대망론'의 후광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선 가도의 변수에서 상수로 탈바꿈하고 있는 '안희정 신드롬'을 충북권을 중심으로 집중분석해 본다.<편집자 주>

KBS와 연합뉴스가 공동으로 5일과 6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대선 여론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16명 대상. 표본오차 95%±2.2%p)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29.8%, 안희정 충남지사가 14.2%,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1.2%로 조사됐다. 이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6.3%, 유승민 의원이 3.2%로 나타났다.

문 전 대표가 '대세론'으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반 전 총장이 점했던 2위 자리를 안 지사가 차고 올라섰다. 황 권한대행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안 지사에 한발 뒤진 3위권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이재명은 반 총장 불출마 선언이후에도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이다. 결국 현재의 판세를 보면 1강(문재인) 2중(안희정, 황교안) 2약(안철수, 이재명) 구도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안 지사에 대한 여론지지의 확장 가능성이다. 5명의 주요 후보군 가운데 자체 확장성이 가장 크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치러진 국민일보-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59명을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포인트)에서 안 지사가 호감도에서 1위를, 비호감도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안 지사의 호감도(55.4%)는 문재인 전 대표(51.8%)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친근한 이미지가 강점이었던 문 전 대표가 호감도 조사에 밀린 것은 나름의 의미가 크다.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거부감을 나타내는 비호감도(37.6%)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46.9%)를 이겼다. 안 지사가 진보·보수 진영과 전 세대에서 걸쳐 폭넓은 호감을 얻고있는 셈이다. 

충청권 지지율 문-안 '박빙'

충청권에서는 안 지사에 대한 지지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대전ㆍ충청 지역에서 1월 중순 12%에 머물렀던 안 지사의 지지율은 반 전 총장 하차 이후인 2월초 21%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문재인 전 대표는 27%에서 25%로 2%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한달전 15%나 앞섰던 지지율이 반기문 낙마이후 4% 차이로 좁혀졌다. 황교안, 이재명은 8%에 머물렀고 안철수도 6%대로 전국 평균에 뒤졌다. 결국 현 시점에서 충청권은 문 '대세론'- 안 '충청권대망론' 양강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충청권은 선거때마다 여야의 승패가 엇갈리는 대표적 스윙보터(부동층:Swing Voter) 지역이다. 하지만 보수의 진공 속에 야권주자 강세라는 전국 표심의 일단이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반기문이 군불 때온 '충청권대망론'을 안 지사가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충청권대망론'은 당내 경선용으로 유용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지지율 추세로 보면 당내 충청권 경선에서 안 지사의 역전극은 누구나 예견할 수 있다.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금산·논산·계룡시)이 출마선언한 상황이지만 본선에서 '충청권대망론'을 잠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안 지사는 충청권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공약을 진작에 발표했다. 지난 1월 9일 안희정 지사와 남경필 경기지사는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세종시를 '정치·행정 수도'로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국회와 청와대, 대법원과 대검찰청을 세종시로 이전시킨다는 공약이었다. 충청인들은 애초 노무현 정권의 '행정수도'라는 큰그림이 이명박 정권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위축된 상황을 지켜봤다. 따라서 친노 적자를 주창하는 안 지사의 '세종시 행정수도 복원론'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전망이다.

우회전 '깜박이' 좌회전할까

이에대해 지역 정치인 K씨는 "세종시 정부청사에 주요부처가 자리잡고 있지만 국회와 핵심 권력기관이 서울에 있다보니 비능률과 낭비요소가 많았다. 보수층에서도 세종시의 절름발이 모습을 걱정하는 유권자들이 많다고 본다. 서울, 경기 유권자들은 서운할 지 모르지만 안·남 지사가 소신껏 공약을 밝힌 것이라고 본다.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를 걱정하는 유권자라면 적극 환영할 공약"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가 독자적으로 '세종시 행정수도 복원론'을 제시했다면 충청권 포퓰리즘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었다. 하지만 남경필 경기지사를 끌여들여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정책의 명분과 무게를 더하게 됐다.

또한 안 지사가 내건 대연정론에 대해서도 남 지사가 지원사격을 하고 나섰다. 남 지사는 경기도에서 야당 추천몫 연정부지사를 임명하는 등 자치단체 차원의 연정실험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일 종편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시대 교체'와 '여야를 뛰어넘는 협치' 를 강조했다. 서로 동일한 메시지를 전파하며 이번 대선에서 '50대 세대 교체론'을 내세우고 있다. 당내경쟁자들과 달리 안보와 복지, 경제 분야에서 보수층을 껴안으려는 안 지사의 정책적 시도에 대해 민주당내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지지자들 사이에는 "좌회전 깜박이 넣고 우회전 하는 것보다, 우회전 깜박이 넣고 좌회전하는 게 더 낫다"며 '포용하는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안 지사 지지활동을 하는 청주 L씨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국민경선 참여방식이 간소화돼 당원보다는 국민경선 선거인단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다. 안 지사가 상승세를 유지하며 2위권을 지킨다면 최종 경선에서 결선투표제를 통해 역전극을 만들 수 있다. 민주당 후보 확정이 대선 당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충청권의 표심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의 안희정맨 이후삼위원장, 구천서는 왜? 

충북 정치권의 안희정맨은 더불어민주당 이후삼 지역위원장(제천 단양)이 유일하다. 2010·2014년 2차례에 걸쳐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 선대본부 상황실장을 지낸 측근 중에 측근이다. 2014년 지방선거 뒤 충남지사 정무비서관을 역임하다 지난해 20대총선에서 민주당 제천단양선거구에 출마하기도 했다. 안 지사와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관계가 독독해 2008년 당내 최고위원후보 선대본부 팀장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현재 안 지사측 대표로 나서 당내 후보간 경선룰 협상에 임하고 있다.

도내 민주당내 경선구도를 감안하면 도종환 의원과 노영민 전 의원은 적극적인 친문계로 활동하고 있다. 비주류인 오제세 의원은 문지지 입장으로 선회했고 변재일 의원은 다소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소속 홍성열 증평군수, 송기섭 진천군수는 친문계로 분류되고 이근규 제천시장은 이후삼 지역위원장과의 관계에서 행보가 주목된다.

문 전 대표에 비해 아직 사조직 활동은 미약한 편이며 인터넷 밴드를 통해 활동가 중심의 모임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선룰이 확정될 경우 국민경선 선거인단 모집을 위해 본격적인 조직 가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구천서 전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는 보수단체 '한반도미래재단' 행사장에서 안희정 지사가 안보 주제 강연을 맡기로 해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주 지역구 2선(14· 15대) 출신인 구 전 의원은 안 지사와는 고려대 동문 선후배로 알려졌다. 지역 정치권 일부에서는 "안 지사의 대선후보 줏가가 오르면서 여기저기서 정치낭인들이 모여들 수 있다. 평판과 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인맥늘이기를 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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