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기자회견 "순수한 뜻 접겠다” 정치권 반감표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3시 30분께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주도해 정치 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귀국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 20여일 만이다.

반 전 총장은 “저의 순수한 포부를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를 해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면서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며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는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단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결정으로 저를 열렬히 지지해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과 가까이서 일해온 여러분들이 실망할 것에 대해 죄송하다”면서도 “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유아독존 식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선 각자 맡은 분야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 묵묵히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 측은 이날 오전 언론기자 대상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갑자기 폐쇄해 의구심을 낳았다. 석일우 공보담당은 카톡방에 "오늘부로 더 이상 이 단톡방은 운영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많은 관심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글을 남겼다. 이에따라 일부 기자들 사이에 반 전 총장의 불출마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설연휴 직전 반 전 총장은 지지율이 정체되자 제3지대가 아닌 독자 세력화를 표방했다. 신당창당을 통해 위기 탈출을 시도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함께 뜻을 할 것으로 알려졌던 제3지대 인물들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입당 가능성이 점쳐졌던 기존 정당에서조차 미적지근한 반응이 이어졌다. 반 전 총장 입국 직후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던 새누리당 충청지역 의원들조차 탈당을 미루는 등 정치세력화에 사실상 실패했다. 설연휴 기간동안에도 자신에 대한 여론변화가 감지되지 않자 불출마를 굳힌 것으로 분석된다.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도내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크게 당혹해 하고 있다. 사실상 여권 분당사태에도 불구하고 '메시아'로 여겼던 충청권대망론의 반기문 카드가 하루아침에 날아갔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정우택(청주 상당) 원내대표를 제외한 경대수(증평·진천·음성), 이종배(충주),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권석창(제천·단양) 의원은 반 전 총장 행보를 따라 탈당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불출마 선언과 함께 "어떤 정당도 지지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결국 4명의 의원들은 새누리당에 잔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 전 총장과 충북 의원 3명의 뉴욕 회동을 주선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여온 박덕흠 의원은 당내 입지가 위축될 전망이다. 따라서 여권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간의 대권 후보 경쟁 구도속에 4명의 도내 지역구 의원들이 단일대오로 움직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