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참에 나도 한 자리 찾아 볼까나
상태바
이 참에 나도 한 자리 찾아 볼까나
  • 충청리뷰
  • 승인 2017.01.25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 격외도리/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선거의 매력은 역시 ‘한 방’에 있다. 후보는 당선되자마자 사람이 달라지고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 또한 운만 좋으면 하루 아침에 신분상승을 꾀하게 된다.

36세에 불과한 트럼프 맏사위는 장인 덕에 백악관 상임고문으로 임명돼 사업가에서 졸지에 세계를 움직일 핵심 인물로 변신했다. 극단의 이념과 정제되지 못한 언사로 그동안 미국 주류사회에서 이단아 내지 아웃사이더로 치부되던 인사들 또한 급(級)이 같은 트럼프를 만나는 바람에 단박에 정부 요직들을 꿰찼다.

이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요즘 지역사회에도 넘쳐나고 있다. 설 민심의 한 축을 차지하기 위한 대권 후보들의 출마선언이 잇따르면서 지역 명망가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진 것이다. 후보의 캠프로부터 참여를 제의받기도 하지만 스스로가 후보측에 선을 대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눈에 띈다.

이러한 현상을 꼭 사시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어차피 선거라는 것은 조직이나 체제의 물리적 변화는 물론이고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인적 치환(置換)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기에 이를 전제로 한 사람들의 인연맺기는 인지상정일 수 있다. 더군다나 당선과 동시에 수천, 수만 개의 정무적 자리가 떨어진다는 대통령 선거일진대 유력 후보에게 사람이 쏠리는 추세는 사상 초유라는 국정농단의 정국도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

후보가 뜬다 싶으면 가장 먼저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은 이른바 테마주라 통칭되는 후보 관련 주식이다. 현재 지지도 1, 2위를 달리는 문재인 반기문을 예로 들어 보자. 문재인은 이미 지난 대선부터 오랜기간 차기 대권주자로 여론에 휘둘리며 조정기를 거친 탓에 테마주의 변동은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다. 그렇더라도 여론조사가 발표될 때마다 수치의 좋고 나쁨에 따라 여전히 등락을 지속한다.

반기문 테마주는 그의 출마움직임이 단기간에 이뤄진만큼 귀국에 맞춰 이미 몇 차례 요동을 쳤다. 갑자기 올랐다가도 어느 순간 무더기 하락하는 바람에 급기야 금융당국이 정치 테마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며 투자자들에게 추종매매 주의령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반기문의 경우 충북이 연고인 관계로 씨씨에스 케이블TV와 광림 등 도내 상장사들의 테마주 동향은 요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정치 테마주는 결국 쪽박을 찬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정치 테마주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들 종목에 투자한 개인 10명 가운데 7명 꼴로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테마주를 둘러싼 불공정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특별 조사반’을 가동하는 것도 후보 분위기에 편승한 운신이 얼마나 무의미한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도 남는다.

테마주 다음으로 잘 나가는 후보에게 두 번째로 민첩(?)하게 반응하는 것은 다름아닌 사기꾼이다. 후보와 캠프를 팔아 앞으로의 관계를 거론하며 기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거나 특정 사업에 대한 투자를 요구한다. 현재 동생과 조카의 비위로 여론에 치이는 반기문은 이미 이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반기문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한창 탄력을 받을 시기인 2009년 쯤에 발생한 속칭 ‘제임스 한’ 사건이다.

당시 30대 중반이던 희대의 사기꾼이 반기문 사무총장 및 국내 유력 정치인과의 인맥을 사칭하며 ‘나는 한국의 이건희 같은 사람’이라고 속여 아프리카의 주로 후진국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것이다. 국내에선 전직 공기업 간부와 돈많은 사업가들에게 접근해 아프리카 사업의 공사를 미끼로 거액을 뜯어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수단, 말리 등 극빈국 대통령을 만나 정부 차관을 약속하며 사진을 찍고 이메일을 주고 받은 뒤 이를 사람들을 속이는 데 활용했다.

이 사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반기문이 충북출신이라 그런 지는 몰라도 당시 알만한 청주 사람들도 여럿이 연루됐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주택과 병원 등의 공사를 맡기겠다는 사기꾼의 말에 혹한 나머지 팀을 이뤄 직접 현지 방문까지 했는데도 공교롭게 다른 지역에서 사기행각이 먼저 불거지는 바람에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안 그랬으면 지역사회에도 큰 민폐를 끼쳤을 게 뻔하다. 그 때 나왔던 얘기가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청주는 권력 추구의 뒷거래 문화와 또 이를 바탕으로 행세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제임스 한같은 사기꾼에겐 만만한 밥이다.”

본격 대선정국이 시작되는 시기에 굳이 달갑지 않은 일들을 들추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지금 대권후보들을 향해 밀물처럼 몰려드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닭 쫓다가 지붕쳐다보는 꼴의 ‘쪽박’을 조만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라의 앞날을 위해 좋은 후보를 지지하고 따라야지 무슨 자리나 바라고 사활을 걸면서까지 몰려다녀서야 어디 되겠느냐는 말이다. 권력의 비선실세는 바로 이런 데서 출발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것 한 가지는 자리를 걸고서라도 꼭 실천했으면 한다. ‘일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은 절대로 쓰지 마라. 대신 일할만한 사람들을 찾아서 쓰라는 것이다.’ 이것이 안 되면 다음번 대통령은 또 다시 실패한다.

지금 국민들은 참담함을 넘어 죽고싶은 심정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당사자들은 국정농단도 부족했는지 이제는 특검조사와 헌재의 심리를 놓고 법과 헌법까지 조롱하며 국민들을 농락하고 있다.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요즘은 “아예 나라는 없다”로 바뀔 정도다.

하지만 이 것이 오로지 그들만의 책임이겠는가.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토크빌)’는 말을 단 한번이라도 고민한다면 지금 이 순간 부나비처럼 후보와 캠프를 향해 돌진하는 사람들은 먼저 스스로부터 되돌아 보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