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주시 수곡동 주공(주택공사) 아파트에 사는 주부 이모씨(46)는 2년전부터 은행일을 볼때마다 보통 불편을 겪는 게 아니다. IMF이후 금융기관에 분 구조조정 여파로 집 부근에 설치돼 있던 주택은행 수곡동(산남동) 지점이 어느날 출장소로 격하되더니 그마저도 얼마후 폐쇄돼 버렸기 때문이다.
주공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하면서 주택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융자받은 이씨는 주택부금의 원리금 상환을 위해 한달에 한 번씩 수곡동 점포를 찾는 게 일이었다. 그러나 점포가 폐쇄되고 부터 이씨는 융자받은 자금의 상환은 물론 수시 입출금 등 여타 금융거래를 할 때마다 시내 점포까지 찾아가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은행점포 줄줄이 폐쇄 ‘삭막’

이씨는 “조흥은행 점포도 이곳에 있었지만 이마저도 없어져 버린 뒤 수곡·산남동 일대는 시중은행 점포 사각지역으로 전락했다”며 “은행들이 구조조정의 명분아래 점포당 생산성이란 잣대를 획일적으로 들이대며 영세 점포들을 무차별적으로 철수시킨 것은 잘못”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은행들이 경영실패를 인정, 새로운 경영기법을 개발하기 보다 점포폐쇄라는 극단적 수단에 손쉽게 의지한 것은 모든 책임을 고객에게만 전가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2
수곡·산남동과 이웃한 분평동의 W, B, L 등 대단위 아파트 주민들도 금융 서비스 빈혈지대에서 사는 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 W 2차 아파트 뒤쪽에 있던 충북은행 분평동 출장소가 조흥은행과 합병을 전후해 폐쇄된 이후 분평동 구 시가지역에는 금융기관 점포가 전무하다.
조흥은행의 경우 합병이후 분평동 택지개발 지구내에 중소형 규모의 점포를 개설해 놓고 있지만 대로를 가로질러 약 1km나 떨어져 있는데다 시내버스 노선이 없어서 이곳 주민들이 이용하는데 불편이 보통 큰 게 아니다. 먼 곳까지 걸어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택시를 타고 은행일을 볼 수도 없는, 차를 갖고 있지 않은 대부분의 주부들은 이 때문에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나가야 하는 고충을 안고있다.

고객불편 외면하는 이기주의

“분평동에는 특정 지역에 위치한 조흥은행 점포를 제외하곤 최근에 문을 연 청주축협을 포함, 우유조합 등 2금융권 기관 전포만이 소규모로 설치돼 있어 다양한 금융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같은 분평동에 사는 주민들도 이러한데 이웃 수곡·산남동과 미평·장암동 및 남이 지역 주민들의 불편은 얼마나 크겠습니까.” 농협중앙회 충북지역본부는 청주 남부지역 주민들의 금융불편 해소와 신규 고객 창출 등 다목적 차원에서 지난해 분평동 진출을 모색했다가 계획을 백지화했다. 뒤늦게 농협과 합병한 청주축협이 합병전 분평동 지역에 부지를 확보, 점포 설치를 이미 결정해 놓고 있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농협은 일정 거리 이내의 점포 중복 설치 등을 금지하고 있는 내부 규정에 따라 황금지역으로 떠오르는 분평동에 대한 진출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포기했지만 지금도 아쉬움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제2금융권 소점포만

“분평동은 상주인구만 3만명이 넘습니다. 수곡 산남 미평 남이 장암동 일대 주민을 합하면 10만명을 훨씬 넘을 겁니다. 이 지역은 대전과의 연결축 선상에 위치한 신흥개발지역으로 상주 및 유동인구가 늘고 있고 자금흐름도 몰리는 곳 입니다. 더구나 산남3지구의 본격 개발을 앞두고 수천억원의 보상자금이 이미 풀리기 시작하고 있는데다 개발사업에 따른 발전잠재력이 충분한 곳입니다. 첨단 금융기법과 규모화로 무장한 농협중앙회가 이 지역에 진출했더라면 농협 입장에서도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주민들에게도 질 높은 금융서비스 혜택을 누릴 기회가 됐을 텐데 못내 아쉽습니다.”
#3
도시화 및 개발이 이뤄진 지 오래된 내덕·용암동 지역은 고밀도 금융서비스망이 넘칠 정도로 잘 갖춰져 있는 지역. 합병전 국민·주택은행 점포가 각각 1개씩 2개나 되는데다 농협중앙회 지점과 청주농협이 무더기(?)로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합병 국민은행은 산남 수곡 분평지역 등에는 점포 신설계획을 전혀 세우고 있지 않고 있는 반면 이곳에 설치돼 있는 국민·주택은행 점포는 아직까지도 중복운영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 지점
용암·내덕동엔 2개씩

국민·주택은행은 합병을 하면서 “통합 시너지 효과속에 초우량 금융기관으로서 소매금융 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 고객편의를 도모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인구 10만명이 넘는 산남·수곡·분평동 지역에 대해서 만큼은 철저한 은행 이기주의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관계자는 각각 “합병전 분평동 진출을 검토했다가 합병이후 내부 조직을 추스리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면서 점포 신설 계획이 전면적으로 중단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월말이나 연말, 추석 설날 등 특정한 때만 되면 유사금융기관인 동네 우체국은 발디딜 틈조차 없이 북적대는 손님들로 극심한 혼잡을 겪고있고 이 때문에 한없는 대기시간으로 엄청난 불편을 겪기 일쑤”라며 “사정이 이러한 데도 시와 도 등 자치단체와 지역구 출신 정치인들은 무엇하는 것이냐”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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