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되면 읍내 한산…가게 인수자 없어 손해 감수하며 문닫아 할 판

음성지역 상인들이 끝없는 불황과 극심한 소비침체 탓에 울상이다. 음성군과 지역민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창업한 일반음식점 947곳 중 40.12%에 해당하는 380곳이 폐업했다. 10개 음식점 중 4개 음식점이 창업했다가 5년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것. 폐업을 하더라도 가게 인수자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손해를 감수하면서 마지못해 가게 문을 닫는 경우가 다반사다.
 

▲ 음성군 읍내 전경. 저녁 7시도 안 된 시간이지만 문을 열지 않거나 닫은 가게. 임대를 내놓은 가게들이 눈에 띈다.

최근 음성지역의 불황과 극심한 소비침체 탓에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연말연시 송년회 모임과 신년회로 외식업이 특수를 누렸지만 요즘은 그러지 못하다.

그나마 음성군청이 구내식당을 운영하지 않으면서 청사 주변 식당은 사정이 낫지만 이마저도 저녁 이후에는 공무원들이 빠져나가면서 청사 주변 식당들은 일찌감치 문을 닫기 일쑤다. 특히 음성읍은 오후 7시면 손님들로 북적였던 예전 모습과 달리 적막감이 돌면서 한적한 거리로 변했다. 기업체 직원 상당수가 청주, 충주 등 외지에서 출퇴근을 하는 탓에 거리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일부 음식점이 일찍 문을 닫기 때문이다.

꽃집·화훼농가 ‘울상’

더욱이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까지 번져 닭과 오리를 주재료로 한 음식과 계란값마저 폭등하면서 제과점·빵집 등 연관 업계에 비상이 걸리는 등 고충이 커지고 있다. 오리고기 식당을 하는 한모(49·음성읍) 씨는 “재작년부터 겨울철만 되면 AI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는데 올해도 AI 발생 후 손님이 절반 가량 줄어 일할 맛이 안 난다”며 “연말 송년회와 연초 신년회 예약도 거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꽃집도 울상짓기는 마찬가지다. 인사철만 되면 가장 특수를 누려왔던 업종이 꽃집인데 지난해 9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연말 음성군청을 비롯한 공공기관, 기업 등의 인사가 대대적으로 단행됐음에도 매출은 예전 수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5만 원 미만의 축하 난(蘭)정도는 괜찮다고 하지만 건설업자 등 사업가들이 불필요한 오해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원을 운영하는 김모(59·음성읍) 씨는 “인사철이 돼도 영업이 안 돼 어려움이 크다. 보증금까지 까먹으면서 문을 열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며 “언젠가는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화훼농가도 비슷한 처지다. 대소면에서 24년째 난 농장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올해 출하량을 40% 줄이기로 했다. 박씨는 2015년까지 연간 5만~6만 그루의 난을 팔았는데 김영란법 이후 판매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 박씨는 “수십 년간 농장을 운영했지만 요즘처럼 어려울 때는 없었다”며 “난 소비가 줄다보니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국내 정치불안 등 경기위축 속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고 있고, 저가수요가 확대되면서 상인들의 출혈경쟁만 커졌다”면서 “결국 매출 하락으로 연결된 것이 폐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앙·지방정부 차원의 활성화 방안이 요구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음성지역 상인들의 시름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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