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목소리 외면하고 몽니부리는 옥천군의회·충북도의회

<정순영의 일하며 생각하며>

요즘 ‘권위’라는 단어에 대해 곱씹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 몇 달 간 언론보도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많이 접한 단어 중 하나도 바로 이 권위, 특히 ‘국가의 권위’가 아닐까 싶다. 촛불집회는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민의가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어떻게 이런 대한민국을 나라라 할 수 있느냐’는 국민의 분노가 함축된 이 구호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잘 알다시피 박근혜이다.
 

▲ 충북도교육청의 행복교육지구 사업비를 전액 삭감해 비판을 받고 있는 충북도의회.

우리는 누구나, 특정 시기의 정권을 지지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기를 결정한 이상 국가의 지휘나 통솔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국가의 행위가 적어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에 근거한 행위일 것이라는 신뢰를 가질 때만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권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박근혜와 그 주변 비선실세들의 초법적 국정 농단은 국민들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권위 자체를 의심하도록 만들었다.

권위와 권위주의적 태도는 다르다

국가의 권위를 의심하게 만든 것이 박근혜라면 요즘 나를 둘러싼 두 개의 정치집단은 이 ‘권위’라는 단어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가를 새삼 학습하게 만들고 있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과 맥락에서 자신들의 권위를 내세우며 주민 목소리를 외면한 몽니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옥천군의회와 충청북도의회가 그 주인공들이다.

옥천군의회는 옥천군이 옥천푸드육성을 위한 핵심사업으로 추진한 옥천푸드 직매장 건립 계획 부지의 사용을 불허하고 관련 예산도 전액 삭감해버렸다. 옥천군이 옥천푸드 직매장 건립부지로 추진한 곳이 부적절하다고 의회가 수차례 이야기했음에도 계속 그 부지를 들고 오는 것은 의회의 권위를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 행정사무감사 중 현지 확인중인 옥천군의회.

지역농업활성화의 새 돌파구로 옥천푸드 직매장 건립만을 바라보며 면 단위 생산자회까지 조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왔던 주민들 입장에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집행부의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권한을 의회에 준 것이 바로 주민들인데 해당 부지가 왜 부적절한지, 그렇다면 다른 어떤 부지를 대안으로 검토해봐야 할지 정작 의회는 주민들과 먼저 이야기해보려 노력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야기를 해보자고 찾아간 주민들에게 ‘어디 의회에 와서 감히’라는 권위주의적 태도를 보일 뿐이었다.

이러다 보니 주민 입장에선 옥천군의회가 정말 해당 부지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어떤 정치적 이유 때문에 옥천푸드 직매장 건립을 지연시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권위로 포장된 군의원들의 권력 행사는 결국 주민들로 하여금 지금의 옥천군의회가 주민들을 통솔할만한 권위를 가진 조직인지 다시금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최근 충청북도의회가 보인 행태도 놀라울 만치 옥천군의회와 닮아 있다. 바로 지난해 말 충청북도 교육청이 올린 ‘행복교육지구사업’ 예산을 도의회 예산결산위원회의 다수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액 삭감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새해 들어 도교육청이 1차 추경을 통해 다시금 해당 예산을 확보하려 하자 ‘도의회의 권위’를 들먹이며 오히려 ‘괘씸죄’까지 추가해 행복교육지구 예산 의결은 절대 불가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모양이다. 본예산에서 삭감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어디 감히’ 또 의회에 들고 와서 예산을 달라하냐는 것이다.

“너희들 좀 더 혼나볼래?”

해당 사업의 중요성이나 시급함 등에 대한 고려 따위는 오간데 없이 ‘도교육청 너희들 충분히 반성했어? 좀 더 혼나볼래?’와 같은 권위주의적 태도만을 앞세우는 도의회의 행태에 분노보다는 실소가 터져 나온다.(너무 어이가 없어서랄까) 옥천만 하더라도 지역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보고자 각계각층의 교육관계자들이 모여 1년 가까이 해당 사업을 준비해왔다.

교육의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아닌 나 같은 사람도, 옥천과 같은 대다수 농촌지자체의 인구 급감을 막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안 중 하나가 바로 지역 교육환경 개선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행복교육지구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이런 지역의 고민과 노력과는 무관하게 도의회 일부 의원들에 의해 해당 사업이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주민 입장에선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유럽 민주주의와 미국 헌법 정신의 기초를 제공한 철학자 존 로크는 <통치론>을 통해 ‘최고의 권력은 인민에게 있으며 (위임된) 권력이 그 목적을 명백히 소홀히 하거나 위반하면 신탁은 필연적으로 철회되고 그 권력을 회수한 자들, 즉 인민은 자신들의 안전과 안보를 위해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그 권력을 새롭게 맡길 수 있다’고 밝혔다.

로크의 주장을 현실정치에 비추어 보면 군의원이든 도의원이든 그들이 달고 있는 배지의 무게는 그들의 능력치가 아닌 주민이 부여해주었기에 가능한 ‘권위’의 무게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권위를 저렇게 권력화해 잘못 휘두르면 결국 그 끝은 위임된 권력의 철회이며 이미 주민들은 새롭게 권위를 부여할 곳을 찾고 있다는 것을 의사당에서 눈 감고 귀 닫고 있는 저들만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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