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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자 글쟁이의 자서전으로 새 해 시작 詩영국의 뇌신경 과학자 올리버 색스의 <온더무브>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백창화 괴산숲속작은책방 대표

 

▲ 백창화
괴산숲속작은책방 대표

새해, 새 아침이 되면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원래 되고 싶었던 사람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되짚어보고, 나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생각해본다. 언제나 중간쯤에 멈춰버리기 일쑤지만 그래도 다시 새 공책을 마련하고, 일기를 새로 시작하고, 독서록을 쓴다. 페이지가 많이 남아있는 지난 해 일기, 지난 해 독서록. 끝맺지 못한 빈 여백들을 남겨둔 채 나는 다시 새 공책의 첫 장을 펴는 것이다.

그리고 2017년 일기장. 내 삶의 길을 열어줄 첫 책으로 올리버 색스 자서전 <온더무브>를 쓴다. 의사이자 저술가였던 올리버 색스가 세상을 떠나기 전 가족, 일과 사랑, 평생동안 해왔던 연구, 저술 등에 대해 쓴 책이다.

책은 첫 페이지부터 강렬하다. “내가 무엇보다 사랑한 것은 모터 사이클이었다” 1933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2015년에 세상을 떠난 뇌신경 과학자. 그가 생애 마지막에 자신의 삶을 정리하면서 가장 먼저 들려주는 이야기는 모터 사이클을 처음 갖게 된 열 여덟 살 시절이다. 옥스퍼드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던 해였고, 아버지에게 동성애 경향에 대해 고백을 했으며 어머니로부터 “가증스럽구나,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라는 말을 들었던 올리버 색스의 열 여덟 살.

부모가 모두 의사이고 두 형도 모두 의사에 일가친척의 면면도 대단했던, 소위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동성애가 거의 범죄로 취급받던 1950년대 영국에서 그의 성정체성은 어머니의 비난과 함께 죄의식으로 주입되어 거의 평생 따라다녔다고 그는 고백한다.

당시에 결코 떳떳할 수 없었던 남자들끼리의 연애와 사랑,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섹스, 급기야 마약중독에 이르기까지 올리버 색스의 청춘은 불안하고 중독된 삶이었다. 동시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던 절박한 삶이었다.


평생 쓴 일기장이 1000권에 육박
 

▲ 온더무브
올리버 색스 자서전.
알마 펴냄.

“1966년은 마약을 끊기 위해 발버둥치던 어두운 시기였다. 정신과 상담, 좋은 친구들, 임상과 글쓰기 활동이 주는 충족감, 무엇보다 행운이 나를 여든이 넘도록 살아있게 했다” 자신의 말처럼 그는 뇌신경의학자로서, 탐구심과 환자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타고난 의사였다. 동시에 훌륭한 글쟁이였다. 작가로서 그의 토대는 대학도서관, 그리고 영어사전에 있었다. ‘역사와 모국어의 진정한 가치를 처음으로 배운 곳’은 대학도서관의 지하 서고였고, 대학생이던 그가 가장 갖고 싶었던 것은 ‘옥스퍼드 영어사전’이었다. 학교 앞 블랙웰 서점에서 44파운드를 주고 구입한 12권짜리 이 영어사전을 의학부 시절 내내 통독했다.

의사이면서 10여 권의 책을 내고, 그 책들이 가벼운 신변잡기 에세이가 아니라 모두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임상 에세이, 심지어는 한 책을 10년에 걸쳐 쓰기도 했을 만큼 탐구와 끈기의 결과물이며, 그런데도 일반인들의 감동을 이끌어낸 대중적인 글쓰기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점. 이 불가해한 일들의 비밀은 책의 맨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나온다.

“열네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장이 현재 1,000권에 육박한다. 늘 들고 다니는 작은 수첩형 일기장에서 큰 책만 한 것까지 모양도 크기도 가지각색이다....내게 글쓰기는 정신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 요소다. 생각이 떠오르고 그 생각이 꼴을 갖추어가는 과정 전체가 글쓰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그의 글쓰기 작업에서 방대한 분량과 숱한 세월이 할애된 것은 임상일지다. 그는 진료한 환자들에 대해 길고 자세한 일지를 적었고 이를 읽는 사람들은 소설처럼 읽힌다고 말하곤 했다. “평생에 걸쳐 내가 써온 글을 다 합하면 수백만 단어 분량에 이르지만, 글쓰기는 해도 해도 새롭기만 하며 변함없이 재미나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던 거의 70년 전의 그날 느꼈던 그 마음처럼.”

책을 읽으며 나는 의사이자, 이야기꾼이며, 글쟁이였던 올리버 색스를 느낀다. 그러면서도 주말이면 모터 사이클을 타고 1,600km를 달리던 역동적인 한 인간의 빛과 그림자를 떠올려본다. 언제나 멈춰있지 않고, 늘 ‘움직이던’(on the move) 올리버 색스를 새해 독서일기 첫 장에 기록하며 나의 불성실한 글쓰기를 반성한다. 일흔 다섯 살에 사랑과 죽음, 무상함이 한데 뒤엉킨 강렬한 감정으로 마지막 연인과 열정을 불태운 그의 삶에 깊은 감동을 느끼며 활활 타오르지 않는 내 삶과 우리들의 사랑을 반성한다. 

충청리뷰  043si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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