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언직썰/ 배명순 충북연구원 연구위원

▲ 배명순 충북연구원 연구위원

현 인류의 먼 조상격인 호모하빌리스(Homo Habilis)는 ‘손재주 좋은 사람’, ‘손을 쓸 줄 아는 사람’,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며, 최초로 석기를 사용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 더욱 발달한 뗀석기를 만들었고 동물의 뼈를 이용해서 직접 사냥하였다고 한다.

이때부터 인류는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로서 발전하게 된다. 약 233만년~140만 년 전 이야기이며,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이라고 한다면 43.2초 전의 일이다. 그리고 인류 진화의 도화선이 된 ‘불’을 사용한 호모에렉투스를 거쳐 현 일류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밝혀진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가 오늘날 까지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호모사피엔스보다 몸이 더 다부지고 뇌도 더 컸던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고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긴 유년기 시절의 ‘놀이’와 ‘바느질’이라는 도구의 발명이라고 한다.

유년기 시기의 놀이를 통해서 사회성과 창의력을 발전시켜왔기 때문에 뇌의 크기가 더 컸던 네안데르탈인보다 인지능력이 현저하게 뛰어났으며, 놀이를 통해 그 인지능력을 후손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바느질은 가장 최근의 빙하기를 이겨낼 수 있는 가죽옷을 만들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결과 혹독한 추위의 빙하기에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게 되었다.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이라고 한다면 불과 3.8초 전에서야 현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3.8초 후, 인류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사진과 문자로 시시각각 확인하고 대응하고 있다. 더 이상 불과 바늘은 인류를 지켜 줄 도구가 아니며, 새로운 기술혁명이라 불리는 인공지능(AI), 유전자공학(BIO)이 ‘바늘’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암은 정복 단계에 있고, 자동차는 스스로 목적지까지 이동하며, 걸어 다니면서 집 안의 보일러를 켜고 끌 수 있게 되었다. 대형 댐과 상수도의 보급으로 더 이상 강과 하천은 인류 문명의 중심지가 아니어도 괜찮아졌다.

지구의 기나 긴 역사를 24시간으로 간주할 때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인류의 조상이 나타난 것은 43.2초, 그리고 혁명적인 바늘을 발명한 지는 겨우 3.8초 전의 일이다. 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인류는 개체수를 75억으로 늘리면서 지구를 지배해 왔다. 인류가 지배했다기 보다는 다른 종의 동물을 멸종시켜왔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구는 공룡들이 사라진 다섯 번째 대멸종 이후 이미 여섯 번째 대멸종에 접어들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지구상에서 한 종의 포유류가 멸종하는데 평균 50만 년이 걸렸는데, 현 인류가 출현한 뒤에는 한 달에 한 종 꼴로 포유류가 인류에 의해 멸종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인류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에서 ‘도구에 지배당하는 사람’으로 진화(?)해 버렸다.

만약 전기라는 ‘도구’가 어느 순간 끊어진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컴퓨터, 인터넷, 병원, 인공지능, 유전자공학 등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고 그러한 도구에 길들여진 나약한 호모사피엔스의 마지막 종족들만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칠 것이다. 대신 지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하고 다시 많은 종의 동물들이 공존하는 생명체의 공간으로 회복될 것이다.

100년, 200년 후에 현 인류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네안데르탈인이 혹독한 빙하기를 극복하지 못한 것처럼 우리도 멸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도구를 준비하고 있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혹성탈출’이라는 영화에서 유인원은 인간을 아주 나약한 존재로 묘사한다.

나무도 타지 못하고, 추위에 견디지도 못하며, 산짐승에 대적할 만한 힘도 가지고 있지 못한 동물이 인간이라고 말한다. 호모사피엔스 다음으로 지구를 지배하는 포유류는 아마 유인원이 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은 인류를 지구상에서 스스로 멸종을 자초한 최초의 동물로 기록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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