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자 물색 어렵고, 경자청 쇄신도 불가피

전상헌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의 사퇴가 결정된 가운데 차기 청장 인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경자청의 역점사업이 잇달아 무산됨에 따라 운영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이시종 지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관심거리다.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이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부정적 전망이 끊이지 않았지만 끝까지 가능성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경자청이 지난해 말 MRO와 이란투자 유치에 공식적인 포기선언을 함으로써 조직의 인적쇄신은 물론 방향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12월 26일 사업포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제출한 전 청장의 사표는 1월 31일자로 수리된다.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게 충북도의 설명이다. 당시 이 지사는 “김용국 충주지청장(경자청 본부장)이 2017년 1월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상황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직접 설명했다. 1·2인자가 모두 공석이면 사실상 주요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전 청장 평가 엇갈려

문제는 차기 청장 인선이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로 구성된 MRO점검특위로부터 질타를 받았지만 이 지사는 끝까지 특위의 경질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충북도의 어려움이 여기에 있다.

전 청장은 지난해 8월 아시아나항공이 MRO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는 발표가 났을 때에도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 지사는 “경자청장의 사표 수리가 도익을 고려할 때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려했다.

전 청장에 대한 이 지사의 평가는 한결같이 우호적이었다. 사표수리를 확정하던 날에도 “풍부한 인맥과 중앙부처에서의 실무 경험을 토대로 충북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사표를 제출하게 돼 안타깝다”며 읍참마속의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이 지사가 전 청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측면도 있지만 적당한 후임자 물색이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행정고시 출신인 전 청장은 옛 산업자원부 균형발전정책책임관,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 등을 역임했고, 퇴직 후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부회장을 지내는 등 관련기관 경력과 기업 인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평가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경자청장을 맡은 후 기업유치 성적이 나쁘지 않다는 여론도 있다.

후임 청장 또한 전 청장과 마찬가지로 산자부 출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산자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충북도 관계자들은 산자부 출신 고위의 역량있는 전직 공무원 가운데 청주에 내려와 경자청장을 맡으려는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방만한 조직, 축소해야

경자청 운영방향이 수정될 지도 변수다. 일각에서는 사업규모에 비해 경자청 규모가 크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당장 MRO합작법인설립TF팀을 비롯해 투자유치부서가 변화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 밖에도 경제자유구역의 세 축 중 하나인 바이오밸리는 어느 정도 궤도에 진입했고,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에코폴리스도 당분간 업무가 집중될 요인이 없다. 여기에 전국 대부분의 경제자유구역이 대내외적인 이유로 축소 조정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후임 경자청장의 자격요건도 이런 변화와 궤를 같이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너무 옷이 커도 문제이지 않나. 몸에 맞는 옷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도 후임 인선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전 청장 사표가 수리된 후에도 경제자유구역 재정비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절차 등을 고려하면 최소 3개월 이상 수장 공백상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전 청장은 지난달 26일 브리핑을 갖고 MRO사업 유치를 공식 포기했다. MRO의 경우 국내 MRO시장이 작고, 기존 MRO사업이 분산된 상태에서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다. 사흘 뒤 이 지사는 “MRO단지 조성사업은 부지면적이 협소한 근본적인 문제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항공정비 관련 업체 유치에 한계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마디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MRO점검특위가 지적해왔던 내용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MRO 점검특위는 이 지사를 비롯한 충북도의 잘못된 대응이 MRO를 좌초시켰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위와 충북도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지만 소모적인 공방전은 사실상 전 청장의 사표수리로 일단락됐다. 특위는 오는 24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MRO무산의 원인과 대안을 보고서로 작성할 계획이다.

특위가 제시할 해법도 충북도가 제시한 것과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충북도는 에어로폴리스 1지구에 국제화물터미널과 같은 공항활성화 지원시설과 항공관련 산업체를 유치해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