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장애인치료센터, 퇴직금 10%만 주고 황당 합의서
“문제 삼으면 2배 물어내라” 적반하장 계약까지

정상적인 퇴직금을 요구하면 위약금으로 2배를 ‘갑’에게 지급해야 한다. 청주의 한 장애인 치료 바우처기관의 ‘갑질’ 계약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기관은 퇴직한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의 1/10만 지급하고 이 같은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를 입은 노동자는 20대 초반의 여성으로 사회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청주시 금천동에 소재한 A센터에서 일했던 언어치료사 B씨는 지난해 9월 직장을 그만 두었다.

근로기준법에는 노동자가 퇴직할 경우 퇴직일로부터 15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되어있다. 퇴직금은 퇴직하기 전 최종 3개월 기간 동안의 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근속한 년수 당 1개월을 임금을 퇴직금으로 산정한다.

하지만 B씨는 회사를 퇴직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퇴직금 전액을 지급받지 못했다.

그가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것은 30만원. 받아야 할 퇴직금의 1/10에 불과한 액수다.

그렇다면 A센터는 왜 B씨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을까? B씨는 회사와 퇴직금과 관련해 묘종의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B씨가 공개한 합의서에는 회사를 퇴직한 뒤 12일 지난 시점에 작성됐다.

합의서에는 A센터를 ‘갑’, 노동자 B씨를 ‘을’으로 명시해 작성됐다. 합의서의 내용은 단순했다. 첫 번째 내용은 ‘갑은 을에게 합의금 30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가 받아야 할 퇴직금의 1/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두 번째 내용은 “을은 갑과의 근로관계 및 퇴직으로 인하여 발생한 일체의 채권을 포기함을 확인하다”고 되어 있다.

이어 “이후 갑을 상대로 이와 관련한 일체의 민·형사 및 행정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확약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를 위반할 시 합의금의 배액을 갑에게 위약금으로 지급하기로 한다”고 두 번째 내용은 끝이 난다.

 

방귀 꾼 사람이 성 낸다더니

 

보통의 계약서에는 갑과 을의 관계는 갑이 우월한 지위에 있도록 작성된다. A센터와 20대 초반의 여성노동자 B씨가 작성한 합의서도 갑이 지급해야 할 퇴직금의 1/10만 주도록 돼있다. 전형적으로 갑이 유리한 계약서다.

이 뿐만 아니라 을이 법적인 권한을 포기하게 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위약금으로 2배를 배상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B씨는 못받은 퇴직금을 돌려받기는 커녕 오히려 A센터에 30만원을 더 물어내야 한다.

B씨를 상담한 청주노동인권센터(대표 김인국 신부)는 A센터가 체결한 합의서는 ‘질이 좋지 않은 갑질 계약’이라고 지적했다. 청주노동인권센터 주형민 노무사는 “A센터의 행위는 "한마디로 사회경험이 적고 법적 지식이 부족한 젊은 여성 노동자를 상대로 한 부도덕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주 노무사는 “일반적으로 퇴직하기전에 이러한 합의를 했다면 원천무효가 된다. 그런데 퇴직한 후에 이러한 계약을 작성을 한 것은 법을 잘 아는 전문가의 조력이 있다고 의심된다”고 말했다.

B씨가 이런 계약을 하게 된 데에는 ‘비율제 근무’라는 기형적인 근로계약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비율제 근무’는 정식 근로계약을 맺은 뒤 고정적인 월급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로부터 받은 요금을 일정 비율대로 나눠가지는 계약을 말한다.

고용주 입장에서 보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고 4대 보험등을 가입하지 않아도 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A센터도 B씨와 근로계약을 해지한 뒤에 비율제 근무를 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퇴직 후에 비율제 근무라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장애인 치료바워처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장애인 치료 바우처는 청주시가 지정한 기관만이 수행 할 수 있다. 만약 지정받지 않은 기관이나 개인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 국고에서 지원하는 정부지원금을 수령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외적으로 고용되지 않는 사람이 할 수는 있다. 그럴 경우 위타계약 서류 등 관련 서류를 청주시에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별도의 계약서와 청주시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보조금을 불법 수령한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퇴직후에 ‘비율제 근무’와 관련해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거나 한 적이 없다.

한편 A센터 대표 C씨는 업계의 일반 적인 관행이라고 항변했다. C씨는 “대부분 센터에서 비율제 근무를 한다. B씨의 경우 근무기간중 대부분이 비율제 근무 계약 상태였고 월급을 주기로 한 기간은 얼마 안된다. 따라서 퇴직금 지급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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