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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겐 지리산 종주가 평생의 꿈김기원 씨, “악조건 무릅쓰고 인간 승리 보여줄 것”

주말 산행인들에게 지리산 종주는 꼭 한번 해봐야 하는 마치 성지순례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최고 영산(靈山)인 지리산을 대상으로 하는 종주 산행은 그 지난한 과정에서의 육체적 인내와 산세(山勢)의 장쾌함도 남다르지만, 그보다도 지리산 종주 자체가 이젠 우리나라 산행 문화에 있어 하나의 상징적 의미를 띤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시인 김기원 씨(64)가 올해 오랫동안 꿈꿔온 대망의 지리산 종주를 앞두고 현재 몸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시간 나는 대로 청주 시내권의 우암산과 산성, 낙가산을 오르며 체력을 다지는가 하면, 간혹 시 외곽의 산들도 찾아 두 다리의 내공을 시험하느라 1주일이 분주하다.

지리산 종주라고 하더라도 소위 베테랑들은 심야시간을 활용한 하루 치기가 가능할 정도로 주말 산행인들에겐 상시화된 코스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1박 2일이나 2박 3일 일정으로 도전해야 신체에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대개는 지리산 종주 구간 중에서도 가장 원만하다는 전남 구례 성삼재를 출발해 노고단과 삼도봉, 장터목 등을 거쳐 최고봉인 천왕봉(1915m)에 오른 후 경남 산청 중산리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하게 된다. 총 도상거리가 약 33여km에 달하기 때문에 산행 경험이 부족한 이들에겐 여전히 ‘로망’으로 통한다. 김 시인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가장 여건이 좋다는 6월초 전후로 도전 날짜를 계획하고 있다.
 


김기원 씨가 지리산 종주를 생각하게 된 것은 그가 평생의 신념으로 삼아 온 ‘도전적 삶’의 한 표본이다. 오랜 공직생활을 마치고 2011년 지방부이사관으로 퇴직한 그의 삶은 늘 도전으로 점철됐다. 5남 2녀의 장남으로 넉넉치 않은 가정을 책임져야 했던 그는 일찌감치 사회생활에 뛰어들었다.

40세가 다 되어서 뒤늦게 대학공부를 시작해 대학원까지 마쳤고 95년엔 ‘오늘의 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정식 시인으로도 등단, 지금까지 ‘무심천 개구리’ ‘행복 모자이크’ 등의 시집을 냈다. 공무원 재직중에도 각종 문화단체 활동에 몰입했던 그는 퇴직후엔 충북도문화재연구원 사무국장과 충북도문화예술위원회 위원 등을 맡아 더 바쁜 생활을 한다. 탁구와 골프 등 취미생활도 정열적으로 하는 그는 그래서일까 사석에서는 “여전히 호기심 많은 소년”임을 자처한다.

얼마전 지역신문 칼럼을 통해 ‘지리산 종주의 꿈’이라는 글로 자신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 화제가 되기도 한 김 시인은 나이도 나이이지만 현재 허리협착증과 협심증, 야맹증을 가지고 있어 말이 종주이지 그에겐 모험이나 다름없다.

“꿈은 약속입니다. 꿈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에너지입니다. 백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도전이고, 아니 백수가 주는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하는 머리가 허연 그는 오늘도 “병들고 나이들고 망가진 몸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 집을 나선다”고 한다. 이래저래 몇 달 후의 ‘김기원의 천왕봉 등정기’가 기대된다.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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