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와 IJ(이인제)가 손을 잡으면 충북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오는 5월 3일 두 사람간의 골프회동이 지역 정가에 색다른 화두를 제공하고 있다. 중부권 신당설의 전도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때론 예외(例外)의 정치현상이 바람을 일으키는 한국적 풍토에서 소위 IJP(이인제+김종필)의 동병상련이 그 결실을 맺어 큰 폭발력으로 다가 올 수도 있고, 아니면 정치적 명분의 결여로 한낱 해프닝으로 사그러질 개연성도 있다.
확실한 것은 지금의 총체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JP와 IJ가 정치적 공조를 모색할 공산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농후하다는 사실이다. 이럴 경우 충북의 민주당 공조직 특히 그 책임자들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지금 지역정가에선 만약 이인제가 JP와 신당을 만들거나 혹은 민주당을 뛰쳐 나가 다른 일(?)을 도모한다면 과연 도내 국회의원과 지구당위원장들의 선택은 어떻게 나타날까에 큰 관심이 쏠려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충북경선이 열린 지난 13일까지 도내 민주당 공조직은 모두 이인제쪽에 줄을 섰기 때문이다.

지구당 위원장들의 헷갈리는 고민

이인제고문이 경선 후보를 사퇴하자 당내에선 당장 이런 분석이 나왔다. 도내 7명의 지구당 위원장중 홍재형(청주 상당) 홍익표(청원) 이근규(제천 단양) 등은 이인제 라인에 잔류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나머지 노영민(청주 흥덕) 이원성(충주) 김진선(괴산 음성 진천) 이용희(보은 옥천 영동) 등은 결별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홍재형의원은 한때 힘을 실었던 본인의 도지사 출마설이 이인제의 대선후보 경선결과에 맞물릴 정도로 대표적인 이인제 인맥이었다. 지난번 노무현의 지구당 방문때는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 대신 오히려 지구당위원장들을 규합, 이인제 지지결의대회를 열 정도로 주군(?)에 대한 신의를 지켰지만 그의 후보사퇴로 입장이 어정쩡하게 됐다. 홍익표 이근규위원장 역시 이인제 고문과 각별한 사이였고 나머지 위원장들도 2년전 16대 총선 당시 민주당 선대본부장이었던 이고문과 공천 문제로 교감이 깊어진 후 지금까지 서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청주 흥덕의 노영민위원장은 원래 김근태 계보였으나 김고문이 일찌감치 후보를 사퇴함에 따라 지난 경선에선 도내 지구당 위원장들과 뜻을 같이했다.

“이인제에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

이런 전후 과정 때문에 이인제의 후보사퇴는 곧 이들 공조직 책임자에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고 실제로 이미 당내에선 자칫 충북이 경선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나돌고 있는 것. 이러한 분위기는 앞으로 민주당이 노무현을 주축으로 재편될 경우 충북의 원내외 위원장들은 이래저래 찬밥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예단마저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는 지난 13일 충북경선에 이어 이인제고문이 사퇴까지 했기 때문에 그를 직.간접으로 추종하던 지구당 위원장들도 이미 이고문의 손을 놨다는 것이다. “물론 도내 민주당 국회의원과 원외 위원장들이 모두 친 이인제 성향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상식적으로 볼 때 아주 밀접한 관계를 나눈 사람들은 이고문과 끝까지 갈 수도 있지만 이들 역시 이해관계가 달라진 만큼 생각이 예전같지 않다. JP, 이인제 두사람이 주도하는 신당은 어차피 충북에선 한계가 있다. 지난 경선에서도 나타났듯이 JP와 이인제에 대한 충북의 정서는 대전 충남과는 확연히 다르다. 속단인지 몰라도 지금으로선 한명도 동조하지 않을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도 “지난 13일의 경선결과가 도내 원내외 위원장들이 이인제고문한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었다”고 잘라 말해 현재의 분위기를 반증했다. 그는 “충북의 지구당위원장들이 선거법 위반 시비를 무릅쓰고 이인제후보 지지결의대회를 개최한 속 뜻을 잘 해석할 필요가 있다. 정치는 어차피 명분과 실리(?)를 좇는건데 지금의 상황에서 혼자 독야청청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후 “설령 JP가 이인제는 물론 박근혜 정몽준까지 아우르는 신당을 모색한다고 하더라도 충북의 위원장들이 여기에 공조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충북에서 JP와 이인제의 신당설이 특히 신경쓰이는 이유는 이것이 상황에 따라선 도지사 선거구도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선거가 한달 반밖에 안 남았는데 아직도 충북도지사 후보는 한나라당 이원종지사 한 사람 뿐이다. 그동안 민주당과 자민련이 각종 대안을 모색했지만 현 정당구조와 여론이 지속되는 한 위험부담 때문에 섣불리 후보를 내세울 수도 없는 처지. 결국 이원종에 대한 대항마를 찾기 위해선 정치판이 근본적으로 흔들려야할 필요가 있고, 그 변수가 IJP의 신당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신당문제와 관련, 현재로선 신중론이 강하다. 어차피 연말 대선을 앞두고 한 차례의 정계개편이 예상되는 만큼 아무리 정치의 고단수인 JP와 이인제라 하더라도 쉽게 덤비지는 않은 것이라는 판단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 서로 선문답만을 주고 받으며 분위기를 띄우다가 그 이후에 본색을 드러낼 것이라는 여론이 팽배하다. 그 시점은 얼마전 대선 출마의사를 밝힌 정몽준의 승부수, 즉 월드컵이 끝나는 시기이다.

선거 끝나면 돈 문제 불거지는 법

지난 13일 민주당 대선후보 충북경선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대로 노무현 이인제가 서로 사활을 걸었던 한판 승부였다.
노무현은 자신의 취약지인 충북에서 선전한 후 그 분위기를 수도권으로 이어갈 필요가 있었고, 이인제는 노풍(盧風)에 스타일을 구긴 자신의 대세론을 다시 일으켜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결과는 59.2%라는 저조한 투표율에 이인제 61% 노무현 32.1% 정동영 6.9%의 득표로 끝남으로써 누구도 완벽한 승리를 주장하지 못했다. 특히 이곳을 아성으로 여겼던 이인제 고문측의 실망이 컸다. 당초 70% 이상의 압승을 기대했던 것이다. 이고문은 대전에서 67.5%, 충남에서 73.7%의 몰표를 기록했었다. 선거 과정에서 부정 의혹이 불거질 정도로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는데 모 후보의 경우 선거 이틀전후로 소위 ‘자금’을 집중 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누가 뭐라고 해도 선거 때 돈이 풀리는 건 당연하지 않으냐. 핵심 라인에는 실탄이 제공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투표 당일 일부 선거인단의 경우 본인도 모르게 다른 사람으로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Y모 K모씨는 선거인단으로 선정돼 모든 절차를 마치고 투표에 참여했으나 당일 명단엔 다른 사람이 올라 있더라는 것이다. 이날 선거를 두고 이인제측에선 선거인단에게 명찰을 달 것으로 요구하다가 노무현측의 반발로 무산됐는데 그 전후 과정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다. 이날 청주실내체육관에서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인근 한벌국교엔 40, 50여대의 택시가 대기한 것으로 목격됐고, 이 역시 특정 후보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인단을 동원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벌국교 관계자는 “민주당 도지부가 행사날 주차장 확보를 위해 운동장 사용을 요구해 와 허가했다. 당시 여러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는데 택시가 많이 목격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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