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국립공원, 새인봉 암벽

즐거운 인생
월간 마운틴 기사제휴·강성구 기자river@emountain.co.kr

무등산 새인봉은 특이하다. 평탄한 육산에서 보기 어려운 거대한 암봉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 독립된 바위가 아닌 무등산의 주능선에서 흘러 자리했다는 것, 다른 지역의 암벽등반지와는 다르게 하강부터 시작해야 하는 점 등이 그러하다. 이런 새인봉의 등반 역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70~80년대에는 바자울산악회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많은 코스가 개척됐다.
 

▲ 무등산 새인봉 전경.

특히 충장로에서 ‘샤모니산장’을 운영하던 바자울산악회 조덕형씨의 하켄 지원은 무등산과 월출산 일대의 바윗길 개척에 큰 힘을 발휘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광주클라이밍연합회, 우암산악회, 전남대의대, 조선이공대 등에 의해 여러 코스가 개척됐다. 새인봉에는 20개 미만의 등반 루트가 있으며, 반대편 약사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약사암에도 9개의 바윗길이 있다. 또 새인봉의 반대편 배바위는 높이가 80m에 가까워 산악인들의 어센딩 훈련장소로 쓰인다.

등반의 시작은 하강부터, 낙석 주의

새인봉이라는 이름은 ‘정상 바위 형태가 임금의 옥새 같다’하여 붙여진 것이다. 이밖에도 <유서석록>, <중수약사전기> 등의 여러 기록을 살펴보면 과거에 인괘봉, 사인암 등으로 불린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인암이라 불렸던 이유는 천제등을 향해 엎드려 있는 사인(고려시대 관직)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지어졌다.
 

▲ 새인봉은 일반적인 암벽등반지와는 다르게 하강을 먼저 해야 한다.

나무 난간을 넘어 가장 좌측에 있는 확보지점(쌍볼트)을 이용하면 하강 길이는 25m 가량이고, 새인봉 주변에 박힌 피톤이나 쌍볼트에서 하강하면 30m 이상 내려가야 한다.특히 이곳은 탐방구간이라 등산객들이 많다. 암벽등반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낙석 등이 발생할 수 있으니 유의하는 것이 좋다.

약사사를 시작으로 20분쯤 오르면 새인봉 능선에 닿는다. 이곳은 사거리인데 우측으로 꺾으면 새인봉과 운소봉으로 향하고, 좌측으로 이동하면 서인봉, 중머리재를 지나 중봉, 서석대, 입석대까지 움직일 수 있다. 사거리에서 10분 가량 올라 새인봉에 도착했다.
 

▲ 무등산 새인봉에 새겨진 광주·전남 산악인의 동판들.

새인봉 정상 하강지점에서 제일 먼저 일행을 맞이 해준 것은 광주 산악인들의 추모동판이었다. 새인봉에는 김창수(우암산악회), 이현조(전남대), 최행준(전남대), 박행수(광주대)까지 모두 4명의 추모동판이 새겨져 있다. 김창수씨를 제외하면 모두 20, 30대에 운명을 달리했다. 모두 촉망받던 산악인이었다.
 

▲ 무등산 새인봉 소낙비(5.10c)를 등반하고 있는 일행. 새인봉은 광주산악인들의 모암이며, 5.9~5.13a까지 다양한 난이도와 바위의 형태를 갖춘 곳이다.
▲ 어센딩 연습을 하고 있는 광주산악구조대 황중하 대원.

5.9부터 5.13a까지, 코스 약 20개

날씨는 제법 쌀쌀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었고, 바위에 이끼도 살아나 있었다. 홍승우 구조대원이 설치한 로프를 따라 가장 좌측 벽에서 하강했다. 이곳은 하강지점이기도 하지만 대학산악부 신입생이나 암벽등반 입문자들의 교육용으로 쓰인다. 광주산악구조대 정형주 대원이 소낙비(5.10c)를 등반하기 시작했다. 바로 옆 코스인 직벽(5.10a)길과 시작점은 같으나 우측으로 꺾인다. 소낙비의 크럭스는 완료 피톤을 직전의 볼트 2개에 클립하는 것이다. 중급자라면 큰 문제가 없는 동작이지만 추락거리가 크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새인봉은 등반자를 차갑게 밀쳐냈다. 손끝을 차갑게 만들어 바위의 감촉조차 느끼지 못하게 했고, 암벽화의 탄성마저 잃게 만들었다. 그리고 허물을 벗기듯 낙석까지 뱉어냈다. 날씨와 계절의 이유도 있겠지만 바위가 제법 미끄럽기 때문이다. 요즘은 새인봉으로 등반을 즐기러 오는 이가 많지 않다. 겨울에도 햇볕이 내리 쬐기에 따뜻한 곳이지만, 어프로치가 제법 긴 편에 속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인지 바위틈에는 잡초나 이끼들이 무심히 자란 모습도 보였다.

산사람은 산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 거대한 바위에서 광주산악인들은 태어났고, 수많은 추억과 아픔을 겪으며 지내왔다. 어쩌면 ‘무등산 새인봉에서 잠이 든다는 것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당연한 이치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하산길 내내 멈추지 않았다.

무등산 새인봉 가는 길

 

무등산국립공원 증심사 지구를 기점으로 새인봉에 가는 길은 두 가지다. 증심사 입구 버스 종점에서 우측으로 꺾어 운소봉을 거쳐 새인봉으로 향하는 방법, 증심사지구에서 직진하여 문빈정사, 의재미술관을 거쳐 약사사에서 오르는 방법이다.

등반을 하기 위해서는 탐방안내센터에서 등반허가신고서를 작성해야하기 때문에 약사사 방향으로 택할 수밖에 없다. 약사사에서 닿는 능선사거리에서 우측 약 500m를 이동하면 새인봉 정상에 닿는다. 새인봉 정상 주변에 하강용 쌍볼트와 말뚝이 곳곳에 박혀 있다.

대중교통은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 하차하여 증심사지구로 향하는 시내버스(첨단09번)를 탑승하면 된다. 무등산 증심사 입구까지 30~40분 소요된다. 요금은 11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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