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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책을 다시 꺼내들어야 했다 詩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시위의 기록 <25년간의 수요일>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나경 꿈꾸는책방 점장
 

▲ 25년간의 수요일
윤미향 지음.
사이행성 펴냄.

지난해 2월 어느 날, 책방 문을 평소보다 일찍 닫고 직원들이 다함께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을 보기 위해서였지요. 영화 보는 내내 눈물을 참느라 명치끝이 아팠습니다. 울기조차 너무 미안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을 떠나온 지 십수 년. 그곳에 사는 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는 겨우 두어 번 가 본 것이 전부입니다. 머리로는 분노하면서도 가슴으로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겁니다. 어쩌면 외면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떠난 전태일 열사와 다르게 생존해 계신, 그리하여 당신들의 고통을 생생히 전해 주시는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너무 선명해서 말이지요. 영화를 보면서 울기조차 미안했던 이유일 겁니다.

시민들의 힘으로 상영관을 늘린 <귀향>이 돌아오지 못한 소녀들의 한을 풀어주고 있을 무렵, 살아계신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한 권이 나왔습니다. 윤미향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가 쓴 <25년간의 수요일>입니다. 영화보다 조금 앞서 나온 이 책은 수요시위에 대한 기록이자 할머니들의 증언 그리고 함께 하고 있는 시민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또한 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요구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조곤조곤 알려줍니다. 수요시위를 통해 피해자라는 이름을 딛고 평화와 인권을 이야기하는 운동가가 된 할머니들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평화와 인권을 노래하는 꽃할머니들

무려 25년입니다. 1992년 1월 8일 시작한 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 굳이 세계 최장기 시위라 이름 붙이지 않아도 ‘25년’이란 세월에 고단함이 묻어납니다. 강산이 두 번 변했을 시간이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2015년 12월 28일 대한민국 정부는 가해자 일본의 진정어린 사죄도, 피해자의 용서도 없는 상태에서 일본정부와 졸속으로 합의를 해버렸습니다. 피해자인 할머니들이 반대하는데도 일본정부에게서 10억엔을 받아들고는 ‘화해·치유 재단’이라는, 이름도 민망한 단체를 만들어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중이지요.

졸속 합의 1년이 지난 지금, 시민들이 한 푼씩 낸 돈으로 만들어 세운 소녀상은 철거 위기에 떨고 있습니다. 소녀상을 지키겠다고 청춘들이 추운 겨울, 바람막이 하나 없는 맨 땅에서 잠을 청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고단함과 서러움에 지친 할머니들을 위로해야 할 정부와 지자체가 외려 할머니들의 가슴에 또다시 대못을 치고 있습니다. 서럽고 서럽고 또 서러운 일입니다.

가해자인 일본이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역사를 왜곡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방관을 넘어 동조를 하고 있는 2017년, 할머니들은 돌아오는 수요일에도 시위를 이어나갈 것입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가해자의 사죄를 요구하고, 나아가 평화와 인권을 노래할 것입니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수요시위를 응원하며, 수요시위가 열리지 않아도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라며 이 겨울, <25년간의 수요일>을 다시 꺼내듭니다. 머리로도 분노하고 가슴으로도 느끼기 위해서 말입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배워야 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향해 손을 내미셨던 할머니들, 미군 기지촌 피해 여성들에게 당당하게 싸우라고 격려했던 할머니들, 다른 전쟁 피해자들에게 연대를 약속하던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자신만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희망을 외치는, 모두를 위한 꿈을 말이지요.” (책 26쪽)

* 책의 인세는 전 세계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나비기금에 기부됩니다.

* 할머니들을 정신대도, 종군위안부도 아닌 ‘일본군 위안부’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를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충청리뷰  043si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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