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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에 아른거리는 이승만‧박정희의 그림자반, 노신영은 ‘평생의 은인·한승수는 ‘영원한 보스’
노, 광화문에 박정희 동상…한, 광복절 대신 건국절
▲ 노신영 전 총리가 지난해 5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만찬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자신의 멘토 역할을 해온 노신영 전 총리를 비롯한 원로그룹과 만찬을 함께했다. (사진 뉴시스)
▲ 반 전 총장의 멘토중 하나인 한승수 전 국무총리. 그는 반 전 총장의 '영원한 보스'로 불리운다.
▲ 2010년 11월 13일 반기문 UN 전 사무총장(왼쪽)과 한승수 전 총리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주최로 열린 조찬간담회'에 참석, e파란 어린이 그린리더들에게 '환경사랑 다짐 편지'를 전달받고 있다.(사진 뉴시스)

평생의 은인과 영원한 보스. 사람들은 이런 표현을 아무에게나 쓰지 않는다. 대선 출마를 시사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그에겐 정신적 스승과 제자 관계를 뛰어넘는 두 명의 멘토가 있다. 바로 노신영, 한승수 전 국무총리다.

노신영 전 총리는 전두환 정권아래서 국무총리를 지냈다. 한승수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정신적 스승과 제자관계는 단순히 인간적 친밀함만으로 맺어지지 않는다. 인간적 친밀감 외에 정치이념이나 철학 같은 사상적 공통 분모를 바탕으로 유대관계가 형성된다. 따라서 멘토를 보면 그 사람의 정체성을 엿 볼 수 있다.

2016년 5월, 잠시 귀국한 반 전 총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 호텔에서 노신영 전 총리와 한승수 전총리를 만난다. 이 자리에는 고건 전 총리와 신경식 헌정회 회장도 참석했다.

노신영 전 총리는 반 총장의 ‘평생의 은인’으로 불린다. 이 표현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아예 비석에 문구로 새겨져있다. 음성군이 조성한 ‘반기문광장’에는 반 전총의 일대기를 소개한 안내비가 전시돼 있다.

이 비에는 반 전총과 노신영 전 총리에 관한 일화가 소개 돼 있다. 이에 따르면 어머님께 집을 사드리고 싶었던 반 전 총리는 첫 부임지로 인도 뉴델리를 선택했다. 이유는 특별 수당을 더 받기 위해서였다.

음성군은 이어 둘의 만남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때의 마시멜로를 참은 반기문에게 평생의 은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주 인도 대사였던 노신영 전 국무총리를 만나게 되는데... 중략... 그 후 노신영 국무총리의 발탁으로 의전비서관에 오르게 됩니다.”

노신영 전 총리도 반 전 총장과의 인연에 대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무부) 맨 밑에서부터 나랑 같이 일했어. 똑똑하고 하여튼 부지런해서 어느 나라든 갈 수 있었는데 첫 해외 부임지로 내가 대사였던 주 인도대사관에 지원해 왔지. 내가 총리 할 때도 따라오겠다고 해서 국무총리비서실 의전비서관으로 일했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롯데호텔만 가는 이유는?

둘의 관계는 1980년대 초반 전두환 정권 시절 뿐만 아니라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끈끈하다.

월간조선은 반 전 총장이 삼성의 제안까지 뿌리치고 롯데호텔을 이용한다는 외교부 관계자의 전언을 보도했다.

월간조선은 ‘2017년대선 후보 지지도 1위 반기문 유엔총장 인맥 大해부’ 제호의 기사에서 “반 총장이 방한 때마다, 롯데호텔을 이용하는 것도 노 전 총리에 대한 존경의 표시 중 하나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부 관계자의 전언이라며 “반 총장께서 한국에 오시면 대부분 롯데호텔에서 숙박합니다. 노 전 총리께서 롯데복지재단과 롯데장학재단의 이사장(1994~2013년)을 맡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삼성 고위층 인사가 여러 차례 반 총장 측을 접촉해 ‘신라호텔로 모시고 싶다’고 부탁했었는데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이런 모습만 봐도 반 총장이 노 전 총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지요. 그는 인간관계에서 신의를 매우 중요시합니다.”라고 적었다.

노신영 전 총리가 반 전 총장의 ‘평생의 은인’이라면 한승수 전 총리는 ‘영원한 보스’로 소개된다.

음성군은 ‘반기문 UN 사무총장’ 홈페이지를 통해 “ 당시 부시 행정부가 강력하게 폐기를 주장했던 것으로서 이것 때문에 한국과 미국 간의 큰 파문이 일었다고 하는군요. 그 책임으로 반기문 차관은 외교통상부 차관자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이러한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는 자가 있었으니 반 사무총장이 '내 영원한 보스'라고 부르는 한승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 겸 유엔총회 의장이었다고 합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의 부름을 받아 2001년 유엔총회 의장비서실장으로 부임하게 됩니다. 반 사무총장은 당시 자신에게 있어 외교부의 마지막 보직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는군요”라고 적었다.

이후 반 전 총장은 UN사무총장에 취임한 이후 한 전 총리를 극진히 예우한다. 반 전 총장은 2009년 한 전 총리를 UN기후변화 사무총장 특사로 임명했다. 2011~2012년엔 한 전 총리를 글로벌 지속가능성 사무총장 고위급 패널과 글로벌 녹색성장기구(GGGI) 이사회 의장에 앉혔다. 2013년 12월에는 한승수 전 총리를 유엔 기후변화특사로 발탁했다.

 

전두환 정권의 황태자 노신영, 그리고 박정희

2015년 12월 박근혜정부는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을 발표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위안부 할머니들은 분개했고 많은 국민들이 협상 타결을 비난했다. 하지만 반기문 전 총장은 오히려 박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반 전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에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반 전 총장의 ‘평생의 은인’ 노신영 전 총리의 생각은 어땠을까?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만하면 잘됐어” 라고 말했다. 멘토와 멘티의 생각이 일치했던 것이다.

노신영 전 총리의 역사관을 살펴보면 시대정신과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지난 해 11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 즈음 일각에서 촛불이 가득한 광화문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고 나섰다.

지난 해 11월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 박정희에게 길을 묻자'를 모토로 삼은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출범식이 열렸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주관하고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주최한 행사에는 정홍원 전 국무총리(박정희탄생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장)를 비롯해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반기문 전 총장의 ‘평생의 은인’ 노신영 전 총리도 참석했다. 이날 추진위원회는 광화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촛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데 광화문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운다는 이 단체의 발표는 촛불시민들과 언론의 집중 비판대상이 되기도 했다.

 

광화문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운다고요?

노신영 전 국무총리(87)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 황태자 코스를 밟았다. 외무부 장관(1980∼1982년), 국가안전기획부장(1982∼1985년)을 거쳐 국무총리(1985∼1987년)를 역임했다.

군부출신이 아니면서도 군사독재정권에서 권력의 핵심요직을 꿰찼다. 요직에 오른 것 뿐만 아니라 정권 말기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 후계자 자리를 다툴 정도로 전두환의 신임을 얻었다. 따지고 보면 노신영 전 총리는 전두환 정권의 최고 부역자인 것이다.

노 전 총리는 후계자의 난과 탈세 문제로 지탄의 대상이 된 롯데그룹과 신격호 총장과도 매우 각별하다. 노 전 총리는 1994년부터 2013년까지 롯데복지재단과 롯데장학재단의 이사장을 지냈다. 현재는 롯데그룹 총괄 고문을 맡고 있다.

지난 해 초 노 전 총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격호 롯데그룹 전 회장을 칭송했다. 그는 “20년간 신 회장이 일하는 걸 보니 새벽이든 밤이든 어찌나 부지런한지. 저러니까 혼자서 큰 기업을 일궜구나 싶더라”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노신영 전 총리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롯데호텔을 집중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영수 여사의 사위 한승수, 그리고 건국절

노신영 전 총리가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을 거치며 승승 장구했다면 한승수(80) 전 총리는 MB정부 때 꽃을 피웠다. 2008년 MB 정권하에서 국무총리에 취임했다.

그가 총리로 재직하던 시기 반 전 총장을 UN사무총장으로 당선시킨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한 2009년 5월 당시 총리였던 그는 ‘故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공동 장의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불러온 것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였고 국무총리라는 자리가 책임에서 자유로 울 수 없었지만 반 전 총장은 이를 신경쓰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에 반 전 총장은 총리직에서 물러난 한 전 총리를 UN기후 변화 협약 사무총장 특사로 임명했다. 이후에도 반 전 총장은 한 전 총리를 UN의 주요 자리에 중용했다.

한 전 총장은 MB 정권시절 광복절을 건국절로 변경하자는 논의를 촉발시킨 장본인이다. 2008년 한승수 전 총리는 대한민국건국60년 기념사업위원회(이하 대한민국건국60년기념사업회) 위원장을 맡았다. 대한민국건국60년기념사업회는 대통령 훈령으로 제정됐다.

당시 대한민국건국60년기념사업회는 이승만 정부가 출범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60주년으로 지정해 기념행사를 치르려 했다. 이는 대한민국헌법 전문 중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명시된 대한민국의 법통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하지만 이를 시작으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건국절 제정 움직임 법안을 상정하고 박근혜정부에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추진되며 각종 갈등을 불러왔다.

반 전총장의 ‘영원한 보스’ 한승수 전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어머니인 육영수(陸英修) 여사의 사위이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육영수 여사의 친언니인 육인순 씨의 딸 홍소자와 결혼했다.

이런 이유로 친박 그룹이 반 총장을 차기 대통령 후보감으로 치켜세우는 게 우연이 아니라도 분석도 있었다.

차기 유력 대선후보인 반기문 전 총장이 내일(12일) 귀국한다. 반 전 총장의 귀국하자마자 봉하 마을을 찾는 등 본격적인 대선 활동에 들어간다. 이미 마포에는 반 총자의 캠프가 꾸려지고 공식활동도 시작했다. 이에 따라 반 전 총장에 대한 검증 작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신적 스승과 제자관계를 뜻하는 멘토와 멘티. 과연 반 전총장의 멘토에서 풍기는 과거 정권의 역사관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이 어디로 향할지 궁금하다.

▲ 반 전총장의 지지자들이 글로벌 리더쉽이란 손 팻말을 들고 있다.

김남균 기자  spartakook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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