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가장 꼴심(?)을 부릴 시기는 다름아닌 요즘같은 지방선거 때다. 실제적인 공천권을 행사함에 따라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의원나리 모시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아무리 똑똑해도 해당 지역구의 국회의원에 찍히면 소위 국물도 없었다. 때문에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지망생들이 가장 먼저 챙길 일은 국회의원한테 눈도장을 찍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격세지감의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말발’이 예전같지 않은 것이다. 상향식 정치실험, 즉 후보경선제도가 원인이다. 경선에서 떨어진 인사들의 탈당 등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만 어쨌든 이 제도는 지역의 정치판에도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한나라당 청원군수 후보를 사퇴한 김병국씨(청원군의원)는 누가 뭐라고 해도 신경식의원의 핵심 후원자였다. 때문에 이미 오래전부터 김의원의 낙점이 점쳐졌고 실제로 경선을 통해 공천권을 거머쥔 것. 그러나 경선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중도 낙마함으로써 현역 의원의 이미지를 구겼다. 이 과정에서 신의원측은 사태를 무마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 흥덕의 한나라당 광역의원 경선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경식의원의 총애를 받던 손희원씨(43. 청주 제 3)와 이면재씨(44. 청주 제 4)가 후보 경선에서 모두 떨어진 것이다. 이들은 공식 석상에도 종종 함께 나타나 주목을 받았던 처지였다. 과거같으면 쉽게 상상못할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경선이 치러진 다른 지역에서도 현역 의원들의 입김이 많이 희석되면서 2년 후(17대 총선)의 앞날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한 관계자는 “지금은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경선 후유증은 곧 조직의 분열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현역 의원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차피 뽑히는 사람은 한명이기 때문에 나머지 탈락한 인사들과는 본의 아니게 등을 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의 견해, 다시 말해 경선 제도가 국회의원 등 지구당위원장들의 위상을 오히려 높였다는 견해를 내놓는 측도 있다. 대통령 후보 경선이 동시에 치러지면서 중앙정치권의 지방정치권에 대한 의존현상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지역구 의원들의 위치가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때마다 불거진 국회의원 등 지구당위원장들의 공천장사 의혹이 아직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그만큼 과거에 비해 ‘물이 나빠졌음’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