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오옥균 취재부장

▲ 오옥균 취재부장

우리나라 자영업은 정글에 비유되곤 한다. 그만큼 생존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국세청이 최근 발간한 ‘2016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하루 3000개 점포가 새롭게 문을 열고, 2000개 점포가 문을 닫는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하루에 1000명의 자영업자가 새롭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포화상태인 자영업이라는 정글에 한 달만에 3만명, 1년만에 36만명의 경쟁자가 가세하는 형국이다.

일자리 부족현상을 해결하지 못한 정부는 청년 창업을 부추기고, ‘100세 시대’는 퇴직 창업자를 양산한다.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지금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뾰족한 해법이 없는 것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어쩔 수 없이 자영업자끼리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자영업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신규 개인사업자의 업종별 비중은 서비스업, 부동산·임대업, 소매업, 음식업에 73.5%가 집중돼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창업하는 서비스업(19.6%)에는 학원, 세탁소, 미용실, 여행사 등이 포함돼 있다. 소유한 건물·토지를 빌려주거나 정수기 등 용품을 대여하는 부동산·임대업에 19.2%가 몰렸다.

많이 생기면 업종이 그만큼이 또 문을 닫는다. 앞서 말한 4개 업종의 2015년 폐업 비중은 72.5%다. 창업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작지 않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음식점업(20.6%), 소매업(19.9%), 서비스업(19.7%) 폐업 비중과 부동산·임대업(12.3%)의 폐업비중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경쟁력이다. 다시 말해 전문성이다. 음식업과 소매업, 서비스업은 부동산·임대업보다도 준비기간이 짧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이 특징이다. 이들 업종의 공통점은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창업이 가능하고, 그로 인해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이다.

음식업을 예로 들면 예비창업자들 상당수가 팔고자 하는 음식에 대한 확신보다 상권에 더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우려한다.

창업을 할 때 처음으로 부딪히는 현실적 문제가 자금이다. 자금에 맞춰서 창업을 준비하는 당연한 과정이다. 1억원의 사업자금이 있다면 1억원으로 할 수 있는 업종 중에 무엇을 택할지 고민하게 된다.

1억원으로 프랜차이즈 치킨전문점을 한다고 가정하면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좋은 상권에서 매출 순위가 낮은 프랜차이즈 치킨점을 하거나, 상대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상권에서 좀 더 경쟁력 있는 프랜차이즈 치킨점을 하는 것이다.

좋은 상권이나 인지도나 경쟁력이 높은 프랜차이즈는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택의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상권에 비중을 둔다. 하지만 상권보다는 인지도나 경쟁력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디서 할 것인지 보다 무엇을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듣고 나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창업시장에서 이러한 잘못된 판단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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