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언직썰/ 송재봉 충북NGO센터장

▲ 송재봉 충북NGO센터장

송박영신(送朴迎新)의 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시민의 열망은 뜨겁다. 국민주권 시대를 열자는 희망도 커지고 있다. 2016년은 국민들은 비선실세 국정농단과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한 박근혜 정권을 향해 뜨겁고도 차가운 분노의 촛불을 들었다. 권력에 아부하며 염치(廉恥)없는 행동을 정당화하던 기득권 엘리트의 민낯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영화 ‘해빙’의 이수영 감독은 우리사회를 “염치를 모르는 사회가 됐다. 단순한 경제적 전락이 아닌 가치의 전락이다. 무엇이 부끄러운지 모르고 권위와 권위주의, 지식인과 고학력자, 품위와 잰 체를 구별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염치는 ‘체면을 생각하거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2016년 광장의 촛불은 염치없는 권력과 그 부역자들의 뻔뻔함에 대한 국민적인 저항과 자성의 장이었다.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에게 사과하고, 학생들이 기성세대를 위로하는 집단치유의 장이기도 하였다. 광장의 촛불은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논단 사건으로 촉발되었지만, 근저에는 불평등 불공평 불안전 사회를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의 과정이었다. 국민의 뜻에 반하는 독선과 북통에 대한 환멸과 분노 그리고 낡은 체제에 대한 근본적 혁신을 향한 시민의 절규였다.

촛불광장에 나온 시민들의 공통점은 ‘이게 나라냐’로 표현되는 절망의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절실함이었다. 신분사회 고착화, 민주주의 유린, 1대 99의 불평등, 균형추를 상실한 사법부, 경쟁만 강요하는 교육을 나의 아이들에게 물려 줄 수는 없다는 책임감이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대한 일시적 분노의 촛불이 아니었다.

2017년의 역사적 과제는 시민들이 만든 광장의 경험을 시민혁명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시민혁명은 시민이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대통령이라는 왕을 죽이는 것이다. 지금의 왕을 몰아내고 다른 왕을 세우려 한다면 그것은 시민혁명이 아니다. 시민혁명의 완성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는 것이다. 지역민 위에 군림하는 중앙집권주의와 주권자를 소비자로 취급하는 관료중심주의를 없애는 것이다. 재벌과 돈이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 째 광장과 거리로 분출된 저항의 에너지가 정치권력의 진퇴를 결정하고, 불평등 불균형 불공평한 체제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낡은 유산의 청산, 분권과 자치, 세월호 진상규명, 검찰개혁, 선거제도 개혁 등 국민으로부터 탄핵된 낡은 체제의 유산이 청산되어야 한다. 작은 승리의 경험은 시민의 정치 무관심과 혐오를 정치 효능감의 증가라는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되어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토양이 된다.

둘 째 광장의 촛불은 동네, 직장, 온라인 등 새로운 수많은 작은 광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는 교문 앞과 공장의 정문에서 멈춘다고 한다. 이제는 광장에서의 연대와 소통 경험이 삶의 공간에서 일상화되고 생활정치로 되살아나게 해야 한다. 생활속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작은 실천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셋 째 중앙정치 변화가 지역정치 혁신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우리지역은 변화에 둔감하고 혁신에 저항하는 늙은 사회라고 한다. 새로운 도전과 창조적인 실험을 억압하는 관료중심의 낡은 질서가 광장의 열린 소통과 공감의 문화로 전환되도록 해야 한다. 2017년 우리사회는 주인의식과 공적 책임감을 갖춘 새로운 시민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광장의 촛불이 일상적 삶의 민주화로 수렴되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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