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인사/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새벽이 오면 밤을 지배하던 어두움은 사라집니다. 닭은 그 새벽을 일깨우며 새 날의 빛을 재촉합니다.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과 AI의 창궐로 지난해에는 닭들이 사상 초유의 수난을 겪었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하게도 올해 또 닭의 해를 맞아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시간은 그저 쉼없이 흘러갈 뿐인데 이를 일(日) 월(月) 년(年)으로 나누고 여기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려는 처사는 아마도 나약한 인간들의 자기 위무(慰撫), 아니 스스로의 부족한 삶을 변명하려는 안간힘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지난해에는 너무 많은 모순과 그릇됨으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냈기에 올해는 꼭 달라질 것을 기대하며 스스로에게 위로를 보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위로에는 처절한 자기반성도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왜 대한민국이 이렇게 되었고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자문하면서 말입니다.

하여, 새해 첫 주의 신문발행을 맞아 다시 언론을 생각합니다. 이번 국정농단 와중에 제기된 국가적 화두의 하나가 바로 ‘언론 문제’ 입니다. 말도 안 되는 권력의 만행에 눈을 감은 것도 언론이었고, 이제 와서 뒤늦게 그 권력의 일탈을 헤집는 것도 언론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최고 공동정범은 다름아닌 언론입니다. 알고서도 안 쓰고 결국에는 아예 쓰지 못하게 되면서 나중에는 부역까지 자처한 게 언론입니다.

적어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정윤희 문건이 첫 보도된 2년 전에라도 터졌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해당 언론은 권력에 굴복했고 끝내 책임자의 해고를 당하고서도 나중엔 오히려 독일로 도망간 최순실을 대변하려고까지 했습니다. 정권의 지근 거리에 있었던 다른 주류언론 역시 국가권력의 사유화를 오래전에 인지하고도 알아서 침묵하고 외면했습니다. 개인의 안위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최순실 태블릿PC를 보도한 한 언론인의 용기가 없었다면 이 문제는 아직까지도 그대로 묻힌 채 여전히 국정농단의 온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이 나라 언론의 현실입니다.

언론은 이랬습니다. 강토의 4대강이 파헤쳐지며 가진자와 대기업들만의 탐욕한 축제가 벌어질 때에도, 허울좋은 자원외교라는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나랏돈이 증발할 때도, 국가기관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해 나라의 공공성이 쓰나미처럼 허물어질 때도, 300여명의 꽃다운 생명이 처참하게 바닷속으로 스러질 때도 오로지 정부를 대변하고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보신에 매몰돼 끝까지 진실을 외면해 왔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나자 유럽의 모든 나라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나치 부역자를 척결합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인간은 그가 누린 특권의 책임을 반드시 지게 해야 한다”고 외쳐댔습니다. 그때 프랑스가 숙청의 재판정에 가장 먼저 세운 사람은 다름아닌 나치에 협력한 언론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가혹하게 처벌합니다. 공민권을 박탈하고 나치에 대한 부역의 정도가 심한 언론인은 죽임으로 응징했습니다. 드골은 후에 “언론인은 도덕의 상징이기 때문에 첫 심판대에 올려 가차없이 처단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처벌을 면한 신문은 단 3곳 뿐이었고 이들은 모두 독일 점령 기간 중 자진 휴간으로 국가와 민족의 양심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36년간이나 일제의 식민지배를 받고서도 단 한명의 부역자도 처벌하지 못했습니다. 언론의 속물성, 아니 노예근성은 사실 이때부터 그 마수를 드러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지금도 똑같습니다. 권력에 숨죽이고 있던 언론이 박근혜 정권의 힘이 빠지자 이번엔 승냥이처럼 물어뜯습니다. 그러면서 역대정권에서 그래왔듯 몇몇 주류언론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한 여론조작에도 주저함이 없습니다.

언론의 야비한 기회주의적 작태가 정권을 만들기도 하고 또 그 정권을 죽이고도 합니다. 권력에 기생하고 더 나아가 권력을 누리려는 언론의 귀착점은 국가의 망조입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렇습니다. 나치 치하를 벗어난 유럽은 이같이 부도덕하고 비열한 언론을 가장 먼저 척결함으로써 오늘날의 번영과 서구민주화를 기약할 수 있었습니다.

새해 충청리뷰는 다시 저널리즘의 본질에 충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불의와 그릇됨을 외면하지 않고 맞서 싸우겠습니다. 취재와 보도라는 언론의 숙명에 성역과 금기를 덧칠하지 않고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그대로 쓰겠습니다. 자본과 시장논리의 천박함을 거부하며 가슴 따뜻한 사람과 그 이야기를 싣는데도 인색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이 역할에 한계를 느낀다면 구차하게 연명(延命)을 구걸하지 않고 차라리 장렬한 선택을 하겠습니다.

2017년 새출발을 앞두고 충청리뷰는 그동안 통합 운영해 오던 인터넷 신문 충북인뉴스를 독립법인으로 분사(分社)시켰습니다. 그리하여 충청리뷰는 앞으로 정통 종이신문의 깊이와 내공을 더욱 키워갈 것이고, 도내 1호 인터넷 언론인 충북인뉴스는 정의와 진실 앞에선 앞뒤를 안 가리는 실시간 뉴스를 쏟아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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