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살처분 작업 외국인 650명 취업…전국 1만명 추산
용역업체가 모집‧공급…외국인고용법 위반, 지자체는 방조

▲ 방역업체 직원들이 AI 확진판정을 받은 가금류를 살처분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AI(조류인플루엔자, 조류독감)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살처분 작업에 참여한 용역업체들의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는 취업을 할 수 없는 외국인들을 고용해 수익을 올렸다. ‘외국인근로자고용등에관한법률’(이하 외국인고용법)에 따르면 직업안정기관 외에는 외국인들의 취업이나 채용 등을 알선하거나 개입할 수 없다.

또 취업비자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 외에는 국내서 취업할 수 없다. 용역업체가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지자체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도내에서는 지난 해 11월16일 음성군 맹동면 오리농장에서 AI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이후 현재까지 충북도내 85곳의 농장이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충북도와 각 지자체는 AI 확진판정을 받은 농장과 인근 지역의 가금류 농장에 대해 전부 살처분 한 뒤 매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대응했다.

지금까지 충북 도내에서는 108개 농장의 가금류 392만여 마리가 살처분 됐다. 닭 222만여 마리, 오리 77만여 마리, 메추리 93만여 마리가 각각 살처분 매몰됐다.

보건당국은 감염관리를 위해 살처분 작업에 투입된 작업자의 신원을 확보하고 예방접종과 사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충북도에 보고된 살처분 작업 투입 인력은 1688명이다. 숫자에는 농장주와 농장에서 일하던 인력도 포함돼 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이중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작업인력은 650명으로 절반 가량이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음성군 260여명, 진천군의 경우 14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투입됐다.

 

용역업체 불법고용으로 배불려

지난해 까지 살처분 작업에는 주로 공무원이 동원됐다. 이 과정에서 살처분에 동원된 공무원이 과로로 쓰러지거나 사후 정신적 트라우마가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가 노출됐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대부분의 지자체가 전문적인 방역업체나 용역업체에 살처분 작업을 위탁하고 있다. 오리와 닭 등 가금류 농장이 밀집된 음성군과 진천군의 경우에도 방역업체에 위탁을 주고 있다.

취재 결과 위탁을 받은 방역 업체는 다시 인력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용역업체에 작업을 재하청하거나 인력을 공급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용역업체가 외국인들을 대량 모집하고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는 용역업체가 외국인을 고용하거나 알선하는 것이 현행법에선 허용되지 않는 다는 것.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는 “직업안정기관이 아닌 자는 외국인근로자의 선발, 알선, 그 밖의 채용에 개입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인력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용역업체는 직업안정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용역업체가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거나 직업소개를 할 수가 없다. 이를 위반하면 1년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외국인의 경우 국내 취업도 까다롭다. 관광비자로 온 경우 원천적으로 취업이 제한된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취업을 할 경우 취업비자(E-9)를 받아야 한다. 아무 사업장이나 내국인이 외국인을 고용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외국인을 고용하려면 고용노동부 고용안정센터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외국인 노동자는 고용안정센터가 알선한 기업 하고만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불법 방조하는 지자체…차떼기 공급 소문도

현재 살처분 작업에 투입된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해당 법률 요건을 갖춘 이는 거의 없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용역업체는 근본적으로 외국인노동자를 고용 할 수 없다. 또 고용하겠다고 신청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도내 각 지자체는 사실상 외국인 고용을 문제 삼지 않고 있다. 모 자치단체 관계자는 “우리는 인적사항만 확인한다. 이 사람이 취업비자를 가지고 있는 지 관광비자로 왔는지 따질 상황이 아니다. 이런 것 저런 것 다 따지면 살처분 작업자를 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작업자를 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사실상 외국인노동자 불법 취업을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

용역업체 일부에서는 특정 용역업체가 중국 현지에서 모집한 뒤 청주공항으로 입국해 관광차로 이동시킨다는 말도 돌고 있다.

도내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절반이상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한다. 한국말을 하지 못해 사후 모니터링을 할 때 용역업체 사장을 통해 간접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내에 투입된 외국인노동자 수가 650명인 것을 감안하면 전국적으로 약 1만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취업한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이들 노동자들이 계속 한국에 남아있을 경우 노동시장을 교란하는 등 여러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현재 외국인의 불법 취업과 같은 법률위반행위는 현재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단속한다. 일선 지자체가 직접 담당하는 업무는 아니다.

하지만 인력공급업체, 즉 용역업체의 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시‧군 등 기초지자체가 단속업무를 맡고 있다. 용역업체의 불법 행위에 대해 각 지자체가 모른 척 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AI 대란을 틈타 불법으로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해 폭리를 취하는 용역업체, 불법인줄 알면서도 이를 모른 척 하는 기초 지자체. AI 대란이라고 하는 위기상황 속에 행정기관이 불법을 용인해도 되는 것인지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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